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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상20장 절별 해석 및 주석

LNCK 2023. 3. 14. 16:47

한글 주석 - HANGL NOCR

◈삼상20장 절별 해석 및 주석

1 다윗이 라마 나욧에서 도망하여 요나단에게 이르되 내가 무엇을 하였으며 내 죄악이 무엇이며 네 아버지 앞에서 내 죄가 무엇이기에 그가 내 생명을 찾느냐 

'다윗이 라마 나욧에서 도망하여' 
당시 다윗은 자신을 잡으러 라마 나욧까지 온 사울의 사자들 및 사울이 하나님의 신의 불가항력적 임재로 말미암아 황홀경의 심리 상태에 빠져 있을 때(19:20-24), 그 때를 호기(好機)로 삼아 그곳에서 도망할 수 있었다.

‘요나단에게 이르되’ 
다윗이 당시 사무엘의 선지학교가 있던 라마 나욧(19:18)에서부터 이스라엘의 수도로서 궁성(宮城)이 있던 기브아로 돌아온 것을 가리킨다. 다윗이 그때 사울로부터의 위협이 상존해 있는데도 기브아로 돌아온 까닭은 다음과 같다. 즉(1) 친구 요나단에게 사울이 자신을 계속적으로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2) 그럼으로써 요나단의 도움을 요청하고, 향후의 신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이었다(4절).
  
2 요나단이 그에게 이르되 결단코 아니라 네가 죽지 아니하리라 내 아버지께서 크고 작은 일을 내게 알리지 아니하고는 행하지 아니하나니 내 아버지께서 어찌하여 이 일은 내게 숨기리요 그렇지 아니하니라 

'부친이...알게 아니하고는 행함이 없나니' 이 말은 (1) 왕과 왕세자로서 사울과 요나단이 특별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2) 아울러 당시 요나단은 사울의 모든 정책 결정에 깊이 참여할 만큼 중요한 직위에 올라 있었음을 암시해 준다. 한편, 그런데 요나단의 이같은 말은, 그가 이때 사울이 다윗을 몇 차례 죽이려 했던 것을 다만 일시적 광기(狂氣)의 결과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따라서 요나단은 자신의 힘으로 다윗을 그러한 부친의 광기적 살인 시도로부터 충분히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다윗을 안심시키려 했던 것이다.

3 다윗이 또 맹세하여 이르되 내가 네게 은혜 받은 줄을 네 아버지께서 밝히 알고 스스로 이르기를 요나단이 슬퍼할까 두려운즉 그에게 이것을 알리지 아니 하리라 함이니라 그러나 진실로 여호와의 살아 계심과 네 생명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 

'요나단이 슬퍼할까 두려운즉' 
이것은, 사울이 다윗을 살해하려고 음모를 꾸몄을 경우 반드시 자신에게 알릴 것이라는 요나단의 호언 장담(2절)에 대한 다윗의 반론이다. 즉 사울은, 만일 자신이 다윗을 죽이려는 것을 요나단이 알면, 다윗과 두터운 우정 관계에 있는 요나단이 (1) 다윗이 살해되는 것을 매우 슬퍼할 것이며, (2) 따라서 틀림없이 다윗에게 그 음모를 누설할 것을 예측하고, 그러한 사실만은 요나단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이것을 알리지 아니 하리라' 
즉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는 자신의 음모를 아들 요나단에게 알릴 경우 그에 관한 비밀이 누설될 것이 틀림없고, 그래서 결국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것이므로 다윗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해도 결코 그에 관해서는 요나단에게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4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 마음의 소원이 무엇이든지 내가 너를 위하여 그것을 이루리라 

5 다윗이 요나단에게 이르되 내일은 초하루인즉 내가 마땅히 왕을 모시고 앉아 식사를 하여야 할 것이나 나를 보내어 셋째 날 저녁까지 들에 숨게 하고 

'월삭'은 매월 첫날을 가리킨다. 이때는 상번제 외에 속죄제를드려 지난 한달 동안 지은 죄를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받고 새 마음을 다지는 등의 종교적 행사와 아울러 민간 축제가 거행되었다(민 10:10,  28:11-1,  스 3:5,  느 10:33,  느10:33,  사 1:13). 

'내가 마당히 왕을 모시고...식사를 하여야' 
월삭 때의 식사는 아마도 가족이나 친척 단위로 함께 모여 공동 식사를 했던 것 같다. 따라서 다윗도 사울의 사위였으므로(18:27). 마땅히 사울의 식탁에 참석하여야 할 자격과 의무가 있었다.

'제 삼 일 저녁까지...숨게 하고' 다윗이 요나단에게 이같이 요청한 까닭은 관례상 월삭 잔치는 이틀 동안 계속되었으므로(27, 34절). 이에 따라 '제 삼일'에야 요나단이 자신에게 사울의 반응(30, 31, 33절)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에' 문자적으로는 '그 들에'이다. 이처럼 여기에 정관사 '그'가 붙었다는 사실은 여기의 '들'이 다윗이 이미 먼저 번에 숨었던 궁전 근처의 '들'이었음을 시사해 준다(19:2, 3).

6 네 아버지께서 만일 나에 대하여 자세히 묻거든 그 때에 너는 말하기를 다윗이 자기 성읍 베들레헴으로 급히 가기를 내게 허락하라 간청하였사오니 이는 온 가족을 위하여 거기서 매년제를 드릴 때가 됨이니이다 하라 
7 그의 말이 좋다 하면 네 종이 평안하려니와 그가 만일 노하면 나를 해하려고 결심한 줄을 알지니

여기서 다윗은, 왕의 식탁에 불참한 후 요나단을 통해 사울에게 전달될 변명에 대해 나타날 사울의 반응을 통하여, 사울이 자신을 향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

'매년제를 드릴 때가 됨이니이다.' '매년제'(a yearly sacrifice)는 가족 단위로 매년 1차씩 드려지던 제사를 가리킨다(1:3 주석 참조). 그러나 모세 율법에서는 매년 3대 절기(유월절, 맥추절, 수장절)를 맞이하여 세 차례씩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도록 명령한다(출 23:14-17,  34:24). 따라서 매년 1차씩만 드리는 여기의 '매년제'는 일종의 편의주의적 편법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여기의 '드릴 때'는 유월절, 맥추절, 수장절중의 하나였을 것이다(출 23:14-16). 즉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세 절기 중 자신들에게 편한대로 한 절기를 택하여 '매년제'를 드렸던 것같다. 아무튼 이처럼 이 제사는 율법에서 엄중히 명령되는 만큼, 다윗에게는 사울 왕이 베푼 월삭 잔치에 불참할만한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었다. 더욱이 그때 베들레헴에서 이 매년 제사가 그의 가족에 의해 드려진 것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좋다 하면...노하면' 요나단을 통해 전달될 다윗의 처사(6절)에 대하여 만일 사울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그것은 그가 다윗을 기뻐한다는 증거요, 만일 부정적으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사울이 다윗을 여전히 증오한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다윗은 그러한 방법을 통하여 사울의 마음을 알기를 원했는데, 이는 사울이 하나님의 신을 접한 이후(19:23, 24) 처음 그의 의향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다윗은 향후 자신에 대한 사울의 의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8 그런즉 바라건대 네 종에게 인자하게 행하라 네가 네 종에게 여호와 앞에서 너와 맹약하게 하였음이니라 그러나 내게 죄악이 있으면 네가 친히 나를 죽이라 나를 네 아버지에게로 데려갈 이유가 무엇이냐 하니라 

'네 종에게 인자히 행하라' 
이 말은, 다윗이 베들레헴에 매년제를 드리러 갔다는 요나단의 보고에 대하여 사울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를 가상해서 요나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다. 사실 사울이 죽이려 할 경우 다윗은 요나단의 도움을 받아 도망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여기의 '인자히'(헤세드)는 원래 명사로서 언약적 관계에 따라 베풀어지는 특별한 사랑 및 은총을 가리킨다.

'네가...너와 맹약케 하였음이니라' 다윗이 요나단에게 담대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던 근거는 요나단의 주관하에 맺어진 신실한 언약 때문이었다(18:3, 4). 다윗이 이처럼 단순한 우정이 아닌 언약 관계를 근거로 해서 도움을 호소한 까닭은 (1) 단순한 우정 관계는 부자(父子)관계보다 우선될 수 없으며 (2) 여호와 앞에서 그 이름으로 맺은 언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통념이었기 때문이다.

9 요나단이 이르되 이 일이 결코 네게 일어나지 아니하리라 내 아버지께서 너를 해치려 확실히 결심한 줄 알면 내가 네게 와서 그것을 네게 이르지 아니하겠느냐 하니 

10 다윗이 요나단에게 이르되 네 아버지께서 혹 엄하게 네게 대답하면 누가 그것을 내게 알리겠느냐 하더라 

'누가 그것을 내게 고하겠느냐' 이것은 사울로부터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에 관한 정보를 요나단이 입수했다고 해도, 사울의 방해, 협박 때문에 요나단이 자신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11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오라 우리가 들로 가자 하고 두 사람이 들로 가니라 

본절에서 요나단과 다윗은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신호를 만들기 위해 들로 나갔다.

'들' 문자적으로는 '그 들'이다. 이것은 말할 나위없이 사울 궁전 근처의 들판을 가리킨다(5절,  19:3).

12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증언하시거니와 내가 내일이나 모레 이맘때에 내 아버지를 살펴서 너 다윗에게 대한 의향이 선하면 내가 사람을 보내어 네게 알리지 않겠느냐 

'내일이나 모레' 월삭(月朔) 잔치가 벌어지는 이틀 동안을 가리킨다 <5절>.

'보내어' 이것은 요나단이 직접 전달하지 아니하고, 사자를 보내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다윗에 대한 부친 사울의 의향이 선하게 나타날 경우 요나단이 사자를 보내겠다고 한 까닭은, 그러한 경우에는 분명 사울의 마음이 누그러진 상태일 것이므로 사자를 보내도 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13 그러나 만일 내 아버지께서 너를 해치려 하는데도 내가 이 일을 네게 알려 주어 너를 보내어 평안히 가게 하지 아니하면 여호와께서 나 요나단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 여호와께서 내 아버지와 함께 하신 것 같이 너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니 

'여호와께서 내 아버지와 함께 하신 것 같이 너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니' 
이것은 결국 요나단이, 이스라엘의 왕권(王權)이 자신의 아버지 사울에게서 다윗에게로 넘어갔다는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었음을 뜻한다(14, 15절,  23:17).

14 너는 내가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내게 베풀어서 나를 죽지 않게 할 뿐 아니라 

본절에서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간청은, 고대 중근동에는 축출된 왕조의 가족들이 새로운 왕에 의해 몰살되는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삼하19:28,  왕상 15:29,  16:11).

15 여호와께서 너 다윗의 대적들을 지면에서 다 끊어 버리신 때에도 너는 네 인자함을 내 집에서 영원히 끊어 버리지 말라 하고 

'너는 네 인자를 내집에서...끊어 버리지 말라' 이것은 장차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사울의 가문은 멸망될 때에, 요나단 자신의 직계 후손만은 멸망되지 않도록 특별한 배려를 원한다는 뜻이다. 사실 요나단의 이같은 간청은 후일 다윗에 의해 받아들여져, 후에 요나단의 후손으로 다윗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삼하 9:6, 7).

16 이에 요나단이 다윗의 집과 언약하기를 여호와께서는 다윗의 대적들을 치실지어다 하니라 

'요나단이 다윗의 집과 언약하기를' 
이것은 요나단이 다윗에 대하여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자기 아비의 집과 다윗의 집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할 당시 상황에서, 요나단은 (1) 다윗을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차기의 왕으로 확신했으며(13, 14절,  23:17). (2) 그 사실을 아는 이상 자신의 후손들을 헛되이 죽게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같이 언약했음이 분명하다. 

17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사랑이 그를 다시 맹세하게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 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 

'요나단이...다시 맹세케 하였으니' 이는 요나단이 먼저 다윗을 도와줄 것을 맹세한 뒤, 이어 다윗이 후일 요나단의 후손들을 배려해 줄 것을 맹세하였음을 뜻한다. 그 맹세의 내용은 '여호와께서 사시거니와 만일 ...을 지키지 아니하면, 여호와께서 ...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란 말로 구성되었을 것이다(13절). 아무튼 이러한 맹세는 맹세한 쌍방 중 어느 한편이라도 그 맹약을 어긴다면 하나님께서 그를 친히 심판하실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18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내일은 초하루인즉 네 자리가 비므로 네가 없음을 자세히 물으실 것이라 

19 너는 사흘 동안 있다가 빨리 내려가서 그 일이 있던 날에 숨었던 곳에 이르러 에셀 바위 곁에 있으라 

'그 일이 있던 날에 숨었던 곳' 여기서 '그 일'은 다윗이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 왕의 음모 때문에 요나단의 도움을 받아 숨었던 사건을 가리킨다(19:1-3). 따라서 여기 '숨었던 곳'은 사울 궁전 근처의 은밀한 들을 가리킴이 분명하다.

20 내가 과녁을 쏘려 함 같이 화살 셋을 그 바위 곁에 쏘고 

'내가...살 셋을 그 곁에 쏘고' 여기서 요나단이 활 쏘는 것으로 신호(sign)를 삼으려 한 것은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자신이 직접 다윗에게 결과를 알려 줄 수 없게 될 경우를 대비키 위함인 듯하다. 한편 여기서 요나단이 화살을 셋씩이나 쏜 것은, 다윗으로 하여금 자신을 향해 쏘는 사람이 요나단임을 알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21 아이를 보내어 가서 화살을 찾으라 하며 내가 짐짓 아이에게 이르기를 보라 화살이 네 이쪽에 있으니 가져오라 하거든 너는 돌아올지니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네가 평안 무사할 것이요 

'아이'는 그 용례로 볼 때 '요나단의 병기 든 자'를 가라킴이 분명하다(14:1).

'살을 찾으라' 이같은 일은 전쟁 물자가 매우 부족했던 그 당시의 상황에서 볼 때, 병기 든 자에게 매우 당연한 일로 여겨졌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요나단은 병기 든 자가 이 일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다윗에게 정보를 제공할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22 만일 아이에게 이르기를 보라 화살이 네 앞쪽에 있다 하거든 네 길을 가라 여호와께서 너를 보내셨음이니라 

'네 길을 가라' 곧 지체말고 도주하라는 뜻인데, 이것은 사울이 다윗에 대하여 살의를 품었을 경우를 대비해 예상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23 너와 내가 말한 일에 대하여는 여호와께서 너와 나 사이에 영원토록 계시느니라 하니라 

24 다윗이 들에 숨으니라 초하루가 되매 왕이 앉아 음식을 먹을 때에 

25 왕은 평시와 같이 벽 곁 자기 자리에 앉아 있고 요나단은 서 있고 아브넬은 사울 곁에 앉아 있고 다윗의 자리는 비었더라 

처음 요나단이 사울의 곁에 자리 잡았다가, 아브넬이 들어옴으로써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했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군대 장관이요 숙부인(14:51) 아브넬이 들어오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단순히 잠깐 일어나는 자세를 취했다가 다시 앉은 행위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아브넬...다윗' 결국 월삭 어전 잔치의 참석자는 왕 사울, 왕자 요나단, 군장 아브넬, 천부장 다윗 등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사울 왕을 중심으로 부자(父子) 관계, 사촌 형제 관계, 사위 관계 등 혈연으로 얽혀있었다는 점에서 가족 잔치의 성격도 띠고 있었다. 아무튼 이들 4인은 당시 이스라엘 왕정 제도의 핵심 수뇌부인데, 고대 초창기 왕정의 성격상 이러한 혈연 중심의 통치는 당시 보편적이었다.

26 그러나 그 날에는 사울이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생각하기를 그에게 무슨 사고가 있어서 부정한가보다 정녕히 부정한가보다 하였음이더니 

'부정한가보다' 모세 율법의 정결 의식법상 시체를 만지거나(레 7:20, 21, 15:16-18), 혹은 잠을 자다가 몽설(夢泄)을 하는(신 23:10) 등의 사유로 인하여 의식적(儀式的) 부정의 상태에 이르는 것을 가리킨다. 모세 율법은 이같은 상태에 이른 자가 제사, 축제 등의 성별된 종교 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27 이튿날 곧 그 달의 둘째 날에도 다윗의 자리가 여전히 비었으므로 사울이 그의 아들 요나단에게 묻되 이새의 아들이 어찌하여 어제와 오늘 식사에 나오지 아니하느냐 하니 

'이새의 아들' 성경 용례상 이 말은 다윗의 대적들에 의해서 주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에서(30, 31,  22:7, 8,  25:10,  삼하 20:1). 당시 다윗에 대한 사울의 심경을 보여 주는 말이다.

'어찌하여...오늘 식사에 나오지 아니하느뇨' 사울의 이 말은 여러 사유 등으로 인하여 부정하게 된 자는, 그 당일에는 부정하지만 그 다음 날에는 깨끗케 된다는 율법규정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레 15:1-27). 바로 이같은 율법 규정을 아는 사울은, 다윗의 첫날 식사 불참은 그가 부정하게 됐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고 용납할 수 있었으나(26절). 그 다음 날에도 불참한 것은 첫날의 불참과는 달리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다.

28 요나단이 사울에게 대답하되 다윗이 내게 베들레헴으로 가기를 간청하여 
29 이르되 원하건대 나에게 가게 하라 우리 가족이 그 성읍에서 제사할 일이 있으므로 나의 형이 내게 오기를 명령하였으니 내가 네게 사랑을 받거든 내가 가서 내 형들을 보게 하라 하였으므로 그가 왕의 식사 자리에 오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니 

다윗의 행방을 묻는 사울의 질문에 요나단은, 사울이 다윗에 대하여 어떠한 마음 자세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이틀 전 다윗과 이미 약조한대로(6절) 다윗의 불참 사유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실은 당시 다윗은 베들레헴으로 내려갔던 것이 아니라, 에셀 바위가 있는 들에 숨어 있었다(19, 24절).

30 사울이 요나단에게 화를 내며 그에게 이르되 패역무도한 계집의 소생아 네가 이새의 아들을 택한 것이 네 수치와 네 어미의 벌거벗은 수치 됨을 내가 어찌 알지 못하랴 

'사울이 요나단에게 노를 발하고' 이것은 요나단이 다윗으로 하여금 베들레헴으로 가도록 허락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를 가리킨다. 이같은 반응은 결국 사울이 월삭 잔치를 기회로 다윗을 사로잡고자 한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보여 주는 증표였다.

'패역 부도의 계집의 소생아' 
여기의 '계집'은 사울 자신의 아내 곧 요나단의 생모 '아히노암'(14:50)을 가리킨다. 그러나 자신의 아내 아히노암에 대한 사울의 이같은 언급은 그녀가 그같은 행위와 어떤 관련이 있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사울은 요나단의 어머니를 나쁜 여자로 몰아버림으로써, 즉 요나단을 처음 출생부터 잘못된 인물로 선언함으로써 그 아들 요나단의 '패역 부도'(悖逆不道)함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원문을 따라 직역하면 "너 사악하고 반역적인(계집의) 아들아!"(you son of a perverse and rebellious woman!,  NIV, RSV)란 뜻인데, 이처럼 어머니까지 들먹여 욕하는 이런 행위는 특히 고대 중근동 지역에서는 극도의 증오와 분노를 나타내는 가장 격렬한 감정의 표시였다. 
결국 이러한 사울의 행동은 다윗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로 말미암아 이제는 자신의 아들마저 아들로 인정치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처럼 인간이 지니는 악한 감정은 결국 자신의 인격마저 파탄시키고 만다.

'네 수치' 
사울의 왕권이 다윗에게 넘어갈 경우 마땅히 사울의 왕권을 이양받을 권한이 있던 왕자 요나단이 당할 여러가지 부끄러움을 가리킨다.

'네 어미의 벌거벗은 수치' 이 말은 다윗에게 사울의 왕권이 넘어감으로써 심한 부끄러움을 당하게 될 요나단으로 인하여 요나단의 어미가 그를 낳은 일 자체를 부끄러워 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울의 이러한 말은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독선이고 아집이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다윗을 성실히 도와준 요나단은 오히려 그의 그러한 선행 때문에 가문의 수치를 벗고 다윗으로 말미암아 축복을 받게 되었다(31:9-13,  삼하 4:12,  9:1-13).

31 이새의 아들이 땅에 사는 동안은 너와 네 나라가 든든히 서지 못하리라 그런즉 이제 사람을 보내어 그를 내게로 끌어 오라 그는 죽어야 할 자이니라 한지라 

32 요나단이 그의 아버지 사울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그가 죽을 일이 무엇이니이까 무엇을 행하였나이까 

33 사울이 요나단에게 단창을 던져 죽이려 한지라 요나단이 그의 아버지가 다윗을 죽이기로 결심한 줄 알고 

34 심히 노하여 식탁에서 떠나고 그 달의 둘째 날에는 먹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의 아버지가 다윗을 욕되게 하였으므로 다윗을 위하여 슬퍼함이었더라 

'부친이 다윗을 욕되게 하였으므로' 
이는 매년제를 드리러 고향 베들레헴으로 갔다는 다윗을 부친 사울이 정당한 이유없이 반역자로 몰아, 반드시 '죽일 자'(31, 33절)로 간주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35 아침에 요나단이 작은 아이를 데리고 다윗과 정한 시간에 들로 나가서 

'아침에' 다윗과 요나단이 만나기로 약속한 제 3일(5, 19절) 곧 이틀 동안의 월삭잔치가 끝난 그 다음날 아침을 가리킨다.

36 아이에게 이르되 달려가서 내가 쏘는 화살을 찾으라 하고 아이가 달려갈 때에 요나단이 화살을 그의 위로 지나치게 쏘니라 

37 아이가 요나단이 쏜 화살 있는 곳에 이를 즈음에 요나단이 아이 뒤에서 외쳐 이르되 화살이 네 앞쪽에 있지 아니하냐 하고 

'살이 네 앞편에 있지 아니하냐' 아마도 요나단은 근처 어딘가에 숨어있을 다윗도 족히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이 말을 외쳤을 것인데, 이것은 다윗에게 도망쳐야 될 필요성을 고지(告知)하는 암호(sign)였다.

38 요나단이 아이 뒤에서 또 외치되 지체 말고 빨리 달음질하라 하매 요나단의 아이가 화살을 주워 가지고 주인에게로 돌아왔으나 
39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요나단과 다윗만 그 일을 알았더라 

'지체 말고 빨리 달음질하라' 요나단이 이처럼 소년을 독촉한 이유는 소년으로 하여금 숲 속에 숨어 있는 다윗을 발견할 여지나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의도대로 소년은 살을 주워오기에 바빠 다른 눈치는 전혀 채지 못했다(39절).

40 요나단이 그의 무기를 아이에게 주며 이르되 이것을 가지고 성읍으로 가라 하니 

'병기를...가지고 성으로 가라' 여기서 '병기'는 활과 화살, 그리고 화살통을 가리킨다. 그리고 '성'은 베냐민 기브아의 사울의 궁성(宮城)을 가리킨다. 한편 요나단의 이 명령은 말할 나위없이 소년을 돌려보낸 후 다윗과 은밀한 작별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다. 

41 아이가 가매 다윗이 곧 바위 남쪽에서 일어나서 땅에 엎드려 세 번 절한 후에 서로 입 맞추고 같이 울되 다윗이 더욱 심하더니 

'땅에 엎드려 세 번 절한 후에' 요나단을 향한 다윗의 이 행동은 요나단이 다윗 자신에게 크나큰 호의를 베풀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것이다. 즉 땅에 엎드려 얼굴을 숙이는 자세는 일반적으로 왕이나 왕자에게 경의와 예우를 갖추어하는 절을 의미한다(삼하 9:6,  14:33). 그러나 여기 다윗의 절은 그러한 형식적인 경의나 예우의 표시가 아니라, 풍전등화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이런 의미에서 요세푸스(Josephus)는 이 언급에 대하여 '다윗은 요나단을 존경하여 그를 자신의 생명의 주라고 불렀다'라고 의역하였다.

'피차 입맞추고' '입맞춤'은 보통 '만남의 기쁨'이나 '이별의 슬픔'을 표하기 위해 포옹과 더불어 이루어졌는데, 대체로 이마나 볼이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따라서 여기서도 슬픈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여 생명같이 사랑하는 친구의 앞날을 서로 걱정해주면서 우정과 사랑의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이다(창 29:11,  33:4,  45:15,  출 4:27, 18:7,  룻 1:9, 14,  왕상 19:20,  행 20:37).

42 요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우리 두 사람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영원히 나와 너 사이에 계시고 내 자손과 네 자손 사이에 계시리라 하였느니라 하니 다윗은 일어나 떠나고 요나단은 성읍으로 들어가니라 

'평안히 가라' 
요나단의 사랑과 우정이 함축된 작별 인사이다. 다윗과 요나단은 마음놓고 길게 작별을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다윗의 목숨을 노리는 사울과 그 측근들의 눈초리가 사방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나단은 순간의 격정이 지난 뒤 '평안히 가라'(Go in peace!)란 말로 다윗을 기약없이 떠나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진정 요나단의 작별 인사처럼 깊은 사랑과 우정이 깃든 평안(솰롬)에의 기원이야말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윗은...떠나고 요나단은...들어오니라' 마침내 다윗은 친구와 가족을 등지고 사울의 추적을 피해 사울의 죽는 날까지(31:6) 온갖 고난이 뒤따르는 정처없는 도피 생활에 접어들게 되었다(21-31장). 
한편 다윗과 요나단은 요나단이 길보아 전투에서 부친 사울과 함께 전사하기 전, 십 황무지 수풀 속에서 잠시 상면한 일(23:16-18)을 제외하고는 다시 서로 만나지 못했다. 후일 다윗의 애가 속에는 요나단의 죽음을 서러워하는 다윗의 애도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삼하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