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여리고를 기적적으로 이기고, 더불어 아이 성까지 지혜롭게 승리하는 것을 보자, 가나안에 살던 나라들은 더욱 긴장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수의 민족들이 서로 연합하여 이스라엘을 대적하려 하였다. :1 이제 이스라엘은 가나안 연합군과의 한판 전쟁을 치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기브온 사람들은 생각을 달리했다. 그들은 오히려 이스라엘과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신을 보내고, 속여서라도 목숨을 부지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먼 나라의 백성처럼 분장하고, 길갈 진영까지 찾아와 거짓을 말하는 기브온 사신들에게 속아 그들과 화친을 맺게 된다. 그 과정 중에서 여호와의 뜻을 묻지 않았다고 성경은 말한다. 수9:14
사흘정도 지나고 그들이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때는 이미 화친을 맺은 상태였기에 쉽게 그들을 공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백성들은 족장들에게 불평했으나, 족장들은 화친의 맹약을 지켜야 함을 말했다.
결국 기브온은 죽지 않고 살았으며, 오히려 이스라엘 가운데서 물 긷는 자와 나무 패는 자로서의 함께 거주하게 된다.
◑1. 가나안 민족들의 반응은 두가지였다.
연합하여 싸우든지, 아니면 화친하든지!
여리고 성에 이어 아이 성까지 승리하는 모습을 보자, 가나안 백성들은 더욱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크게 두가지 반응을 보이게 된다.
-각 민족의 힘으로는 이스라엘을 상대할 수 없으니,
우리가 연합하여 이스라엘을 대적하자. 그러면 승산이 있다라는 반응과 :1~2
-다른 하나는 그들과 어떻게라도 화친을 맺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겠다고 본 것이다. :3~4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속여서 화친을 맺으려 했다.
그들의 계획대로 이스라엘은 감쪽같이 속았고, 기브온 사람들과 화친을 맺었다.
그리고 족장들은 화친의 맹세를 했다.
결국 사흘후에 이스라엘은 기브온 사람들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화친을 맺은 후에는, 상대 나라를 방문하는 관습이 있는데, 가보니까 사흘 길이었던 것)
그 화친의 맹세로 인해 그들은 이스라엘 중에서 함께 거주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무 패는 역할과 물 긷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야 했지만!
하나님이나, 하나님의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대적하든지 아니면 그 분과 화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적한다. 대적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승산을 높이기 위해서 힘을 규합하거나 힘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적하는 자의 힘이 얼마나 규합되더라도,
하나님(또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이길수는 없는 것이다.
가나안 연합군이 이스라엘에게 패하여 진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규합하면 할 수록 더 빨리 점령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는 망한다.
그러나 살길이 있다.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화친을 맺는 것이다.
화친을 맺는 것이 비굴해 보이고 초라해 보이지만, 그것만이 살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 속에 머무는 것이 지혜다.
기브온은 후자를 택했다. 그들은 당시 하나님을 믿지 않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우리도 선택을 잘 해야 한다.
-힘을 모아(힘을 확대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든지,
-자기 연약함을 깨닫고 하나님과 화친하든지...
예수님도 같은 맥락으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눅14:31~32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갈 때에 먼저 앉아
일만 명으로써 저 이만 명을 거느리고 오는 자를 대적할 수 있을까 헤아리지 아니하겠느냐 만일 못할 터이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청할지니라'
◑2. '어떻게 할지를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14
기브온 족속과 조약을 체결할지 / 말지를 하나님께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할지를 여호와께 묻지 않는 더 큰 실패의 요인이 발생한다. 그런데 사울 왕이 죽은 것도, '여호와께 묻지 않은' 죄였다. 대상10:14
민수기 27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우도록 명령하신다. 그때 여호수아에게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대제사장의 우림 판결을 물어 행동하라고 하셨다. 민27:18~21
오늘 여호수아가 기브온과 맺은 조약의 결과로 무슨 댓가를 치르는가? 당장 다음 10장에 보면 기브온의 변절을 안 가나안의 연합군이 기브온부족을 치러 온다.
기브온은 여호수아에게 지원군을 요청했고, 이스라엘은 그들을 위해서 싸워야 했다. 이스라엘은 지금 가나안 강대국들의 연합군을 맞설만한 실력이 절대로 아니다. 어쨌든 그들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큰 위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삶의 수많은 곤란들이 이렇게 잘못된 우리의 선택으로 생긴다. 기도하지 않으면 아군, 적군을 구별하지 못한다.
평생을 끼고 살면서 그게 아군인줄 알고 있는 많은 죄들이, 우리에게 있다. 그게 항상 우리를 곤란한 지경으로 몰아넣는데도 모른다.
하나님 앞에 기도해야.. 나의 죄도 죄인줄 알게 된다. 하나님께 묻지 않고 그동안 잘 살아 왔다면 그게 대견스럽고 잘 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영적인 성장이 없고,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열매가 없고, 현실의 삶은 대적들의 방해와 공격으로 요동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3. 다음은 이 사건에 대한 “하나님의 다소 의외의 반응”이다.
여기서 이상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어이없는 사기극에 놀아난 것에 대해 노코멘트 하신다는 것이다.
분명히 잘못 된 것은 짚고 넘어가야 맞는 데, 이 사건에 대해 의외로 입을 다무신다. 아니 오히려 이 사기극의 결과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기극의 결과란, 이 일로 이스라엘은 가나안 연합군과 큰 전쟁을 치르게 된다. 다음 장인 10장에서, 가나안 족속들이 연합해서 자기들을 배신한 기브온 족속을 치러 온 것이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대패를 해야, 기도 없이 결정한 것이
그게 잘못이었다는 게 분명해지는데, 반대로 하나님이 이 전쟁을 엄청나게 도와주셔서, 대승을 거둔 게 다음 장인 수10장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기브온 족속은 속이는 잘못을 했고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묻지도 않고 저지른 일의 결과에 대해 왜 이렇게 하나님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셔서 수습을 해주시는가? 왜 그들을 혼내시기는커녕 오히려 도와주시는 것일까?
왜 그럴까? 그건 바로 언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브온(히위) 족속은,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음으로써 하나님의 언약의 우산 아래로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 야곱이 거짓말을 해서, 아버지 이삭의 장자권 축복을 받은 것에 비견할 수 있다. 비록 기브온 족속은 속임을 통해서였지만, 어쨌거나 언약의 우산 아래 들어온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이 그 언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 없으시다. 그래서 다음 장인 수10장의 전쟁에서도, 이기게 해 주신 것이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이 잘못한 것은, 하나님께 묻지 않은 것이었고, :14 잘 한 것은, 그래도 그 언약을 지켰다는 것이다.
기브온 족속이 잘못한 것은, 거짓과 속임을 행했다는 것이고 잘한 것은, 그래도 하나님의 (백성의) 언약의 위력, 그 능력을 알고, 인정했고, 그 언약 아래 피하고, 거하기 원했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마치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버린 에서와 같이 망령되게 하나님과 맺은 언약 (세례의 언약, 성찬의 언약, 결혼 언약, 직분 언약) 들을 내팽개쳐 버리고 있지는 않는가? 그런데 의외로, 마치 라합처럼, 기브온 족속은 그 언약을 귀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4. 속았지만 명예로운 처신, 마무리를 잘 했다.
이스라엘은 기브온 족속에게 속아서, 사기 당해서 한 약속에 있어서도
신실하게 언약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10:5~7절에 보면, 아모리 족속의 다섯 왕들이 자기들의 모든 군대를 거느리고 올라와
기브온에 대진하고 싸우려 했다. 아마 기브온이 배신한 것에 대한 보복 전쟁이었다.
그때 기브온 사람들이 길갈 진영에 사람을 보내어 여호수아에게 전하되
'당신의 종들 돕기를 더디게 하지 마시고 속히 우리에게 올라와 우리를 구하소서'
그러자 '여호수아가 모든 군사와 용사와 더불어 길갈에서 올라가니라'
언약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는 기브온 족속을 막아주고 보호해주는 전쟁까지 치러야 했다.
혹자는이 화친 조약이 거짓에 속아 맺어진 것이므로, 이 거짓이 발견된 후에는
그 조약을 파기시킬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즉 다시 말해 그러한 조약에 이스라엘이 제약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하면서,
이럴 경우에는 맹세한 조약을 파기시켜도 좋다고 강조한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계약이 단순히 이스라엘과 기브온 족속과의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된 계약이므로, 만일 어떠한 이유로서든 이 계약이 파기된다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이 이방인들 중에서 멸시를 당할 뿐 아니라,
여호와의 신실하신 속성이 의심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18 그러나 회중 족장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을 치지 못한지라
따라서 이 계약을 파기해서는 안되었는데, 이 점에서 이스라엘 족장들의 행동은 옳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처사에 대하여 아더 핑크(A. W. Pink)는
'속았지만 명예로운 처신'이었다고 논평했다.
그리고 후일 시편 기자는 주의 성산(聖山)에 거할 자의 특성중 하나로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아니하며"(시 15:4)라고 노래했다.
이스라엘 족장들은 아이 성 전투에서 당한 참패가
아간의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를 당한 것임을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7장),
두번 다시 죄를 지음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당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한 것은, 쉽게 무르거나 깨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약 400년 후 사울 왕은 이 언약을 무시하고 기브온 사람들을 학살함으로써,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다윗 시대에 3년 동안이나 기근이 임하게 되었다.
결국, 이 하나님의 진노는 사울에게서 출생한 그의 후손 일곱이 기브온 사람들의 손에 처형당함으로써
그치게 되었다(삼하 21:2-9). 이것은 결국 비록 속아서 맺은 조약이지만, 이스라엘 공동체가 일단 여호와의 이름으로 행한 맹세는 신실히 지켜져야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혹자는, 인간적인 해석으로, 이스라엘이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기브온 족속과 언약을 맺은 것이.. 결과적으로 잘 된 것 아니냐? .. 라고 생각한다.
일단 기브온 족속의 수많은 생명을 진멸시키지 않고 살린 것이, 잘된 일이고,
또한 그들이 나중에 성전에서 나무 패고 물 긷는 자들이 되었고,
다윗의 용사 중에도 기브온 출신이 배출되었으며
"기브온 사람 곧 삼십 인 중에 용사요 삼십 인의 두목된 이스마야며"(대상 12:4)
그들 후손들은 예루살렘 성벽 재건 때 함께 했다. "그 다음은 기브온 사람 믈라야와 메로놋 사람 야돈이 강 서편 총독의 관할에 속한
기브온 사람들과 미스바 사람들로 더불어 중수하였고"(느 3:7)
후에 에스겔서에, 에스겔이 본 천상의 성전에서도 기브온 사람들이
여전히 거기서 섬기는 모습들이 나온다. (그리고 후에 기브온의 부정적 모습은, 글쎄 기억에 안 떠오른다)
이렇게 결과가 좋고, 열매가 좋으니.. 그때 당시에
여호수아와 백성의 지도자들이 '여호와께 묻지 않고' 기브온과 화친의 조약을 체결한 것이
오히려 잘 된 것 아니냐? .. 이런 식으로 성경을 해석하는데,
그것은 가나안 족속들을 진멸하라는, 큰 원칙을 위배한 '인간적인 해석'으로 본다.
그런데 이 단락에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여호수아와 백성의 지도자들이 속았고, 기도하지 않아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수습을 잘 했다는 것이다.
일단 자기들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화친 조약은 조약대로 지키고,
그 실수 가운데서 최선의 선택지paper를 찾았는데,
그건 그들에게 성막에서 나무 패며, 물을 긷는 종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막 봉사를 시킴으로써, 레위인들의 고된 수고를 들어주고,
또한 일종의 '성경공부' 같이 성막 봉사를 시킴으로써
기브온 족속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던 '가나안 이방 문화의 이스라엘로 침투'를
최대한 원천 봉쇄하려 했던 것이다. 그들과 함께 섞여 살게 됨으로 얻게 될 악영향을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만약 여호수아와 백성의 지도자들이, 화친의 언약을 맺은 후에, 수습을 잘 하지 못했더라면,
-그래서 기브온과 화친 조약을 깨고 그들을 진멸했더라면.. 여호와의 진노를 받았을 것이고,
(실제로 사울 왕이 그 조약을 깨서, 다윗 당시에 기근이 3년간 임하는 징계를 받았다. 삼하21장)
-거짓말한 기브온이 밉다고, 상종하지 않고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면,
'그들이 너희 옆구리에 가시가 될 것이며 그들의 신들이 너희에게 올무'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삿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