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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LNCK 2014. 4. 5. 15:36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강의 녹취

    

김창옥 교수, 세바시 보기 ☞ 여기 클릭!

 

 

◑나의 우울증 고민

 

▶여러분 오늘 아까, 제 앞서 다섯 분이 강의하시는 것, 제가 다 들었는데

여러분들이 굉장히 웃고 즐거워하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여러분, 매일 일상의 삶이, 오늘처럼 즐겁고 신이 나나요. 솔직히?

 

저는 사실 날마다의 삶이, 오늘 이 자리처럼 즐겁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날마다 즐겁겠습니까.

 

저도 고민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어떻게 강의 내용을 안 겹치게 말할까..입니다.

지난 번 강의에, 강의 내용이 조금 겹쳤더니

유튜브에 ‘겹친다’는 글을 올린 자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제 어떻게 그러면 안 겹치게 할까.. 고민을 하죠.

그런 저런 이유로, 저도 스트레스를 조금 받습니다.

 

제가 이제 소통학 강사 한지가, 올해로 11년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5년, 6년은 정말 재미있게 강의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했고, 사람들도 웃어주시고.

그리고 저 자신도, 또래보다 조금 앞서 나가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6년 정도, 6년에서 7년이 넘어가니까 우울증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어떤 분이 우울증 걸릴 확률이 높은지 소개할게요.

어설프게 착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잘 걸려요.

완전 착한 것은 아니고요. 어설퍼요.

 

며느리들 중에서도, 착한 며느리들이 우울증에 걸려요.

시어머니에게 말대꾸 한 마디도 못하는 며느리들이 있어요.

본인이 나이가 먹어도 계속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하며 낮추는 사람,

화도 못 내고, 분도 못 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속이 망가지는 거죠.

 

시댁에서도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또 모임에 나가서도 또 아는 사람들 만나면, 얼굴 표정을 가급적 잘 관리하려 애씁니다.

그렇게 아무 문제 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거죠.

이런 분들이 있다고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들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위로는 부장님, 차장님한테 막 치여도, 절대 말대꾸 안 하는 과장님들이 있어요.

‘아, 차장님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기 아래로 대리들 모아놓고. ‘우리가 진짜 좀 열심히 해봅시다.’

그런데 대리들이 또 자기를 안 따라주죠.

그래서 마냥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뭐 이혼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 속(마음)이, 정상이 아니죠. 자기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너무 착하고 여리니까,

자기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못하다가.. 그냥 속병이 나고 마는 겁니다.

 

▶이런 것을 심리학 전문 용어로 <감정노동>이라고 한대요.

개인의 감정은

지치거나/ 피곤하거나/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있는데

자기의 역할이나 자기의 성격이 여려서,

그래서 남한테 항상 밝게 대하는 사람을 말하죠.

 

저도 제 직업이, 처음에 ‘지식노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감정노동’적 요소도 많았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웃기고 재미있게 강의를 하지만,

제가 강의할 때 보면, 저는 제 감정을 전혀 섞지 않고

이 무대가 필요로 하는, 그 감정을 써야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그런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직업이 그런 분,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분..

그렇게 자기 감정을 위장하면서,

무대에서 늘 웃기고, 밝게 대하다 보니.. 제가 속병(우울증)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강연을 한 6년, 7년 할 때에.. 어려움(우울증)을 겪기 시작한 것이죠.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요.

사람들은 항상 저보고, 강의를 재미있게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 때 어느 회사가, 노사 분규로 인해서 파업을 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제게,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멋도 모르고 제가 갔더니, 객석 앞줄에 노조 위원장과 간부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이마엔 ‘투쟁’이라는 띠를 두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강당 벽에는 플랜카드에 ‘죽음으로 하나 되자’ 라고 써져있었어요.

 

그리고 제 뒤에는 전무님 상무님, 사장님이 오신 것이죠. 그 분위기를 아시겠죠?

노사가 극한으로 대치되는 상황이었는데, 교육 담당자가 저에게 마이크를 주면서

‘노사가 하나 되는 강의를 해 달라’는 거예요.

 

지금 그 상황은, ‘죽음으로 하나 되자’ 이건데,

그 일을 저는 열심히 했고, 나름 잘 했는데

저도 한 개인이다 보니, 그렇게 자꾸 남의 장단에 내가 맞춰서 꼭두각시 노릇을 하다 보니

제 마음의 관절이 나가버린 것 같아요.

어느 시점에 이르러, 더 이상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또 그 때 아버님이 대장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그 전화를 받고도, 저는 그 날, 강의 두 번을,

제 (개인적 우울한) 감정을 섞지 않고,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매우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난 다음부터는, 더 이상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제 감정을 팔고, 사람들에게 웃기고, 또 돌아서서 혼자 쓸쓸히 집에 가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향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람들의 로망 있잖아요. 그게 뭔가 하면,

 

직장생활이 힘들면, 직장 생활을 관 두고 고향에 내려가서,

뭔가 자연을 상대하면서, 편안히 살고 싶어하는 로망!

 

저는 그래서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든 해녀를 하든,

자연과 만나는 일을 해야 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은 제 문제(우울증)를 해결하고 내려가야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주도에 가서도, 같은 문제로 또 힘들어지겠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주위에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신다고요.

여러분 주위에 또라이(직장에서 내게 스트레스 주는 사람)가 있지요.

 

자 그래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해서 갔습니다.

그러면 거기에 또 또라이가 있더라는 거예요.

근본적으로 자기 문제를 해결 받아야 된다는 거지요. 남 탓이 아니라요.

 

서울에서 힘들어서, 제주도로 내려갔는데,

제주도에도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고향에 가서도 해결이 안 되면, 그러면 저는 어디로 갑니까?

더 이상 갈 데가 없지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제 문제를 한 번 해결을 해보고 가야되겠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면, 우울한 삶의 날이 오면 어떻게 되나..

이렇게 제 개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치료에, 가장 대표적이며 간단한 방법은,

제가 연구한 바로는, 바로 <상담>이었습니다.

 

제가 그래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는 거예요.

 

제가 웬만한 유명한 병원에서는, 이미 강의를 다 해버린 것이죠.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께 ‘소통’에 대한 강의를 엄청 재미있게 했고,

그러던 제가, 우울증으로 그 병원의 정신과에 접수하고,

(진료 상담 전 나눠주는 설문 종이에) 자살 충동에 동그라미 치고..

저는 창피해서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그 즈음에 기적처럼 성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그랬더니

‘여기 성당인데요, 신부님들 70~80분 모이는데, 특강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죄송합니다. 제가 종교적인 내용은 강의를 못합니다.

그리고 저는 성당을 안 다녀서 분위기를 모릅니다.’ 그랬더니,

 

‘강사님. 아침마당 봤는데요. 아줌마들한테 한 것 똑같이 해주세요.

신부님들도 좋아하실 거예요.’

 

순간 저는 ‘신부님한테 강의하러 가서, 제 (우울증) 문제 상담이나 받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은 왠지 제 이야기를 남들에게 안하실 것 같은 거예요.

저녁에 혼자 주무시잖아요. 신부님(싱글)이니까요.

 

목사님에게는 하기 싫더라고요. 사모님하고 이야기를 나눌 것 같더라고요.

제가 사람을 잘 안 믿거든요. ㅎㅎ

 

그래서 천주교 회관에 딱 갔는데, 신부님 70~80명이 검정색 사제복을 입고 있는데

정말 분위기가 묘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분이 인상이 좋으신가 보았는데

저기 쯤에서 한 신부님이 계속 저를 보고 웃으시는 거예요.

 

그 분을 보자, 제 마음이 열려서, 강의가 끝나자마자 저도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제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 분께 말씀드리려고 했죠.

‘신부님, 저는 말만 재미있게 하려고 하는 것이지, 우울증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신부님께 상담을 좀 받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막 하려고 하는데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신부님이 먼저 저에게 ‘우울증 상담을 받고 싶으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막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그 직전에 신부님이 저보다 한 발 먼저

‘자기는 신부를 안 하고 싶으시다’고 하면서, 제게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 격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날, 제 사정은 꺼내지도 못하고

‘네 신부님. 기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저도 죽고 싶습니다. 왜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다.

 

▶그리고는 다시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루는 어느 수도원에서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도원에서 은퇴하신 신부님이신데, 연세가 상당히 많이 되셨더라고요.

그런데 ‘김선생 이야기를 내가 전해서 들었는데

조용히 올라와서 상담 받고 내려 가세요.’ 하십니다.

 

제가 전에 신부님께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상담을 못 받고, 도리어 상담해 드리고 실망해서 집으로 돌아았다는 얘기를

(그렇게 제가 강의를 하며 다니니까) 어디서 들으신 모양이에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 드렸습니다.

‘신부님, 그런데 제 이야기 다른 사람한테 하시면 안 됩니다.’

 

신부님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는 나이가 여든이 넘어가고 아흔이 되시면서, 놀라운 일이 펼쳐졌는데,

자기 친구들이 다 죽었다(얘기할 만큼 친한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순간 ‘이건 성당 유머인가?’ 많이 웃기더라고요.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기더라고요.

 

저는 그 분이 뭐 ‘할렐루야, 형제님!’ 이랬으면 저는 안 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그 말씀을 하시는데, 신기하게 마음이 사르르 녹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갔죠. 신부님 머리는 백발. 후드가 달린 하얀색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문제가 뭐야?’

‘저는 말을 재미있게 해야 하는 강사인데요. 제가 사는 것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님은 다시 눈을 지긋이 감으시더니,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침묵을 배워. 침묵을 배워!’

 

저는 순간 마음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무슨 말일까. 여기에는 반드시 뜻이 있을 텐데..’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말로 먹고 사는 강사에게, 도대체 침묵을 배우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그래서 ‘신부님, 저는 말을 재미있게 해야 하는 강사입니다.

그런 제가 침묵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랬더니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자존심의 꽃이 떨어져야, 인격에 열매가 맺힌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세상을 자기 잘난 맛으로 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침묵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침묵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에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제가 속으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프랑스 말을 모르는데, 어떻게 프랑스를 가나요?’ 그랬더니

‘프랑스 말을 모르니까, 프랑스를 가면 침묵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해 겨울 저는 6년 동안 여름, 겨울 휴가 한 번 가지 않은 저에게

스스로 2주의 휴가 시간을 주고, 프랑스 리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리용에서 다시 마콩이라는 곳으로 들어갔죠.

거기서 저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거기에서는 아침에 산책을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걸어라’ 이러지 않고

‘몸으로 땅을 만나보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기도하고 싶은 사람은 기도를 하고

자기랑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은, 대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포도밭에 앉았는데

그 수도원 신부님이 알려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기도를 하던 자기랑 대화를 하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기도를 하되, 짧은 문장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음성, 내면의 음성을 듣는데 집중하기 위해)

 

그래서 저는 포도밭에 이렇게 앉아있는데, 제가 제게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까, 정말 제 마음 속 누군가가

명확하게 저에게 한 마디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소리를 마음으로 명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아 그런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오늘 여러분께 꼭 한 마디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여러분 여기까지.. 그 많은 시간 거쳐서 잘 오셨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에게 언젠간 여유가 있으면

여기까지 힘들게 온 자기를, 여러분이 스스로,

한 번만 봐주고,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저녁에 시간이 되면 5분, 10분 정도 핸드폰 한 번 끄고

산책 하고.. 산책의 끝에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자기에게 거짓말 하지 말고 짧게, 자기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해보거나

기도를 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자기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