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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내래 죽어도 순종합네다> P6

LNCK 2023. 3. 30. 09:53

[Ep6. 오디오북] 최광 선교사의 탈북자 선교 실화 - YouTube

◈도서 <내래 죽어도 순종합네다> P6                          <지난 글 보기>

◑2부 4장. 회개를 시작하다

때론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배짱이 더 좋았다. 
통독이 시작되고 한참을 지나도 위층에 있는 여학생들이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면 성근 선생이나 순교 선생이 올라가서 문을 두드리며 재촉했다. 
'얘들아, 통독 시작했어. 빨리 내려와!' 

아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휴대전화 하는 친구는 휴대전화 하고 
자는 친구는 그냥 쿨쿨찼다. 
조금 후에는 내(최광 목사)가 올라가서 문을 두드려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없는 줄 알고 그냥 내려갔지만 
이 녀석들이 안에 있으면서도 배짱부리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남학생들을 올려보냈다. 남학생들은 문을 안 열어도 
지금 안에서 누가 뭘 하고 있는지 빤히 들여다 보듯이 안다. 

이 때문에 문을 두드리는 것도 점잖게 하지 않는다. 
쾅쾅두드리다가 기척이 없으면 발로 막 차면서 소리쳤다. 
결국 대답해서 나오게 하고야 말았다. 

영민이가 매번 심부름을 다녀야만 했다. 
저쪽 방에 올라가서 잠꾸러기 유정이를 두들겨 깨워놓고 내려오면 
이번에는 이쪽 방으로 올라가서 굴 속에 숨어 있는 다람쥐를 몰아내듯이 
민혜를 붙잡아 내려왔다. 

통독 시간도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조는 것은 여전했다. 
학교가 지하실이다 보니, 공기가 탁하고 아무리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 
조금만 뭘 해도 쉽게 지치고 피곤해졌다. 유정이가 제일 많이 조는 것 같았다. 

 

어느 하루도 졸지 않는 날이 없는 것 같았다. 

가끔 졸지 않는 날이 있기도 했다. 그럴 때면 뭔가 좀 이상했다. 

 

한 학생은 눈을 크게 뜨고, 손에 든 볼펜만 응시하듯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하도 오랫동안 그렇게 하고 앉아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눈을 뜬 채로 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잘 수도 있나?'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니 자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통독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잔등을 철썩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섬세한 여자애라 그러지도 못했다. 

영민이는 아예 들키지 않고 잘 수 있는 자기만의 비법을 계발해 놓았다. 
정자세로 곱게 앉아 머리를 약간 숙이고 성경책을 들여다 보았다. 

책상 아래 발은 규칙적으로 흔들거리고 있다. 
앞에서 보면 꼭 모범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이다. 그러나 자고 있다. 
자면서 발을 흔드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민혜도 몇 달 동안 졸음과 싸우다가 좋은 방법을 계발했다.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면서 통독하는 것이다. 
매일 한 사발이나 되는 해바라기 씨를 까먹어야 했다. 

점심이 되면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밥도 안 먹고 숙소로 올라가
기절한 것처럼 뻗어 자버렸다. 
어느 날은 해바라기 씨를 입안에 잔뜩 쑤셔넣고 졸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지 숙소로 도망가 버렸다. 

이럴 때 성근 선생은 못 본 척 해주었지만, 순교 선생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 
좇아 올라가 숙소 문을 두드렸다. 
민혜는 쾅쾅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그대로 자 버렸다. 

달콤하게 자고 있는 민혜의 꿈 속에 순교 선생이 나타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따졌다. 
'왜 통독 시간에 올라갔어?' 
'제일 앞에서 어떻게 뻗어잡니까? 그래서 그냥 올라와 잤어요.' 
꿈과 동시에 잠도 깼다. 시계를 보니, 어머 벌써 세 시 반이다. 
조금만 자고 내려간다는 게 너무 많이 자 버렸다. 

서둘러 통독실로 내려왔더니 순교선생이 꿈에서 본 것과 똑같이 물었다. 
민혜도 얼떨결에 꿈에서와 똑같은 말을 해버렸다. 

순교선생이 몇 마디 말을 하고 가자, 민혜는 어처구니없어 투덜거렸다. 
'순교 선생님은 내 꿈에도 마구 들락거리면서 잠 못 자게 하네, 참 대단하다.' 

학생들이 통독 시간에 조는 것 때문에, 나는 참 많이 기도 했다. 
'하나님, 우리 학생들이 정말 성경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졸음이 참 큰 문제입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졸지 않게 해주세요.' 

저녁에 열심히 이 문제로 기도하고, 다음 날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인내를 가지고 끈질기게 기도 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는 기도 내용을 바꾸었다. '하나님 왜 가만히 계시나요?' 
내가 실망해서 통독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안에서 조용한 것이 와 닿았다. '인내는 자라는 것이다.' 

그랬다. 정말 그랬다. 
그들은 기계가 아닌 인격들이기에, 하나님도 그들에게 인내심을 넣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이 훈련을 통해 스스로 키워야 하는 품성이었다. (인내를 비롯한 인격훈련)

학생들은 지금 졸음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인내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인내심만 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내면에서 무엇인가 강해져 가고 있었다. 

또 그만큼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행동들에서 벗어나고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자라가고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시는 분이었다. 

▲이순중 전도사가 학생들에게 신디사이저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학생들 속에 소문이 퍼졌다. 

'이순중 전도사님이 신디를 무지 잘 가르친 데, 
한두 달이면 웬만한 노래는 다 반주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치는 사람이래' 

신디사이저 연습반이 만들어졌다. 
하루 중 유일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배우기로 했다. 

연습하고 배워야 할 사람들은 많았지만 신디는 한 대뿐이었다. 
다들 기다렸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배우기 시작했다. 

신디사이저 반이 만들어지자, 곧바로 통독 학교로 전화가 왔다. 
강남의 한 부잣집 딸이 유학을 가는데, 그 딸이 연습하려고 구입했던
한 달도 되지 않은 전자 피아노가 있으니, 필요하면 기증하겠다고 했다. 

당장 달려가서 싣고 왔다. 정말 좋은 전자 피아노였다. 
남학생들이 피아노를 들고 통독실로 들어오자, 여학생들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와 신기하다. 우리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니까 피아노가 생기네!' 

점심시간이면 다들 오후 통독을 위해서 통독실 불을 끄고 잠을 잤다. 
지하실이라 불만 끄면 한밤 중처럼 깜깜하고 고요해졌다. 

그러나 피아노가 들어온 후부터는 그러지 못했다. 시끄러워졌다. 
연습한다고 한편에서 뚱땅 거리고, 한쪽에서는 가르친다고 뚱땅 거렸다. 

다들 처음 배우는 피아노라 서툴렀지만 
그 소리가 나에게는 참 기분 좋게 들려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마음에는 돈이 전부였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이외에는, 다른 것은 관심이 없었다. 

이제는 그들이 성경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려고 한다. 
이제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고 꿈을 꾸고 있다. 

서툰 피아노 소리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살아나는 소리였다. 
나의 귀에는 어설픈 피아노 소리들이, 생명이 살아나는 소리로 들려왔다. 

아가페 사랑은, 사람을 하나님께 인도하고, 진리를 알게 하고 
바르고 선한 삶으로 데려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탈북자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그런 사랑이나 
자기들이 상상하는 사랑으로만 해석했다. 

사역자들에게도 그런 식의 사랑만 요.구하다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막 화를 냈다. 
그래도 나와 사역자들은, 언제 차오를 지 알 수 없는 텅 빈 그들의 마음에 
사랑을 부어 넣었다. 

그러면 차고 냉랭한 얼음 밑으로 흘러들어가 금방 사라져버렸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 

하지만 봄이 오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면서 두꺼운 얼음이 밑에서부터 녹듯이 
학생들의 변화는 내면에서부터 조용히 일어나고 있었다.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느껴지는 조용한 기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상처들이 치유되었다. 
상처가 치유된 자리에는 기쁨과 명랑함이 싹트고 자라났다. 

전에는 자기들끼리 조그마한 일에도 다투기만 하더니 
이제는 온유해지고 절제하기 시작했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속을 털어 놓았다.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고 
서로 이해하고 타협할 줄 알았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더욱 기분이 좋은 것은 
상처가 치유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꾸어보려고 시도하기 시작했고 
예전에 가졌던 잘못된 습관들도 애써 떨쳐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치유를 넘어 성장하고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찬양을 부르면서 흥분해 아멘을 남발하는 것을 변화라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참 변화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변화되고 
세상적인 삶의 방식을 버리고 
성경이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동적인 분위기와 음악이, 한순간에 감정의 고양 정도는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지속적인 변화는, 마음에 생명이 임하였을 때만 가능하다. 
또 나는 그것이 진짜 은혜받음 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인지 유진이가 화를 내고 있다. 
다시 불독 같은 얼굴을 해가지고, 아무거나 잡히면 박살릴 기세로 앉아 있다가 내뱉었다. 
'에이, 가서 술이나 마시자!' 
벌떡 일어나 걸상을 발로 걷어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길로 술집으로 걸어가던 녀석은 
갑자기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졌다. 
한참 서 있다가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들어가고 싶지 않은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한동안 갈등하더니 소리 질렀다. '아~ 이건 아니야!' 

학교에 들어오니 기도 시간이었다. 
유진이는 하나님께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유진이는 절절하게 하나님께 매달렸다. 
'선생님이 싫어서 이런 마음이 생겼습니다. 하나님 나 어떡합니까? 도와주세요!'

유진이의 마음속에 음성이 임했다. '다시 돌아온 것은 잘 했다' 
그 순간 분하고 억울했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지고 기쁨이 확 피어올랐다. 

기도시간이 끝나고 유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죄송해요'
나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녀석이 또 시험에 들었다가 회복했다는 것을 짐작으로 알고 다독거려 주었다. 

 

이렇게 유진이는 기도의 힘을 배웠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답답하다고 술 먹고 소리를 지르면, 마음에 나쁜 것이 들어옵니다. 
나쁜 행동은 나쁜 마음을 만들고, 그 마음으로 더욱 더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죄를 끊으려면 어찌됐든 기도해야 합니다.' 

그 후부터 유진이는, 기분이 나빠도 기도하고, 배가 아파도 기도하고 
머리가 아파도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유진이의 기도 라면 무엇이나 다 들어주시는 것 같았다. 
녀석이 아프다고 기도하면 곧바로 나았다. 

'어? 분명 아팠는데, 약도 안 먹었는데 왜 안 아프지?' 
유진이는 막 신기해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가 때로 아픈 것이 나아지지 않으면 
순교 선생에게 와서 기도해 달라고 떼를 썼다. 

순교 선생은 대견하다고 열심히 기도해 주었고, 그러면 또 나았다. 
유진이는 이렇게 고백했다. 
'이 감사한 마음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 하나님은 분명히 있구나. 
내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은 나를 보고 있구나.' 

그때부터 죽는 것도 개의치 않던 녀석이, 마음에 겁을 집어먹기 시작했고 
잘못된 행동들을 조심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유진이는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다. 
무엇이 잘 되어도 우연이고, 잘못되어도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유진이의 믿음이었다. 

이제는 자기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이 보고 계시고 
모든 것을 주관하신다는 것이 믿겨졌다. 
유진이는 하나님을 느끼고 있었다. 
  
철명이가 꽃뱀에게 물렸다. 
철명이가 깊은 밤중에 벌벌 떨면서 성근 선생을 찾아왔다. 
'전도사님, 큰일 났습니다. 이제 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철명이는 휴대전화로 중국에 있는 여인과 음란화상채팅을 했다. 
상대편 여인은 철명이와 놀아주면서, 철명이 몰래 모든 과정을 녹화했다. 
동시에 해킹프로그램으로 철명이의 휴대전화 안에 있는 전화번호부를 복사해 갔다. 

그리고 상대 여자의 얼굴이 돌변했다. 
'돈을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이 동영상을 
너의 휴대전화 안에 있는 모든 번호로 전송할 것이다.' 

철명이는 아찔했다. 이제는 통독도, 공부도 열심히 해서 
다른 삶을 살고 싶었는데, 이 정도는 나쁜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허물어지게 생겼다. 

여인은 수백만 원이나 되는 돈을 요구했다. 
철명이가 사정을 하고 빌고 빌어서, 겨우 백만원으로 합의를 보았다. 

성근 선생이 물었다. '백만원을 보내면 그 여자가 없던 일로 해준다고? 
그 정도로 양심있고 착한 여자가 이런 일을 한다고? 
꿈 깨! 너는 이제부터 조금씩 계속해서 뜯기다가 
나중에는 영혼까지 다 뜯길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요?' 
철명이는 머리를 감싸쥐고 땅에 주저앉았다. 

성근 선생이 격려해주었다. 
'네가 그 여인을 완벽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할래?' 

철명이는 뭐든지 다 하겠다.고 했다.
 
'차라리 잘 된 일이야. 이번 기회에 옛날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는 거야! 
네가 먼저 선수를 쳐. 네가 한 짓과 이 상황을 조금도 빼지 않고 
그대로 다 기록해서 네 전화번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네가 먼저 돌려! 

미안하다고... 이런 동영상이 올 것 같은데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용서해주면 고맙고 용서안 해줘도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이제는 정말 이런 삶을 떠나고 싶다고...' 

철명이는 손을 덜덜 떨면서 장문의 메시지를 작성하고 
휴대전화안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사방에서 문자들이 벌떼처럼 날아오기 시작했다. 
철명이는 수치와 부끄러움에 몸부림을 쳤다. 

성근 선생이 다시 말했다. '이게 바로 회개라는 거야! 
이제 너는 그 여자를 밟았다. 그 여자는 너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잃었어! 
죄는 숨기면 이렇게 돼! 그러나 회개하면 네가 죄를 밟게 되지! 
힘들지만 조금 기다려봐. 하나님 으로부터 응답이 올 거야' 

며칠 후 저녁기도 시간에, 철명이가 강대상 앞에 나가 섰다. 
통독 반 학생들에게도 자기의 죄를 고백했다. 

'나 정말 부끄럽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에게 내 죄를 고백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근 선생은 울었고, 학생들은 놀랐지만 정죄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힘내, 철명아!' 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 다음에 기적이 일어났다. 
유정이, 에스더, 요한이 등 모든 학생이 강대상에 나가 
철명이와 같이 자신들의 죄를 고백했다. 

그날 기도 시간은 열띤 회개 집회장이 되었다. 
은혜를 받기 시작하니, 통독반 학생들은 배운 말씀들 때문에 
순종되지 않는 자기들 모습 때문에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광수는 전도사님에게 하소연했다. 
'이제는 담배도 끊고 술도 끊었더니, 옛날 친구들이 다 없어졌어요. 
그렇다고 통독 반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속하지 못해요. 
주말이면 통독반 학생들이 다 집으로 흩어지고 교회에 혼자 남으면 
나는 갈 곳이 없어요. 갑자기 혼자가 된 것 같은 게 너무 외로워요.' 

다른 학생들은 이렇게 호소했다. 
'이제는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선한 행동도 하고 싶어요.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 악한 것들이 가득해져서 너무 힘들어요.' 

학생들이 갈등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세상을 떠나, 하나님의 세계로 들어올 때 겪는 갈등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은혜였다. 갈등할 수 있고 몸부림을 친다는 것은.. 건강한 시작이다. 
말씀을 지식적으로 받게 되면, 자꾸만 그 말씀으로 
이웃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참 은혜를 받으면, 그 말씀으로 자기를 판단하고 자기 죄를 보게 된다. 
그렇게 점점 온전한 사람으로 변화되고 다듬어지게 된다. 

처음 은혜를 받으면서, 통독반 학생들도 말씀으로 자꾸만 상대방을 보았다. 
'저희는 저러고, 저 사람은 이래서 싫다고... 
누구는 앞에서는 기도도 잘하고 사람들이 볼 때는 열정적인데 
사생활은 자기 마음대로이고, 자기 중심적이라고.. 
그래서 시험 들었다고' 자꾸만 남 탓만 했다. 

그러면서 뛰쳐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옆 사람에게서 나쁜 것이 보이면 
상대방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자기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들지만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바로 신앙을 위해 자기 자신과 싸움 하며 갈등하는 일이다. 

어떤 학생들은 기도 시간에 자기 안에 있는 못된 습관들, 죄를 보며 
도와달라고 울면서 기도했다. 
세리와 창기들이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자기들이 죄인이라는 것을 빨리 쉽게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었고 은혜받을수 있었다.
은혜를 많이 받을수록 자기 죄가 많이 보이고 
정직하게 회개할수록 더 많은 은혜를 받게 된다. 

◑2부 5장, 함께 하시는 하나님 

사람이 하나님과 점점 가까워지게 되면 
그만큼 신기한 초능력도 자꾸만 나타나서, 신령한 사람이 되어 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김광신 목사님의 경우를 보면, 그 정반대임을 알 수 있었다. 
김 목사님은 하나님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단순해지고 아이 같아지셨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있으니, 전부 맡기고 의지하고 살아가면 
많은 능력도, 재산도, 초능력도 필요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김광신 목사님은 그렇게 큰 목회를 하셨지만, 재산이 전혀 없으셨다.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재산인 서울의 아파트도 
팔아서 선교하는 일에 헌금하시고 
선교현장에서 순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셨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계신다. (1935~2022)

김광신 목사님은 깜짝 놀랄 정도로 계산을 안 하셨다. 
우리 선교센터(통독학교)에 많은 돈을 후원하시면서도 
'어디에다 썼는가, 어떻게 썼는가?'를 묻지 않았다. 

그저 한국에 오실 때마다 찾아와서 강의를 해주시고 
통독하는 탈북학생들을 한참씩 바라보다가 돌아가셨다. 

옆에서 보좌하시는 분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 성도님 한 분이 하나님의 일에 써달라고 15억 원을 들고 
김광신 목사님을 찾아왔다. 

김광신 목사님은 그 돈을 받아, 10분 만에 세계 각국에 있는 선교현장에 나누어주었다. 
집사님은 자기 눈앞에서 그 큰돈이 바람에 날아가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다가 겨우 한마디 했다. 
'목사님, 참 쉽네요.' 

모든 것이 정밀한 숫자로 돌아가는 이 세상에 살면서 
계산하지 않는 것, 계획하지 않는 것, 그저 하루하루 아이처럼 순종만 하는 것,
그것이 큰 능력이고, 하나님과 진정으로 함께 사는 사람의 능력이다. 

나는 이것을, 선생들과 학생들에게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냥 믿어, 생각하지 마!' 

 

성근 선생이 이 말을 제일 힘들어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요?' 

 

나는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왔다. 선교회에 돈이 떨어졌다. 
항상 생계문제가 급한 것은 통독반 학생들이었다.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기에 
장학금에만 의존해 살아야 했다. 

급한 대로 있는 돈을 다 털어 장학금만 지급하고 
교역자들 사례비부터 시작해서 공과금들까지 내지 못했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한 달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지급해야 할 돈들이 쌓여가자, 여기저기서 스트레스 쌓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시 학생들 장학금을 지급해야 할 시기가 왔다.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오기로 했다. 
나는 집도 없고 재산도 없는 사람이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성근 선생을 불러서 말했다. 
'너 대출받을 수 있지?' 

성근 선생이 어이없어 나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지금 대출받아서 애들 장학금 주려고 합니까?' 

나는 그의 등을 떠밀어 보냈다. 
성근 선생이 마지못해 천오백 만원을 빌려 왔다. 

나는 기분이 좋아서 말했다. '스키 타러 가자!' 
성근 선생이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대출받아서 스키 타러 갑니까?' 

'스케줄이 이미 잡혀있고, 애들한테 광고까지 해버렸는데 이제 우짜노?' 
내가 난감해하자 성근 선생이 벌떡 일어나 통독실로 나갔다. 

성근 선생은 통독을 중지시키고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장학금이 제 날짜에 나오지 못한 것 때문에,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 알 거예요. 
지금 선교회 형편이 좀 어려워요. 
그러니 스키 타러 가는 일정은 보류하고 싶은데 
여러분이 좀 양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민혜는 단박에 입이 삐죽이 나와 버렸다. 
유정이는 큰 눈에 근심을 잔뜩 담고 쳐다보았다. 

남학생들은 '그러면 우리는 어쩌라고?' 하는 눈빛들이었다. 

'여러분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팀장들과 사역자들은 지난 달부터 사례비를 받지 못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스키장을 꼭 가고 싶나요?' 

학생들이 심드렁하게 호응했다. 

'그래요. 가지 맙시다.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갑니까?' 

스키장은 취소되었다. 학생들 장학금을 주고, 여기저기 밀린 돈 들을 갚았더니 
모래밭에 물을 부어 놓은 것처럼 대출 받았던 돈이 싹 사라져버렸다. 

나는 늘 돈이 떨어지면 혼자서 끙끙 앓지 않는다. 다 공개해 버린다. 
하나님이 나를 가난하게 만드시고는 
왜 내게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역을 시키는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부유하고 능력이 많아서 이런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공급하시며, 하나님이 이 사역을 하신다는 것을 
나도 분명하게 알고, 북한 사람들도 그것을 분명하게 보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들이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때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한 사람만이,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이, 위기가 다시 와도 의연히 버티고 설 수 있다. 

나는 광고시간에 돈이 떨어졌다는 것과 
성근 선생이 빌려온 돈도 다 없어졌다고... 
그래서 이제는 빚도 많아졌다고 자랑했다. 

'위기가 올 때 함께 나누고, 하나님이 해결해 주심을 함께 경험하는 것' 
이것이 학생들의 시선을 나에게서 하나님께로 돌리는 방법임을 
나는 오랜 사역을 통해 경험했다. 

몇 개월이 지나도 돈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학생들의 장학금만 간신히 공급하고, 사역자들의 사례비는 자주 주지 못하거나 
밀려주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성근 선생이 힘들게 말했다. 
'목사님, 어떻게 방법을 새롭게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다 같이 허물어집니다. 
교회도 통독학교도 다 허물어집니다. 
정말 중요한 일만 남기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선생들과 섬기시는 분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여러 선생을 모아놓고 돈 문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돈이 없으면 제일 첫번째는, 나부터 시작해서 교역자들이 사례비를 포기하세요. 
그래도 안 풀리면 통독반 학생들에게 안 받도록 권면해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전체에게 장학금을 포기하자고 말해 봅시다. 
그래서 애들이 흩어지면 흩어집시다.' 

성근 선생이 항의하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 닥치는 대로 일을 하십니까? 
계획을 정밀하게 세우고 계산하면서 선교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계산 안 하면 안 되나, 계획 안 하면 안 되나?'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 

성근 선생은, 내가 일하는 방식을 늘 답답해하고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은 무책임이 아니라 나의 믿음이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혹시 온다고 해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믿는다. (*믿음 방식)

하나님은 언제나 사랑에 목숨을 거는 사람의 편이다. 
일이 아니라 사랑을 하려고 목숨을 걸때,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이론도 신학도 아니다. 나의 오랜 사역 경험이다. 
사업과 사역에 차이는, '일이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사업은 사람이 일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일중심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사역은 하나님이 일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사람을 중심으로 하게 된다. 
이 마음으로 인해, 사역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위기가 와도 마음이 편하다. 

성경에서 다윗이 그랬다. 항상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해서 
그는 자기의 이익이나 성과를 위해서 양을 치지 않았다. 

그는 양들을 사랑했다. 이 때문에 곰이나 사자가 자기 양들을 물어 가면 
그저 손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에 설명할 수 없는 용기와 힘을 느끼면서 
달려가서 곰이나 사자의 입안에까지 들어간 자기의 양을 건져냈다. 

하나님이 함께하는 다윗은 언제나 안전했고 
그의 양들도 언제나 안전할 수 있었다. 

이 사역도 그랬다. 돈은 자주 떨어질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떨어진 적이 없었고, 오히려 가난속에서 사역은 점점 성숙해져 갔다. 

학생들이 아껴먹고 아껴쓰기 시작했다. 
광철이는 자기 아파트 관리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광철이의 임대주택을, 미국에서 손님이 오면 사용하는 선교회 숙소로 
사용하고 임대료를 내주기로 했지만 
광철이는 선교회에도 돈이 없는데, 그 정도 문제는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했다. 

 

풍족함이 아니라 가난속에서 학생들은 
자기들의 집과 같은 선교회를 아끼는 마음을 배우고 있었다. 

선교회의 경제 형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통장잔고는 늘 몇 백만원이 전부였다. 

돈이 떨어져 사역이 다 허물어질 것 같아 보였다. 
마치 아기새들로 가득 차 있는 둥지가 
실오라기 같은 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뭇가지에 간신히 붙어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바람이 불거나 연약한 끈이 끊어지면 
당장 떨어져 박살이 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그런 둥지같은 집에서 살면서, 북한 땅에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가는 거창한 미래를 계획하고 바라보며 
하루하루 훈련하면서 살아내야 했다. 

하지만 신기한 일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매일 먹을 것도, 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끊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실오라기는 즐기게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다들 불안한 눈으로 실오라기만 바라보면서 바들바들 떨며 살 것 같았지만 
통독반 학생들은 2천 년 전에 나무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의 이야기 때문에 울었다.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이제는 선교회를 위해서 뭐든지 한다고.. 어른들이 하던 방 청소며 부엌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등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서 하기 시작했다. 

자기 이불을 거두라고 해도 화를 발칵발칵 내던 유진이도 
방을 잘 정돈하고 청소를 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밖에 나가다가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으면 
깨끗하게 정리해놓고 나갔다. 

집사님이 혼자서 설거지를 하면, 같이 한다고 옆에서 부산을 떨었다. 
유진이는 담배를 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는데, 술이 끊어졌다. 

술은 좀 더 마시고 싶었는데, 그게 끊어지니 자기도 놀라서 눈이 커졌다. 
'술을 끊어주셨으니 담배도 언젠가는 끊게 해주시겠지 뭐..' 

말썽꾸러기들도 어디 딴 데로 가지 않고 통독에 참여했다. 
여전히 통독이 힘들어서 선생들에게 기를 쓰고 대들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너무 심하게 졸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또 화가 나면 뛰쳐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도 다시 들어와 통독했다. 
밖에서 사는 친구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을 듣고 
광철, 정철, 성철이가 또 뛰쳐나갔다. 

한 달 후 제일 먼저 뛰쳐나갔던 광철이가 다시 돌아왔다. 
선생들이 도대체 이해 못하겠다고 했다. 막 신기하다고 했다. 

광철이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아니 돈 잘 버는 좋은 직장도 생겼는데 
도대체 왜 다시 돌아오는 거니?'

'정말 죽을 지경으로 이 훈련이 싫어서 뛰쳐나가면 
이상하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통독 안 하는 애들은 일자리도 잘 생기고, 아무데나 가서 일도 막 하고 
잘 붙어 사는데, 도대체 우리한테는 일이 영 생기지도 않고 
또 어쩌다가 생기면 도대체 그 일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한 달 열심히 일하면 돈도 몇 백 만원씩 잘 벌고 그러는데 
마음이 죽으라고 내키지 않습니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데 일을 어떻게 합니까?' 

게임 중독자인 충혁이를 붙잡고 따져보았다. 
'너는 PC방에서 그냥 살지, 뭐하러 다시 돌아와?' 

충혁이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내가 게임만 하고 사는 게 아닙니다. 
게임 하다가도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목사님들의 설교도 듣고 
통독 학교에서 내준 말씀도 암송하고 그럽니다. 
그리고 나 이제 게임 끊었습니다. 왜 이런 거는 몰라 줍니까?' 

'정말?' 성근 선생이 못 믿겠다는 눈으로 충혁이를 바라보았다. 

'나 이때까지 쌓은 게임머니들도 통째로 싹 다 남에게 줬습니다.' 

'이놈아, 그게 돈이 얼만데? 그거 팔아 헌금이라도 하지 그랬어?' 
충혁이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가버리면서 말했다. 
'그냥 다 공짜로 줘 버렸습니다. ID 채로!' 

다른 학생들도 그랬다. 나가서 직장을 잡았다가도 
돈이 주는 무의미와 허무감에.. 
견디지 못하고 다시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려 통독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오면, 또 훈련이 지겹고 힘들어서 선생들에게 막 대들고 싸우면서도 
나가지 않았다. 

'하나님이 지금 이곳에 함께 하신다'는 말을 
어떤 말로 더 표현할 수 있을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고 
계속해서 '선교회가 어렵다. 돈이 없다. 그러니 기도하자' 하는 말들만 잔뜩 했다.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이 안전하고 튼튼한 손을 스스로 느껴야 
그것이 믿음의 분량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지나자 학생들은 '돈이 없다'는 말을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얼흥얼 이런 노래를 불렀다. 
'그래요. 우리는 돈이 없어요. 그러나 쌀독 에는 쌀이 떨어지지 않고 
기름병에는 기름이 언제나 넘쳐요.'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내 눈에는 돈이 너무 많아서 불행한 것 같아 보인다. 

주님이 그러셨다. '하루 먹을 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늘 아버지가 우리의 필요를 아신다'고 하셨다. 

그분은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고, 매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기로 약속하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산보다 더 많은 돈을 쌓아 놓고 
그 밑에서 깔려 죽을 것처럼 낑낑거리면서 
인생이 무겁다고, 고생스럽다고 아우성들이다. 

돈이 많아서 홀가분하고 편했던 적은 없었다. 
돈을 많이 주시면, 그것은 언제나 일을 많이 시키겠다는 하나님의 싸인이었지 
쌓아놓고 평안을 누리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사역이 확장될 때는, 돈이 있어야만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당히 부족한 것도 늘 은혜였다. 

몇 달 후 성근 선생의 돈을 돌려주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빙긋이 웃기만 했다. 
성근 선생이 불만스럽게 물었다. 
'아 하나님은 왜 어차피 주실 돈을 찔끔찔끔 답답하게 줍니까?' 

'돈을 쌓아 놓고 쓰면, 하나님이 안 보여, 믿음도 안 생겨!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짓이야. 
우리는 그분의 자녀들이기 때문에 공급받아서 사는 법을 훈련해야 해!' 

계산에 매달리게 만들어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은 세상이 파놓은 함정이고, 세상이 가진 능력이다. 

그 힘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큰 힘을 소유했다는 증거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이제 좀 보이니?' 

성근 선생은 입을 벌리고 한숨만 쉬었다. 
학생들이 돈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배짱이 생기기 시작하자 
조금씩 지갑을 열고 자기 돈으로 섬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요한이가 섬겼다. 
더운 여름날 여의도 공원으로 나가 암송을 하다가 다들 지쳐버렸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간절해졌다. 

요한이가 나섰다. '목사님, 제가 오늘 아이스크림 살게요. 마트갑시다!' 
요한이는 눈 앞에 모여 있는 두 세 명만 생각했지만, 
성근 선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향해 떠들었다. 

'야 야~ 빨리 오너라. 요한이가 아이스크림 산 단다. 
빨리 빨리 오너라. 오늘 우리 요한이 지갑 털어먹자!' 

병아리들이 모여 주는 소리 듣고 몰려오듯이 
학생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마트로 몰려 들어가버렸다. 

계산하고 나오는 요한이에게 성근 선생이 물었다. 
'괜찮아?' 

요한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 주에도 살게요!' 
성근 선생은, 다음 주에도 학생들을 몽땅 데리고 들어가서 
사먹게 하고 나오면서 물었다. '괜찮아?' 

요한이는 입술을 내밀더니 해보자는 식으로 말했다. '다음 번에도 살게요!'

광철이가 한동안 밖에 나가 일을 하다가 왔기에 돈이 좀 있었다. 
지갑안에 꽉 들어차 있는 만원짜리 들을 자랑하다가 
내가 들어오자 얼른 감추는 것을 보았다. 

나는 식사당번에게 점심 식사를 준비하지 말라고 하고는, 광고를 했다. 
'자 오늘 점심은 식당에서 맛있는 고기로 외식 한 번 합시다. 
광철이가 밖에 나가서 돈을 많이 벌어왔는데, 광철이가 삽니다!'

다들 '우와~' 하고 환성을 질렀다. 
주변에 제일 비싼 집으로 학생들을 몰고 가 
광철이 지갑을 몽땅 털어버렸다. 

고기를 먹으면서 성근 선생이 말했다. 
'목사님, 이건 좀 너무 세지 않나요, 광철이 시험 들지 않을까요?'

'저놈이 PC 방에서 저 돈 다 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거야.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도와주는 거야!' 

광철이도 인정하고 오히려 즐거워했다. 
그 후부터 통독반 학생들에게는 한 번씩 돌아가면서 식사를 사야 하는 
문화가 생겼고, 다들 기회만 되면 기꺼이 밥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