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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상18장 절별 해석 및 주석

LNCK 2023. 3. 7. 17:50

◈삼상18장 절별 해석 및 주석

1 다윗이 사울에게 말하기를 마치매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 같이 사랑하니라 

'다윗이 사울에게 말하기를 마치매' 이는 본장이 17장의 마지막 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 준다. 아울러 다윗의 가문, 혈통, 신분 등에 대해 오랫동안 다윗과 사울간에 많은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요나단...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사울과 다윗이 대화를 나눌때 요나단도 거기에 함께 있었음이 분명하다. 한편 여기의 '마음'(네페쉬)은 하나님이나 왕을 향한 순수하고 전인격적인 사랑과 충성의 정신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같은 정신은 요나단이나 다윗에게 공통적으로 있었다(14:6, 17:32-36, 45-47). 바로 이같은 정신적 공통점 때문데 다윗과 요나단은 특별한 우정을 맺을 수 있었고, 또한 그 우정을 변치 않고 오래도록 나눌 수 있었다. 
한편 '연락하다'(카솨르)란 말은 '매다'(tie), '묶다'(bind), '짜다'(knit) 등의 의미로서, 곧 영원히 변하지 않는 마음의 띠로 단단히 동여 매는 것, 또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 정신적 쇠사슬로 굳게 묶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이다(창 38:28, 신 6:8, 잠 3:3). 그런데 여기서 이 단어는 수동형으로 사용되어, 이같은 일이 극히 자연스럽게 이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요나단이...생명같이 사랑하니라' 여기서 '생명'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네페쉬'는 '영혼'(soul)으로도 번역될 수 있는 말로서, 곧 이것은 다윗에 대해 요나단이 품었던 정신적이고도 고상한 우정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20:17).

2 그 날에 사울은 다윗을 머무르게 하고 그의 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허락하지 아니하였고 

'그 날에...머무르게 하고' 이 말은 골리앗과의 전투를 다윗이 승리로 이끈 후, 사울은 자신의 등용 정책에 따라(14:52) 다윗을 자신의 궁중에 영속토록 거주하게끔 하였다는 말이다. 아울러 이는 다윗이 전처럼 일개 궁중 악사로서가 아니라(16:23), 정치적 비중을 소유한 한 신하로서 왕 사울과 가까이 있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3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생명 같이 사랑하여 더불어 언약을 맺었으며 

'요나단은...더불어 언약을 맺었으며' 
이것은 상호간의 우정, 신뢰, 사랑을 계속 유지하자는 엄숙한 약속으로서, 아마도 이러한 신뢰.우정이 자신들의 당대 뿐 아니라 후손들의 대(代)에 이르기까지 영속적으로 지속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을 것이다(20:14-16, 23:18). 결국 다윗과 요나단은 혈연관계 보다도 더 진한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들이 이렇게까지 자신들의 우정을 높이 승화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동기는 무엇보다도 상호 변치않는 여호와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20:42). 그리고 결국 이러한 언약은 요나단 편에서나(19:4, 5, 20:17-29), 다윗 편에서나(삼하1:17-27, 9:1-7, 21:7)죽을 때까지 신실하게 이행되었다.

4 요나단이 자기가 입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었고 자기의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그리하였더라 

'겉옷을...다윗에게 주었고' 요나단의 이같은 행위는 언약을 확증하고 그 표징을 남기기 위한 행위였다. 한편 여기서 '겉옷'(메일)은 상류층 인사들이 입었던 외투(robe)로서, 이는 곧 요나단 자신이 사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공적으로 능히 과시할 수 있는 외적 표시였다. 따라서 당시 합법적으로 인정받던 사울 왕의 후계자 요나단으로부터 다윗이 그같은 의복을 언약의 징표로 인계받았다는 사실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그 군복...칼...활...띠도 그리하였더라' 이처럼 자신의 의복을 벗어 준다던지, 또는 자신의 무기를 상대방에게 선물로 주는 것 등의 행위는 고대에 있어서 용사들간에 상호 우정이나 혈맹 관계를 다지고 돈독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흔히 행해졌던 풍습이었다. 
한편, 여기서 다윗이 요나단으로부터 의복과 함께 이같은 무기를 넘겨받은 것은 (1) 당대의 정치적 실력자 사울에게서 무기를 일시 넘겨받은 것(17:38), (2) 당대의 군사적 영웅 골리앗으로부터 무기를 탈취한 사건(17:54) 등과 함게 다윗이 미구(未久)에 근동 지역을 장악할 정치, 군사적 영웅으로 부상하게 될 것을 능히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일들임이 분명하다.

5 다윗은 사울이 보내는 곳마다 가서 지혜롭게 행하매 사울이 그를 군대의 장으로 삼았더니 온 백성이 합당히 여겼고 사울의 신하들도 합당히 여겼더라

'군대의 장을 삼았더니' 
군대의 장'은 아브넬의 계급인 '군장'(軍長)과는 전혀 다르다(17:55).즉 13절에서야 다윗은 사울에 의해 천부장으로 세워진다는 점에서, 여기의 '군대의 장'은 백부장(白夫長)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본절은 다윗의 빠른 승진을 시사해 주는 구절이다.

'온 백성이 합당히 여겼고' 문자적으로 '모든 백성들의 눈에 선했다'(창 1:12,31). 이같은 언급은 결국 다윗이 미래의 왕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차츰 닦여져가고 있었음을 시사해 준다.

'사울의 신하들도 합당히 여겼더라' 이것은 백성들의 경우와 더불어 다윗의 명성이 궁궐 안팎에서 점차 높아져가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아울러 이것은 다윗이 정치적 경쟁심. 질투 등을 초월하여 칭송을 받았다는 점에서, 다윗의 인격, 처신이 대단히 훌륭했음을 암시해 준다.

6 무리가 돌아올 때 곧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 여인들이 이스라엘 모든 성읍에서 나와서 노래하며 춤추며 소고와 경쇠를 가지고 왕 사울을 환영하는데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 여기서 '블레셋 사람은 정관사와 더불어 단수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에서 '골리앗'을 가리킨다(17:10, 16, 23,26, 37, 41-43, 48, 51, 57). 따라서 본 전투는 엘라 골짜기의 전투를 가리키는데, 그 전쟁은 골리앗을 죽인 후에도 나머지 블레셋 군대를 쳐부수는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된 대전투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전투의 특징은 역시 다윗과 골리앗과의 일대일 결투 장면으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묘사된 것같다. 그러므로 본 구절은 바로 그러한 긴 엘라 골짜기의 전투가 최종 마무리 되고, 마침내 이스라엘 군대가 사울과 다윗을 앞세우고 왕성(王城)으로 개선하는 때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여인들이...노래하며 춤추며' 고대 근동 사회에서 여인들의 이러한 가무(歌舞) 행위는 절기나 승전 등의 사유로 매우 기쁠 때 축제적인 분위기 가운데서 행해졌었다(출 15:20, 삿 11:34).

7 여인들이 뛰놀며 노래하여 이르되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한지라

'노래하여' (아나)란 말은 문자적으로는 단순히 '대답하다'란 의미이다. 그러나 여기처럼 음악적 용어로 사용될 때에는 서로 주고 받는 형식, 즉 교차적으로 노래하는 교창(交唱)을 가리킨다(21:11, 29:5).

8 사울이 그 말에 불쾌하여 심히 노하여 이르되 다윗에게는 만만을 돌리고 내게는 천천만 돌리니 그가 더 얻을 것이 나라 말고 무엇이냐 하고 

'그의 더 얻을 것이 나라밖에 무엇이냐' 결국에는 "왕의 자리마저 그에게 돌아가겠구나"(공동 번역)란 뜻이다. 사울의 우려와 불안 기저(基底)에는, 아마도 일찍이 사무엘에 의행 선언되었던 바(13:14, 15:28) 자신의 폐위와 후임자의 등장이라는 현실적 문제 인식이 깔려있은 듯하다. 실로 이방의 침입자(골리앗)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위기적 상황 가운데서, 왕으로서 사울은 속수무책인데, 한 목동이 나와서 그 침입자를 제거해 버렸다면, 그것은 곧 왕직의 이동을 의미하는 징표가 되는 것이다.

9 그 날 후로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였더라 

10 그 이튿날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사울에게 힘있게 내리매 그가 집안에서 정신없이 떠들어대므로 다윗이 평일과 같이 손으로 수금을 타는데 그 때에 사울의 손에 창이 있는지라 

'그 이튿날' 블레셋과의 승전을 기념하는 공개적 환영 행사가 벌어진 다음 날을 가리킨다. 그 환영 행사에서 사울은 여인들의 노래(7절)를 통해자신보다 다윗이 더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질투와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고(8절), 결국 그 일로 인해 밤새 잠못 이루고 설치는 통에 그 마음은 악신(惡神)이 임하기에 좋은 터전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의 부리신 악신이...힘 있게 내리매' 이 강신(降神) 현상은 차기의 왕으로 예정되어 있던 다윗에 대해 사울이 가지고 있던(9절) 극심한 피해 의식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는 점에서, 사울의 왕위 폐위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 선언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하나님은 그때 이같은 현상을 통해 사울로 하여금 왕권에 대한 미련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하시려 한 듯하다. 
그리고 여기서 '힘있게 내리다'(찰라흐)란 말은 '앞으로 세게 밀다', '터져나오다', '강력하게 다가오다'란 의미로서, 곧 돌진해오듯 힘있게 닥쳐오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악신의 적극적인 활동 상태를 시사하는데, 이는 사울에게 최초로 악신이 임했을 때의 상황보다 더 악화된 상태이다. 결국 악신의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은 하나님의 묵인하에서 이루어지는 일로서, 이는 사울의 종말이 가까왔음을 강력히 암시 하는 징조인 것이다. 한편 '하나님의 부리신 악신'에 대해서는 16:14 주석을 참조하라.

'그가 집안에서 정신없이 떠들어대므로' 
문자적으로는 '예언하다'(prophesy KJV, NIV)란 의미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말이 재귀적 사역형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이교적 성격의 헛소리로 이해함이 타당하다(19:20, 21, 23, 24, 왕상 18:29, 렘 23:13). 즉 재귀적 사역형의 동사로 표현된 사울의 이같은 행위는 황홀경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탈인격적(脫人格的) 행위로서,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채 마치 미친 자처럼 마구 말을 내뱉는 '헛소리' 또는 '지껄임'(rave, RSV)을 가리킨다.

11 그가 스스로 이르기를 내가 다윗을 벽에 박으리라 하고 사울이 그 창을 던졌으나 다윗이 그의 앞에서 두 번 피하였더라 

12 여호와께서 사울을 떠나 다윗과 함께 계시므로 사울이 그를 두려워한지라 

'사울이 그를 두려워한지라' 이것은 사울이 다윗을 일개 경쟁 상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하였음을 가리킨다. 이같은 단정은 여기의 '두려워한지라'(야레)는 말이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신적인 경외를 가리키는 단어라는 점에서 확실시 될 수 있을 것이다(창 22:12, 출 9:20, 왕상 18:3). 
아무튼 사울이 다윗을 두려워하게 된 근본 원인은 '하나님이 자신을 떠나 다윗과 함께 하신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즉 버림받고 거절당한바 된(13:13, 14, 15:26) 사울은 하나님과의 동행으로 만사 형통하는 다윗을 볼 때마다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3 그러므로 사울이 그를 자기 곁에서 떠나게 하고 그를 천부장으로 삼으매 그가 백성 앞에 출입하며 

'떠나게 하고 천부장을 삼으매... 백성앞에 출입하며' 
사울은 틀림없이 다윗을 변방의 일선 지휘관으로 보내버림으로써, 잦은 전투로 인해 거의 목숨이 위태하게 되기를 바랐으며, 아울러 다윗의 정치적 역량이 중앙의 상류 계층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게 하려고 했을 것이다.

14 다윗이 그의 모든 일을 지혜롭게 행하니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니라 
15 사울은 다윗이 크게 지혜롭게 행함을 보고 그를 두려워하였으나 

하나님께서 자신을 버리고 다윗과 함께 한다는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사울의 두려움은 악신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점차 다윗을 향한 광기적(狂氣的) 증오로 발전된다.

16 온 이스라엘과 유다는 다윗을 사랑하였으니 그가 자기들 앞에 출입하기 때문이었더라 

'온 이스라엘과 유다는 다윗을 사랑하였으니' 이것은 다윗이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초월하여 거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한편, 이전의 몇몇 경우처럼(11:8, 15:4) 여기서도 '이스라엘'과 '유다'가 구별되어 기록된 것은, 본서가 반드시 왕국 분열 이후 시대에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표현이 아니다. 다만 사울과 다윗의 당대에도 유다 지파와 나머지 이스라엘 지파간에 주도권에 관한 알력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는 표현으로 이해 가능하다.

'그가...출입함을 인함이었더라' '출입하다'(요체 와바)란 말은 직역하면 '나가고 들어오다'(go out and come in, KJV)란 뜻인데, 이는 곧 자신이 맡은 고유한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공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성경의 관용어이다(12:2, 29:6, 민 27:17, 신 31:2, 수 14:11, 삼하 5:2, 왕상 3:7, 대하 1:10, 렘37:4, 행 1:21). 이런 견지에서 여기의 이 말은 천부장으로서 다윗의 성공적인 군사 역할 수행을 의미한다(5, 14, 15절).

17 사울이 다윗에게 이르되 내 맏딸 메랍을 네게 아내로 주리니 오직 너는 나를 위하여 용기를 내어 여호와의 싸움을 싸우라 하니 이는 그가 생각하기를 내 손을 그에게 대지 않고 블레셋 사람들의 손을 그에게 대게 하리라 함이라 

'맏딸 메랍을...주리니' 일찍이 사울은 골리앗을 이기는 자에게 딸을 주리라고 약속했었다(17:25). 그런데 그 약속은 즉시 지켜지지 않고 상당히 지연된 것 같은데, 그이유는 (1) 사울의 변덕스런 성격과 (2) 다윗의 연소한 나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울은 다윗이 백성들의 신뢰와 사랑을 점차 크게 받게되고, 그의 나이도 점차 성숙해지자 이제 그 약속을 더이상 지연시킬 명분이 없었다. 때마침 사울은 자신의 약속도 지킬겸 다윗을 제거시킬 음흉한 계획을 가지고 자신의 약속 이행을 수행코자 한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하여' 이 말은 딸과 결혼하려는 자는 그 딸의 아버지에게 그에 합당한 예물을 제공해야 했던 고대 중근동의 결혼 풍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창29:15-20, 25-27). 따라서 사울 왕은 그러한 결혼 예물 대신 전쟁터에서 이스라엘의 적들과 용맹히 싸워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울 왕의 이러한 요구는 부당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울은 이미 결혼 예물대신 골리앗을 이기는 것 자체로 자신의 딸을 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17:25). 그러므로 사울은 아무런 또다른 조건이나 요구없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해야만 할 의무가 있었고, 반면 다윗은 당연히 사울 왕의 사위가 되는 명예를 누릴 권리가 있었다(F.R. Fay).

'용맹을 내어...싸우라' 
그로 말미암아 큰 전과(戰果)를 올리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다윗으로 하여금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도록 함으로써 전장(戰場)에서 죽게끔 하려는 음모에 따른것이었다(13절, 삼하 11:14, 23-25).

'생각하기를' '마음에 이르기를', '스스로 이르기를' 
등과 같은 표현으로, 곧 독백(獨白)이나 심중(心中) 의지를 나타내는 성경의 관용 어법이다.

18 다윗이 사울에게 이르되 내가 누구며 이스라엘 중에 내 친속이나 내 아버지의 집이 무엇이기에 내가 왕의 사위가 되리이까 하였더니 

'내가 누구며...내 아비의 집이 무엇이관대' 다윗의 순수하고 겸손한 이 고백은 사울왕의 간교하고 음흉한 제안과는 날카롭게 대조된다. 즉 사울이 자기 딸을 이용하여 교활한 방법으로 다윗을 죽이고자 획책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다윗은 자신과 아비의 집 신분이 사회, 정치적으로 비천하고 무명함을 겸손하고도 정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다윗의 이러한 고백은 결국 자신이 골리앗과 싸운 이유가 형들이 오해했듯(17:28) 사울 왕이 내건 명예와 부의 보상에 조금도 유혹된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로 다윗은 이전 자신의 목동의 신분을 사랑했을 뿐, 부마(駙馬)의 신분을 연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자를 들어 왕의 자리에까지 올리우신다.

19 사울의 딸 메랍을 다윗에게 줄 시기에 므홀랏 사람 아드리엘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딸 메랍을 다윗에게 줄 시기에' 이것은 기한적인 의미보다는 여건의 성숙을 뜻하는 표현이다. 즉 당시 다윗은 사울의 표면적 주문대로(17절) 블레셋 족속과 용감히 싸워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을 것이다.

'므홀랏 사람 아드리엘에게...준 바 되었더라' 이같은 사울의 처사는 메랍이 다윗을 사랑하지 아니했기 때문(20절)이라기 보다는 다윗에 대한 사울의 증오심과 그자신의 변덕스러운 성격에 기인한 것임이 분명하다. 어쩌면 사울이 므홀랏 사람 아드리엘로부터 많은 패물을 제공받았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 결혼의 불합리성은 결국 이 결혼이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로써 확증되고 말았다(삼하 21:8). 
한편 '므홀랏'은 갈릴리 호수 남방 약 37km 지점의 요단 서쪽 강뚝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 

20 사울의 딸 미갈이 다윗을 사랑하매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알린지라 사울이 그 일을 좋게 여겨 

'미갈이 다윗을 사랑하매' 이때는 다윗과 메랍의 결혼이 깨어진 후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난 다음인 듯하다. 메랍과 다윗의 결혼이 약속됐을 때만해도 사울의 작은 딸 '미갈'은 아직 결혼 적령기에 도달치 못했을 것이다.

'사울이 그 일을 좋게 여겨' 이것은 사울이 다윗을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는 또한번의 기회를 포착했음으로 인하여 기뻐했다는 뜻이다(17, 21절)

21 스스로 이르되 내가 딸을 그에게 주어서 그에게 올무가 되게 하고 블레셋 사람들의 손으로 그를 치게 하리라 하고 이에 사울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오늘 다시 내 사위가 되리라 하니라 

'딸을...주어서...올무가 되게 하고' 
이 말 속에는 자신의 딸을 이용하면서 까지 다윗을 올가미로 덧씌우려는 사울의 간악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22 사울이 그의 신하들에게 명령하되 너희는 다윗에게 비밀히 말하여 이르기를 보라 왕이 너를 기뻐하시고 모든 신하도 너를 사랑하나니 그런즉 네가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이 가하니라 하라 

본절은 작은 딸 미갈을 아내로 주겠다는 사울 왕의 제안(21절)에 대하여 다윗이 크게 신뢰하지 않았으며, 사울 자신도 다윗이 그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음을 보여 준다. 바로 이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사울은, 다윗에 대한 자신의 제안이 맏딸 메랍의 경우(19절)와는 달리 반드시 이해될 것임을 다윗에게 확신시킬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따라 자신의 설득(21절)과 병행하여 신하들로 하여금 다윗을 설득케 했던 것이다. 
한편, 여기서 다윗이 사울의 제안을 신뢰하지 않고 탐탁치 않게 여긴 까닭은 분명 (1) 맏딸 메랍의 경우처럼 미갈과의 결혼도 사울의 변덕스런 마음 때문에 성취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았으며(19절) (2) 왕의 딸을 데려올 때 왕에게 지불해야 할 막대한 '폐백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23, 25절).

23 사울의 신하들이 이 말을 다윗의 귀에 전하매 다윗이 이르되 왕의 사위 되는 것을 너희는 작은 일로 보느냐 나는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라 한지라 

24 사울의 신하들이 사울에게 말하여 이르되 다윗이 이러이러하게 말하더이다 하니 

'왕의 사위 되는 것을...경한 일로 보느냐' 
이것은 왕의 사위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부담이 뒤따름을 가리키는 말이다(25절). 그러므로 결국 다윗의 이 말은, 메랍과의 결혼이 성사되지 못한 주요한 이유를 사울 왕의 변덕, 사회적 신분의 차이등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왕의 사위가 되기에 합당한 막대한 폐백금 지불 능력의 부재(不在)로 인식했음을 암시해 준다.

25 사울이 이르되 너희는 다윗에게 이같이 말하기를 왕이 아무 것도 원하지 아니하고 다만 왕의 원수의 보복으로 블레셋 사람들의 포피 백 개를 원하신다 하라 하였으니 이는 사울의 생각에 다윗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죽게 하리라 함이라 

'포피 일백'은 금전, 재물이 아닌 노력 봉사로써 '폐백'을 대신할 수도 있었던 고대의 풍습과 잘 부합된다(창 29:15-30, 수 15:16, 삿 1:12). 포피는 남자 생식기의 포피(包皮)를 말하는 것으로서(창 17:11-14), 이는 반드시 사람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었다(27절).

'다윗을 블레셋 사람의 손에 죽게 하리라' 
사울의 요구대로 다윗이 블레셋 사람의 양피를 벨 경우, 그 행위는 곧 블레셋 족속을 할례받지 못한 족속이라고 모욕하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다윗이 그 일을 행하게 되면 그는 블레셋 족속의 민족적 분노를 사게 될 것임며, 끝내는 군사적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더욱이 양피를 베는 행위는 대외적인 명분이 서는 공식 전쟁이 아니라 사적(私的)인 목적을 위해서 수행되는 전투이므로 그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생명을 건 모험을 감행해야만 했다. 결국 사울의 이 같은 제안을 자신의 정적 다윗을 블레셋 사람의 손을 빌려 죽이기 위한 주도 면밀한 계책이었다.

26 사울의 신하들이 이 말을 다윗에게 아뢰매 다윗이 왕의 사위 되는 것을 좋게 여기므로 결혼할 날이 차기 전에

'왕의 사위 되는 것을 좋게 여기므로' 다윗이 사울의 음흉한 계책을 전혀 의심치 않은 채, 단지 사울의 제안을 성실히 수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아마도 다윗은 사울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자 그의 사위가 되기로 작정했는지 모른다.

'만기가 되지 못하여서' 폐백금으로 사울이 다윗에게 양피 일백을 요구한 기한이 이르기 전에 다윗이 일어나 그 일을 수행하였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27절의 내용과 연결된다.

27 다윗이 일어나서 그의 부하들과 함께 가서 블레셋 사람 이백 명을 죽이고 그들의 포피를 가져다가 수대로 왕께 드려 왕의 사위가 되고자 하니 사울이 그의 딸 미갈을 다윗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부하(아나솨우)' 이 단어는 여기서 복수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시 천부장의 지위에 올라있던(13절) 다윗의 휘하 병력들을 가리킴이 분명하다.

'딸 미갈을 다윗에게...주었더라' 이같은 사울의 행위는, 후에 그가 미갈을 다른 사람에게 또 다시 주었다는 사실에서 볼 때(25:44), 마지 못해 취해졌던 것임이 분명하다. 즉 블레셋 사람의 손에 다윗이 죽기를 바란 자신의 계책과는 달리, 오히려 다윗이 자신의 요구에 갑절이나 부응하는 용맹을 떨침으로써, 공개적인 왕의 약속상 어쩔수 없이 딸 미갈을 다윗에게 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28 여호와께서 다윗과 함께 계심을 사울이 보고 알았고 사울의 딸 미갈도 그를 사랑하므로 
29 사울이 다윗을 더욱더욱 두려워하여 평생에 다윗의 대적이 되니라 

'여호와께서 다윗과 함께 계심' 이것은 다윗이 차기의 왕으로서 하나님에 의해 지명되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객관적 표시였다(12절).

여기서 미갈이 다윗을 사랑한 일 때문에 사울이 다윗을 더욱 두려워한 까닭은 다음과 같다. 즉 (1) 미갈은 다윗을 사랑하는 까닭에 사울의 계략으로부터 그를 보호할 것이 분명하며 (2) 다윗이 자신의 딸로부터도 사랑을 받을만큼 흡인력있는 인물임이 명명백백히 밝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의 '더욱 더욱 두려워하여'란 말은 12절의 '두려워한지라' 또는 15절의 '두려워하였으니'보다 한층 심각한 공포심을 가리킨다.

'평생에...대적이 되나라' 이같은 언급은 사울이 죽을 때까지 계속 다윗을 죽이려 했었던 이후의 역사적 사실로써 능히 증명된다.

30 블레셋 사람들의 방백들이 싸우러 나오면 그들이 나올 때마다 다윗이 사울의 모든 신하보다 더 지혜롭게 행하매 이에 그의 이름이 심히 귀하게 되니라 

'더 지혜롭게 행하매' 이것은 형통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게끔 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다윗이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게 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다윗과 함께 하사 그를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5절 주석 참조.

'그 이름이 심히 귀중히 되니라' 
'이름'은 고대인들에게 한 사람의 인격 전체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귀중히 되니라'(야카르)란 말은 '영광을 받다', '존경을 받다'란 뜻이다. 결국 본절은 사울의 책략으로 다윗을 위험한 전장에 내보낼 때마다 오히려 다윗이 그 전쟁을 통해 혁혁한 무훈을 세움으로써, 용장(勇將)과 지장(智將)으로서 다윗의 명성이 이스라엘 뿐 아니라 주변의 적대국들에게조차 알려지고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자는 어떠한 역경을 만난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전화위복의 역사가 일어난다. 한편, 그러나 이처럼 다윗이 전공을 통해 백성들로부터 사랑과 신앙을 한몸에 받으면 받을수록 사울은 더욱 더 두려움, 질투, 증오심에 사로잡혀 자윗을 죽이는데 혈안이 되었다. 이로써 다윗에 대한 사울의 계속되는 살해 음모와 다윗의 정처없는 도피 생활의 역사가 이후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