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대국 한국
‘자살대국 한국’ 2005년 사망원인 4위 차지,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인터넷 조선일보 07.01.30.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1위)이어서
국제적으로도 ‘자살대국(大國)’이라는 오명을 들을 처지다.
지난 2005년 한국인이 사망하는 원인 중 자살이 4위를 차지,
10년 전의 9위에서 5계단 뛰어올랐다.
통계청은 28일 내놓은 ‘2006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통해
“지난 2005년 인구 10만 명 당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26.1명으로,
사망 원인 중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5년 인구 10만 명 당 11.8명이 자살로 사망해 9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05년 사망원인 1위는 10만 명 당 134.5명이 사망한 암(癌)이었고,
1995년에도 110.8명이 사망해 역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뇌혈관 질환(64.3명)이었고 3위는 심장질환(39.6명)이 차지했다.
(질병을 제외하면 사실 사망원인 1위인 셈. 교통사고 사망의 약 2배)
국가별 연령구조 차이를 감안해 OECD 기준으로 산정한 자살률도
2005년 인구 10만 명 당 24.7명으로
회원국 중에서 1위였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한국 다음으로 헝가리(22.6명, 2003년), 일본(20.3명, 2003년) 순이었다.
특히 자살은 2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1위,
10대와 40대의 사망 원인 2위를 기록해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활동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갈 젊은 연령층이
자살을 선택해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만물상] 자살대국 한국 07.01.30.
▶서유럽 자살률은 1980~90년대에 30%가량 감소했다.
상담센터를 늘리고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여러 사회적 예방장치로
자살을 어렵게 만든 결과라는 게 WHO 분석이다.
한국에선 2005년 1만2천명이 목숨을 끊어 자살이 사망원인 4위에 올랐다. (1~3위는 암, 뇌졸증, 심장병)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6376명이었다.
우리 사회가 교통사고 예방에 쏟는 노력에 비하면 자살은 방치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동적이기로 소문난 대한민국이 어쩌다 ‘자살대국’이 된 것인지 세계 학자들이 궁금해할 일이다. (펀 글)
◈ <자살론>
에밀 뒤르켐 저, 김충선 역. 청아, 1994
병기 가진 자가 사울의 죽음을 보고 자기도 칼에 엎드러져 죽으니라 대상10:5
▲자살의 원인 - 개인적 고민(심리적 문제)로 보는 견해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할까?
자살을 택해야 했던 나름의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갔다던가,
갚을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빚을 졌다던가.
이렇게 보면 ‘개인적인 고민’이 자살의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이런 저런 고민들...
그렇다면 자살의 원인에 대하여 연구한다는 것은
자살한 사람들의 개인적 고민에 대해 연구하는 것과 같다.
개인적인 고민이라면 결국 마음의 문제,
그러니까 심리적 문제에 속할 것이다.
그러니 개인적인 고민 때문에 일어나는 자살이라는 행동도
결국 심리학의 문제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자살의 원인 - 사회(환경)적으로 보는 견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은
자살의 원인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1897년에 발표한 저서 “자살론”(Le suicide)에서 뒤르켐은
자살을 ‘사회학적으로’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사회학적으로’라는 말은,
그 사람이 몸담고 사는 사회 환경이 자살하도록 내모는 원인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개인 심리적으로’ 보는 견해와 색다른 관점이다.
뒤르켐은 자살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정신병이나 신경쇠약증 같은 것이
자살과 확정적인 관계가 없다(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자살의 분류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①우선 이기적 자살이 있다.
일상적인 현실과 좀처럼 타협 또는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살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예컨대 정신질환자의 자살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②다음으로 이타적 자살이 있다.
이것은 이기적 자살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집단에 지나치게 밀착되었기 때문에 일어난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를 몰고 미군 군함으로 돌진했던
일본군 자살특공대(가미가제)가 있다.
한국, 일본에서는 기업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자살하는 분도 가끔 있다.
③그리고 아노미적 자살이 있다.
아노미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무규범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이나 사회 규범이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자살이 보다 자주 일어난다.
▲자살이 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이유
그는 자살이 사회적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①이기적 자살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경우,
그러니까 개인주의적 성향이 전반적으로 팽배해있는 사회에서
보다 자주 일어난다.
②이와 반대로 이타적 자살은 집단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 사회에서
보다 자주 일어난다.
③그리고 서로 다른 가치 규범이 뒤섞여 있는 사회,
급격한 변동의 와중에 있는 사회에서 아노미적 자살이 보다 자주 일어난다.
(사회환경적 자살이며, 한국의 자살이 주로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④전반적으로 보면, 공통의 가치 규범에 의해 비교적 강하게 통합되어 있는
사회일수록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국 자살은 사회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 현상이다. (그의 주장임)
뒤르켐은, 개신교 지역과 가톨릭 지역을 비교하여,
개신교 지역이 가톨릭 지역에 비해서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밝혔다.
민족도 같고, 지역적으로도 바로 이웃에 위치하여 살지만
종교만 다른 두 지역을 비교했던 것이다.
뒤르켐은 이러한 현상을 놓고, 전통적인 규범 및 가치가
비교적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가톨릭 지역에 비해서,
개신교 지역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제시한다. 권위와 규범 및 가치관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⑤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
경제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뒤르켐은 로마시를 통합하여 명실상부한 통일 민족국가 체제를 확립하여
경제적으로도 호황은 누린 시기의 이태리를 예로 거론한다.
경제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보인 시기 동안 이태리의 자살률 역시
오히려 급격하게 높아졌던 것이다.
결국 경제적 호황이든 불황이든, 기존의 사회 질서나 규범이
급격한 변동 또는 혼란에 빠지면 자살률은 높아진다.
우리나라에 IMF 경제 위기가 닥치자 전에 비해서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언론 매체의 보도를 볼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고,
그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는 현실,
그러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났던 것이다.
뒤르켐의 분류에 따른다면,
그런 자살은 대체로 아노미적 자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뒤르켐은 ‘경제’보다는, ‘가치관, 규범의 혼란’에 원인을 더 꼽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노숙자로 전락하는 분들도, 사실은 돈이 바닥나서라기보다는
정신이나 가치관이 먼저 바닥난 것이다.)
▲자살을 ‘심리적 원인’에서 ‘사회적 원인’으로 설명한 뒤르켐
뒤르켐은 ‘심리적인 문제’로 간주되었던 자살이라는 현상을
‘사회적인 요인’으로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오늘날 사회학이라 부르는 학문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뒤르켐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사회적인 요인으로 설명한다고 하면서도
그러니까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이라던가,
가치관의 혼란이라던가 하는 요인들로 설명하는 것도
(그가 주장하는 ‘사회적 원인’이라는 것도)
넓게 보면 결국은 ‘심리적 원인’에 포함되는 셈이다.
그러나 뒤르켐은, 사회학이란
어디까지나 사회적 요인으로 사회적 사실을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보았고,
그것은 심리적 차원과 다른, 고유의 영역이라고 보았다.(구분, 세분화시켰다.)
▲‘사회 환경적 원인’과 ‘개인 심리적 원인’사이의 공방
그래서 철학이나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 및 교수들은
사회학이라는 사뭇 새로운 학문 분야가 필요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을 가지고
왜 하필 사회학이라는 분야를 설정하면서까지 문제 삼아야 하는지
의문을 지녔기 때문이다.
뒤르켐은 그러한 몰이해와 맞서 싸워야 했고,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프랑스 대학 사회 안에 자리 잡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인간의 행동과 갖가지 현상의 원인을 사회(환경)적인 측면에서 궁리해보는 것,
그러한 궁리가 바로 사회학 또는 사회과학의 출발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의 원인은 과연 사회적인 것일까?
아니면 개인적인 것일까?
또는 사회적인 원인과 개인적인 원인이 뒤섞여 있는 것일까?
뒤섞여 있다면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클까?
또한 개인적인 원인과 사회적인 원인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일까? (펀 글 편집)
*대충 정리한 것이니,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참고하셔야 할 것임.
▲위 글의 독후감
뒤르켐은 자살의 주된 원인을 ‘사회 환경적 원인’으로 보는데(그의 주장임),
그 중에서도 ‘아노미적 자살’을 특히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돈 문제에 시달려 자살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이유이고,
본질적으로는 가치관, 정체성, 돈에 대한 철학의 아노미 현상(혼돈)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잘 지적한 것 같다.
위 글은, 자살이란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지만,
문제점을 해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해결책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사회 환경을 개선하라는 뜻인데,
다시 말하면 ‘정신적 아노미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정신문화, 철학, 사상’을 키우라는 점으로 이해한다.
그 때 자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로 (저는) 이해한다.
한국에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한국의 경제성장속도가 세계적으로 높은데,
‘정신, 사상, 신앙’ 등이 그 경제성장 속도를 도무지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적 아노미 현상이 대거 발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교회마저 본질적인 ‘정신, 사상, 신앙’ 등에는 관심이 없고
현상적인 ‘경제, 성장, 성공, 축복’ 등의 주제에 계속 매달릴 때
미국에 이어 개신교 2위국의 지위를 자랑하는 한국이(여러모로 볼 때 2위국이다)
‘자살률 1위국’의 오명을 씻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나마 기독교마저 이 사회에 없었다면
더 큰 불행이 초래될 것을 막았던 것은 다행이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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