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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박권찰 이야기

LNCK 2017. 2. 14. 21:53

www.youtube.com/watch?v=R3syruaLgi4

소록도 박권찰 이야기                                                    이 글과 엮인 글 보기 -클릭-

 

아래는 정태기 목사님의 2008년 12월 설교 중에서 녹취한 내용입니다.
비록 과거이긴 하지만, 소록도 성도님들의 뜨거운 신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19688월 경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나(정태기 목사)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우울증 때문에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교회봉사를 못하고

안양의 모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나의 절친한 친구가 나를 찾아와서

소록도의 어느 목사님을 소개해 주면서

한 달만 직장 휴가를 내어서 그곳에 가서 쉬고 오라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 찾아가게 된 곳이 소록도였습니다

 

가서 보니 소록도는 내 생각보다는 꽤 큰 섬이었습니다

당시에 주민은 모두 2천명이 있었고 8개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천명 주민들 가운데 현재 한센병을 앓고 있는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는 2백 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18백 명은 모두 한센병에서 이미 회복한 상태(음성)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에 나와서 생활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미 몸에 한센병 흔적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은 소록도에서 계속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돼지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농사짓고 잘 살고 있었습니다

 

거기 각 마을마다 교회가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그 교회들은 기도원 수준이었습니다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월~주일까지

새벽기도 90분 낮예배 90분 저녁기도 90분 이렇게 3번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1365일에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하루 3번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소록도에 도착한 시간이 낮12시였는데

선착장 바로 앞에 중앙교회당이 있었습니다

내 친구가 소개해 준 교회를 찾아가려면 거기서 또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예배당이 있었고 그 때 예배를 드리고 있었기에

나는 먼저 그 교회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 예배당은 (내 짐작으로) 1천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큰 건물이었는데

의자는 없었고 마룻바닥이었습니다

 

그 넓은 장소에 꽉 차게 약 1천명 되는 성도들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센병을 너무 심하게 앓았었기 때문에 노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손발이 다 없어서 도저히 일을 못 하기에

외부에서 지원받는 선교헌금이나 정부 보조금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예배 중에 통성기도 시간이 되었습니다

천정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습니다 교회당에 이 붙었습니다

 

그런 뜨거운 성도들과 너무 대조적으로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에 기도를 한 마디도 못하고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아우성치며 기도하는 소리들을 가만히 눈을 감고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 바로 뒷자리에서 한 남자의 기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님  주님의 은혜가 이렇게 놀라운디

(제가) 어떻게 그 은혜를 갚는디유?”

그러다가 엉엉 우니까 그의 기도가 잠시 끊어졌습니다  

 

울음이 그치고 다시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주님 주님의 은혜가 이렇게 놀라운디

제가 그 은혜를 어떻게 다 갚는디유?”

그러면서 또다시 엉엉 울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궁금해졌습니다

아니 뭐가 그리 고마워서 무슨 큰 은혜를 받았기에 저토록 울까?’

그래서 감았던 눈을 뜨고 슬쩍 뒤를 한 번 돌아다보았습니다

 

!’

한 남잔데 머리카락과 눈썹이 다 빠져 있어서 나이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코도 떨어져 나갔는데 뚫어진 콧구멍 속에서 울며 기도해서 콧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입도 돌아가 있었고

얼굴은 마치 불속에 집어넣었다가 뺀 것처럼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그가 막 몸부림치면서 울부짖으며 기도하는데

보니까 두 손목이 없었습니다 두 발목도 없었습니다

 

아니 저 몰골을 하고도 하나님의 은혜가 이렇게 놀랍다니 ?’

 

그 모습을 쳐다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나도 그 순간 뒤로 나동그라지면서 소리를 지르고 발악을 하며 통곡을 했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내 입을 틀어막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박 권찰)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겨 순간적으로 내 입으로 깨물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뒹굴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약 몇 분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박권찰 아저씨가 자꾸 그 뭉툭한 손으로 나를 툭툭 쳤습니다

일어나시유 예배 끝났시유!’

 

눈을 뜨고 보았더니 천 여 명의 교우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뒤였습니다

나는 단 몇 분 울며 기도했다고 생각했는데 90분이 훌쩍 지나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은 제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놔 주지 않으니

거기에 붙잡혀 집에 못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일어나시유 예배 끝났시유!’ 하면서

박권찰이 나를 밀쳐냈던 것입니다  

 

내가 그를 놓자 발목이 없는 그는 마룻바닥을 끌면서 교회당을 나갔습니다

나가서 밖에 계단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가 리어카로 자기를 데리러 온답니다

 

나는 그 분을 뒤따라가서 리어카를 기다리는 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기요 실례지만 뭐가 그리 고마우세요? 얘기 좀 해 주세요!”

내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상태가 엉망인데 뭐가 그리 은혜요?’

 

박권찰은 자기 몽둥이 손을 하늘로 치켜 올려 하늘을 가리키면서 대답했습니다

고맙고말고 감사하고말고!”

 

뭐가요?”

 

내가 고향이 충청돈디

내가 문둥(한센)병 앓았더니 내 고향이 나를 버렸어

내 친척이 나를 버렸어 내 가족도 나를 버렸어!

그런데 이 소록도까지 나를 따라와서

나에게 기쁨과 감사를 주신 분이 있어!”

 

나는 그분의 아내를 이야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소록도 가기 전에 소록도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보니까 부부가 같이 살다가 남편이 한센병에 걸리면

어떤 아내는 남편을 따라 소록도에 와서 같이 산다고 합니다

소록도에서 남편과 함께 살다가 거기서 죽은 아내가 18명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부가 함께 살다가 아내가 한센병 걸렸을 경우

남편이 아내를 따라서 소록도에 들어온 경우는

지금까지 한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충청도에서 여기까지 따라오셨어요?”

 

아니야 예수님이야!”

 

나는 깊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 말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큰 충격이었습니다

코도 떨어져 나가고 입도 돌아가고 귀도 없어지고

손목 발목 다 떨어져 나간 사람도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저토록 행복한 것인가?’

(물론 지금은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두 평 남짓한 조그만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저를 1주일만 그 집에 좀 재워주세요!”

 

나 할아버지 아니여 마흔 여덟이여

 

나는 그때까지 그가 할아버지인줄 알았습니다

머리도 다 빠지고 눈썹도 없고 나이를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당시 48세였고 박권찰이라고 자기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친구가 소개해 준 목사님을 찾아가려던 계획을 변경해서

그 박권찰 댁에서 1주일간 신세를 지면서 밥도 얻어먹고 함께 지냈습니다

 

나는 그 때 내 인생에서 가장 귀한 분을 만났었습니다

그 분은 저를 붙들고 펑펑 울면서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 분이 나를 붙들고 울면서 기도해 줄 때마다

나도 기도를 받으면서 함께 울면서 통곡했습니다

내 인생에 그렇게 많이 울어본 기간이 없습니다

 

1주일 후에 저는 하직인사를 하고 안양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사람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 얼굴이 왜 그렇게 훤해?

결혼 6년 만에 처음 보는 얼굴이야!”

 

나는 뛰어가서 아내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소록도에 가서 예수님을 만났어!”

 

나는 그 후로 지금까지 우울증을 별로 앓아본 적이 없습니다    

 <200812월 정태기 목사님 설교에서 녹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