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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의 가치

LNCK 2012. 7. 6. 20:28

◈기다리는 시간의 가치            느2:1~8          설교 스크랩


느2:1~3 아닥사스다 왕 제 이십년 니산월에 왕 앞에 포도주가 있기로

내가 그 포도주를 왕에게 드렸는데 이전에는 내가 왕 앞에서 수심이 없었더니

왕이 내게 이르시되 네가 병이 없거늘 어찌하여 얼굴에 수심이 있느냐

이는 필연 네 마음에 근심이 있음이로다 하더라


그 때에 내가 크게 두려워하여 왕께 대답하되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내 조상들의 묘실이 있는 성읍이 이제까지 황폐하고 불탔사오니

내가 어찌 얼굴에 수심이 없사오리까 하니 



어떤 신인 연기자가, 함께 작품을 했던 선배 연기자에 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 선배 연기자는 자신의 촬영 분이 한참 후인데도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촬영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신인 연기자는, 선배 연기자의 그 기다리는 모습이 의아해서

‘왜 시간 맞춰 오지 않고, 매번 일찍 오느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이랬다고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쓸데없는 시간이 아니라

현장 속에서 보고 생각하며 날을 가는 시간이야.


어차피 인생은 뭔가 직접 하는 시간보다, 그것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아.

결국 기다림 속에 일은 푹 익어가는 거지. 우리 인생이 다 그래”   


우리는 자칫, 우리 삶에 기다리는 시간만 없어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얼핏 그래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일’보다 우선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다리는 일은 필수입니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돼서 숙성될수록 좋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다리는 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넉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느2:1

몇 가지 일들이 느헤미야를 괴롭혔습니다.


우선 성벽 없는 도성에서, 온갖 위험에 노출된 동포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또 하루라도 빨리 성벽재건을 서둘러야 되는데, 묘안은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풀어야 될 문제는

13년 전에 내려진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였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을 쌓기 위한 시도는, 느헤미야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13년 전, 먼저 고국으로 귀환한 에스라 선지자가 그 일을 시도했지만

주변국의 방해로 무산됐었고,

당시 그 일을 금지시켰던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는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다시 그 일을 시도하는 데 걸리는 장애는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수심이 어린 것은,

그런 상황에 별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서였던 것입니다. 


일에 아무 진전이 없어 보여도, 그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닙니다.

아직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이 오지 않았다 뿐입니다.


숙성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몫이기에

그 시간에 우리 할 일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이런 시간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우리로서는 뚝심 있게 그 시간을 버텨내야 합니다.


느헤미야 역시 다급하고 초조하긴 했지만, 여전히 기도를 쉬진 않았고

궁에서의 맡겨진 소임에도 성실을 다했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왕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왕과 술 장관과의 사이란, 그저 시음(試飮)케 하고,

음료의 안전을 판정해 주는 정도의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사이였습니다.


느헤미야로서야 늘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지만

왕으로서는 대하기 편한 벗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왕은 느헤미야의 얼굴에 깊이 어린 수심을 읽었고

그의 신상에 뭔가 일이 생긴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늘 충성스런 신하였기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런 그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느헤미야의 평소 인품이 어떤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둘 간의 대화가 시작됐는데 순간 느헤미야는 당황했습니다.

여태까지 그들의 대화란, 왕의 신상에 관한 것이었지, 자기에 관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왕은, 느헤미야의 근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신하로서 왕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 자체가 불충이었고

그것은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범죄였습니다.


하지만 느헤미야는 그 짧은 순간에도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기회임을 알고, 침착하고 강직하게 대처했습니다.


먼저는 아닥사스다 왕에게 만세수를 축복하고

이어서 조상의 묘실이 있는 성읍에 관한 이야기로 돌렸습니다.


조상의 묘가 있는 성읍이 무너지고 불탔다는 소식은

그 누구에게라도 충분히 근심의 이유가 됩니다.


왕은 그의 근심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이제부터가 느헤미야에겐 진짜 시작인 것입니다.


느헤미야에게 있어서, 지난 넉 달은 피 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숙성시키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은 꼭 있습니다.

온갖 근심과 걱정이 계속되는데도, 하나님은 응답하시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기다리게 되고

그 시간들은 쓸데없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온갖 상념이 교차되는 가운데

좌절과 절망, 체념 등이 짙게 드리워지는 시간도 그때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낮아지고 겸손해 집니다

그러므로 그 시간은, 하나님이 푹 익히시는 시간이지, 결코 괜한 시간이 아닙니다.

나중에야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음도 알게 됩니다.  


일의 진척이 묵묵부답일 때,

평소처럼 내 일에 충실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기다림은 소망 중에 지낼 일이지,

서두의 ‘선배 연기자’처럼, 가치 있게 보낼 시간이지,

짜증과 권태로 보내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렇게 기다림은 우리 몫이고 숙성은 하나님 몫입니다.

기다리면 반드시 숙성됩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기도로 준비한 느헤미야      느2:3~8


오케스트라의 첼로주자였던 토스카니니가,

지휘자로 데뷔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해외공연 중 악단과 지휘자간에 갈등이 생겨, 지휘자가 연주장을 떠나자

단원 중 유일하게 악보 전체를 외우고 있던 토스카니니에게

지휘 기회가 돌아온 것입니다.


그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것을 계기로 그는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때 악보를 외우지 못했거나, 평소에 음악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에게 20세기 최대의 거장이란 명성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회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평소에 준비된 사람입니다.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번번이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평소에 실력이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 기회는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기회를 잡는 실력이란.. 평소에 쌓는 기도입니다.

오늘 느헤미야에게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닥사스다 왕이 느헤미야에게서 수심을 발견하고 근심거리가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일순간 성벽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침착했습니다.

주변 나라가 관련되어 있는 성벽재건은 곧 바로 정치 문제로 비화될 것이고

그것은 전혀 유다에 유리할 게 없었습니다.


대신 조상의 묘실이 있는 성읍의 황폐함을 들어

왕의 관심을 자기 일로 돌렸습니다.

정치 문제를 개인사로 돌린 기지를 발휘한 것입니다.


왕후까지 함께 있던 만큼 유쾌한 자리였을 것이고

포도주로 관대해진 왕은 느헤미야의 근심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기도하며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 왔습니다.

왕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얘기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실로 느헤미야는 이때를 기다린 것입니다.


기도의 정의를 말할 때 사람들은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다”라고들 합니다.

맞는 얘기지만, 실제 그 의미를 알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체로 우리의 기도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올려 보내고

하나님은 받은 청구서를 보고 적당한 때에 일방적으로 내려주는 것을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기도의 효능은 “그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도는,

계란의 노른자를 빼고 흰 자만 먹는 것과 같습니다.


기도는 음악연주자들의 연습과 같습니다.

연습을 하는 이유는.. 물론 좋은 연주를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력은 늘고

그것은 공연 때 훌륭한 연주로 나타납니다.


청중들의 뜨거운 갈채와, 평론가들의 호평이 결과물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연습을.. 피눈물 나는 고생의 시간 정도로만 여기면,

거기엔 음악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감동은 사라지게 됩니다.


연습은 음악과의 대화여야 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연습이란

그 시간에 음악을 누리는 단계에까지 올라야 합니다.


그래야 그 시간은 음악과의 사귐이 있는 시간이고,

그 자체가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가 응답으로만 끝나는 것으로 알면

하나님과 교제를 통한 기도의 즐거움은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즉 하나님과 우리 사이는 공적인 관계가 될 뿐이어서

사적이고 은밀한 대화는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도의 즐거움이란 ‘나와 하나님 사이에 흐르는 은밀한 교제’에 있습니다.


응답해 주시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전에 주님과의 대화를 통해

기도자는 이미 사안마다 충분한 리허설을 해 보게 됩니다.


주님께서 선생님이 되셔서

지도해 주시는 음악개인레슨 시간처럼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도를 오래 하면, 실제 상황에 부딪혀도,

평소 개인교습선생님과 연습한 대로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연습은 충분히 되어 있으므로, 전혀 어려울 게 없습니다.


이것이 기도의 진정한 의미이고

이것이 평소의 기도가 진짜 실력이 되는 이유입니다. 


느헤미야에게 기회가 오자 그는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합니다.

잠깐 집중해서 주님께 기도드리니.. 모든 게 선명해졌습니다.


넉 달 동안이나 숙성시킨 리허설이었므로 거칠 게 없었습니다.


만약 느헤미야에게, 평소의 그런 기도의 연습이 없었다면,

왕 앞에서 순간적으로 기도했을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곧 하늘의 하나님께 묵도하고.. 느2:4

왕은 그의 기도를 힐끔 쳐다보고..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네 종교나 잘 믿어라’는 식으로 그냥 넘어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깜짝 기도’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평소에 충분히 연습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고도 꼼꼼하게 아닥사스다 왕에게 말하고

왕은 모두 허락합니다.


이렇게 해서 예루살렘 성벽재건에 관한 프로젝트는

설계와 시공이 한꺼번에 끝나버린 격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느헤미야의 실력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왕과 약속한 기간 동안,

142년 전에 무너져 그대로 방치된 예루살렘 성을 다시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자신이 직접 동족들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거기서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과 함께 역사의 주춧돌을 놓게 될 것입니다.    


느헤미야와 아닥사스다왕의 담판은

이렇게 느헤미야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 모두가 평소에 쌓아둔 기도가 없었다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기회란 그렇게 기도로 준비한 자의 것이 됩니다. 


이 일 후에 그는 승전보를 이렇게 기록합니다.

“내 하나님의 선한 손이 나를 도우시므로 왕이 허락하고” 느2:8 

모두 하나님이 하셨다는 그의 고백이 미덥기 그지없습니다.


기도의 힘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기도는 응답 받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물론 기도라는 가도(街道)의 끝엔

우리가 궁극적으로 받기 원하는 게 기다리고 있지만,

더 좋은 것은, 그 길 자체도 너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우리 할 일은 그 길을 즐겁게 가면서

그 가도의 향취에 흠뻑 취하면 될 일입니다. 


기도는 기회를 기회로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그것 자체가 신나는 모험입니다.

기도의 가도(街道)로 즐겁게 들어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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