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느보 산에 올라가 여리고 맞은편 비스가 산꼭대기에 이르매 여호와께서 길르앗 온 땅을 단까지 보이시고
‘느보 산에 올라...비스가 산 꼭대기에 이르매' - 이 구절은 일견 모세가 느보 산(Mt. Nebo)에 오른 다음 비스가 산(Mt. Pisgah) 꼭대기에 이른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느보 산이나 비스가 산은 모두 아바림 산맥(32:49)에 있는 고봉(高峯)들이다.
한편 히브리어 성경 원문은 느보 산을 비스가 산의 꼭대기로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모세가 느보 산을 경유하여 비스가 산에 오른 것처럼 번역한 개역성경의 번역은 합당치 않다.
영역본 KJV는 원문에 충실하게 "모세가...느보 산, 곧 비스가 산 꼭대기에 올랐다"(Moses went up...unto the mountain of Nebo. to the top of Pisgah)라고 번역하였다.
한편 이 비스가 산 정상은 가나안 땅을 조망(眺望)하는데 최적의 장소였다(32:49).
‘길르앗 온 땅을 단까지 보이시고' - '길르앗 땅'은 사해 위, 얍복 강 유역에 위치한 지역으로서 유향(balm)의 산지로 유명하다(렘 8:22). 이곳은 르우벤, 갓, 므낫세 반지파에게 분배되었다.
‘또 온 납달리와...서해까지의 유다 온 땅' - 이제 모세는 그의 시선을 서서히 서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하여 요단 서편 땅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그가 바라보고 있는 땅들의 순서는 아브라함의 가나안 초기 여정(旅程)과 일치한다(창 12:1-9). 한편 여기서 '서해'(西海)란 가나안 서편에 위치한 바다인 '지중해'를 가리킨다.
3 네겝과 종려나무의 성읍 여리고 골짜기 평지를 소알까지 보이시고
‘남방' - 가나안의 남쪽 사막 지역인 '네게브'(Negeb)를 가리킨다<창 12:9>.
‘종려의 성읍 여리고...소알까지 보이시고' - 여리고는 예루살렘 동편, 요단 골짜기 남단에 있던 큰 성읍이다. 그런데 이곳을 '종려의 성읍'(the city of palms)이라 부른 까닭은 그곳이 종려나무의 산지로 유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알(Zoar)은 '벨라'(창 14:2)로도 불리웠던 사해 남단, 요단 평지에 위치한 고대 가나안 성읍을 가리킨다(창 13:10, 19:20-23). 따라서 본절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사해 서부의 연안 지대'를 보이셨다는 뜻이 된다.
4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이는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의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라 내가 네 눈으로 보게 하였거니와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하시매
‘이는...그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라' -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에게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아브라함 때로부터 지금까지 약 600년간 약속으로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약속이 바로 눈앞에서 성취되려는 순간에 와있는 것이다.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 출애굽의 영웅이자 이스라엘의 위대한 영도자인 모세는 누구보다도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그의 간절한 간구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입성(入城)이 끝내 허락되지 않았다<3:23-29>.
그 일차적 이유는 물론 므리바 물 사건(민 20:12) 때 모세가 하나님의 거룩함을 온전히 나타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31:2, 32:51>.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들에게 보다 깊은 교훈을 던져 준다. 1) 모세는 율법을 상징하는 자였던바, 이는 율법이 결코 인간을 하늘 가나안으로 인도해 들이지 못함을 보여 준다. 2) 천국은 결코 인간의 공로로 말미암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님을 보여 준다.
5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여호와의 종(에베드 예호와)' - 이 말은 모세의 신실성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즉 그는 애굽의 왕자로서 세상의 부귀 영화를 누릴 수 있었으나, 오히려 하나님의 종이 되어 자기 백성과 함께 고난받기를 더 좋아했었다(히 11:24, 25).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 '여호와의 말씀대로'에 해당하는 '알 피 예호와'는 직역하면 '여호와의 입을 따라'란 뜻이다. 이 말은 모세가 '여호와의 종'이라는 사실에 매우 걸맞는 표현이다. 즉 그는 죽음에 있어서도 여호와의 말씀을 좇아 자진하여 거룩한 땅의 경계 밖인 '모압 땅'에서 죽은 것이다.
6 벳브올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에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의 묻힌 곳을 아는 자가 없느니라
‘벧브올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 - '벧브올'(Beth-peor)은 모압의 신(神) 브올을 예배하던 산인데 정확한 위치는 분명치 않다. 한때 이스라엘도 이곳에 거한 적이 있었으며(3:29, 4:46), 후에는 르우벤 지파의 소유가 되었다(수 13:20). 많은 학자들은 모세가 장사된 모압 땅의 골짜기가 느보 산(비스가 산) 근처의 어느 한 골짜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까지 그 묘를 아는 자 없으니라' - 이것은 하나님께서 직접 모세를 장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유 1:9은 이러한 사실의 근거가 된다. 즉 하나님께서는 천사장 미가엘을 보내어 모세의 시신(屍身)을 인간이 알지 못하는 곳에 장사하도록 명하셨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의 무덤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을지도 모를 위험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 혹자는 모세가 엘리야와 더불어 변화산상에 나타난 사실(마 17:3, 막 9:4, 눅 9:30)에 의거하여 모세가 부활, 에녹과 엘리야처럼 승천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Matthew Henry).
7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모세의 죽을 때 나이 일백 이십 세' - 이때는 B.C. 1407년 11월 말경으로 추정된다<1:3>. 그런데 그가 120세를 향유했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이다. 왜냐하면 모세 자신의 관찰에 의하면, 당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70세였고 강건해야 80세였기 때문이다(시 90:10). 따라서 모세는 보통 사람들이 흙으로 돌아갈 나이인 80세에 하나님께 부름받아 40년 동안 여호와의 신실한 종으로서 봉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행7:23, 30, 36).
‘그 눈이...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 이삭은 말년에 눈이 어두워 잘 보지 못하였고(창 27:1), 야곱도 또한 마찬가지였다(창 48:10). 그러나 모세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가 막중한 책임을 떠맡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 항상 하나님의 도우심을 앙망함으로 새 힘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사40:31).
8 이스라엘 자손이 모압 평지에서 모세를 위하여 애곡하는 기간이 끝나도록 모세를 위하여 삼십 일을 애곡하니라
‘삼십 일을 애곡하니라' - 히브리인들의 장례 풍습에 의하면, 대개 죽은 자를 위한 애도(哀悼) 기간은 7일이었다(삼상 31:13). 그러나 아론과 모세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30일간을 애곡하였는데(민 20:29), 이는 초대 이스라엘 대제사장과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예우로서였다.
9 모세가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그에게 지혜의 영이 충만하니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여호수아의 말을 순종하였더라
‘모세가...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 자신의 죽음을 고지(告知)한 후 모세는 후계자를 세워줄 것을 하나님께 간구한 결과 '여호수아'를 하나님께 응답받았다. 그때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그에게 안수함으로써 자신의 공식적인 후계자로 삼았다.
따라서 모압 평지에서 베푼 모세의 안수(按手) 예식은 이스라엘에 대하여 지금까지 모세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지도자적 권한을 후임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모두 넘긴다는 의미를 지닌 공식적인 위임(委任) 의식이었다. 따라서 이제 이러한 여호수아의 등장은 신명기와 여호수아서를 자연스럽게 이어 줄 뿐 아니라, 가나안 정복 전쟁에 임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시사한다.
‘지혜의 신이 충만하니' - '지혜의 신'이란 '지혜의 영'(the sprit of wisdom)으로 번역될 수 있는 말로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덧입혀 주신 '참된 지혜' 곧 '호크마'를 가리킨다<32:29>. 따라서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안수할 때 그에게 이러한 지혜가 충만히 임하였다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친히 여호수아를 모세의 후계자로 인정하셨음을 의미한다.
10 그 후에는 이스라엘에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요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 - 실로 모세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면에 있어서 특별한 선지자이자, 이스라엘 모든 선지자 중 가장 위대한 선지자였다.
1)하나님과 가까이 지냄에 있어서(10절) : 이것은 미리암의 문둥병 사건(민 12장)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직접 분명하게 보여 주셨다. 즉 다른 선지자들과는 달리 하나님께서 모세에게는 '마치 사람이 그 친구와 이야기하듯' 가까이 대면하여 말씀하셨으며(출33:11), 자신의 영광스런 임재도 목격하게 하셨다(출 33:18-23).
또한 하나님께서는 시내 산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모세와 단 둘이서 오랜시간 지냈다. 따라서 모세는 실로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영광을 많이 보았고 직접 체험한 자였다.
2) 하나님의 권능과 능력을 나타냄에 있어서(11, 12절) : 하늘의 비상 대권을 위임받은 자 모세는 출애굽시 바로와의 대결에서 여호와의 10대 재앙을 이스라엘 목전에서 애굽에 베푼 자였다(출 7:14-11:10). "실로 모세는 위대한 선지자로서 율법의 창시자요 중재자였다. 이 율법이 지속되는 한 이스라엘 중에서는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직 한 사람 모세보다 더 큰 영광과 명예를 누릴 자가 있으니 곧 모세를 그 충실한 종으로 두고 있는 하나님 집의 장자(長子)로서(히 3:2-6), 우리의 대사도요 대제사장이시며 영원한 새 언약의 창시자 및 중보자가 되시는 분,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Keil & Delitzsch)
‘대면하여 아시던' - 여기서 '알다'에 해당하는 '야다'는 단지 지적으로만아는 것이 아닌, 깊고 오랜 교제를 통해 인격적, 경험적, 영적으로 아는 것을 가리킨다(고전 8:3). 따라서 이는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주 친밀하게 지내신 것을 의미한다.
11 여호와께서 그를 애굽 땅에 보내사 바로와 그의 모든 신화와 그의 온 땅에 모든 이적과 기사와 12 모든 큰 권능과 위엄을 행하게 하시매 온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그것을 행한 자이더라
‘모든 이적와 기사...큰 권능과 위엄' - 하나님께서 바로와 온 애굽에 베푸셨던 각종 재앙과 이적, 그리고 놀라운 역사를 가리키는 중언법적 표현이다<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