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게이츠는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을까? 신문기사 스크랩
▲제일 많이 버는 것 보다, 제일 많이 기부하는 것이 더 중요
한해를 마무리할 시기가 다가오면 미국 사람들은 늘 한 해 동안
돈을 제일 많이 번 사람과 제일 많이 기부한 사람 명단발표를 기다린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기부액 순위다.
누가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누가 얼마나 가치 있게 썼느냐를 더 중시하는 게
바로 미국인들인 것이다.
미국이 치열한 경쟁사회인만큼 부자들의 등락도 심하고, 기부자 순위도 늘 바뀐다.
그런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부동의 1위다.
매년 돈을 제일 많이 벌고, 제일 많이 기부하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오만으로 오해될 만큼 큰 비전
미국 지성인들이 즐겨보는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10월24일자)에는
‘과연 게이츠는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글이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아무리 세계 최고 부자라지만, 어떻게 한 개인이
아프리카 (전체)를 질병으로부터 구하겠다는 과감한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독점논란이 끊이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또 다른 오만이 아닐까?
마이클 스펙터 기자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게이츠와 그 주변 인사들을
몇 달간 밀착 취재했다.
게이츠를 따라 국제회의에도 가고,
게이츠와 접촉했던 수많은 보건전문가들을 만났다.
그 중 대표적 일화는 게이츠가 90년대 중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제단을 만 든 뒤
보건전문가들을 찾아다닐 때의 얘기다.http://www.gatesfoundation.org/default.htm
▲진지한 빌 게이츠
미국 최고의 국제보건전문가로 꼽히는 윌리엄 페지 박사는
어느 날 게이츠의 전화를 받았다.
‘보건문제에 대해 알고 싶다’는게 요지였다.
페지는 부자들이 늘 그런 식으로 거창하게 말만 하는 것을 익히 봐왔던 터라
관련 책 82권을 추천한 뒤 나중에 보자고 했다.
몇 달 후 게이츠가 다시 만나자고 했을 때 페지는 먼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너무 바빠 서 19권밖에 읽지 못했다”고 답했다.
페지는 믿기지 않아,
“어떤 책이 제일 인상적이었느냐?”고 좀더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장애자와 삶의 질 문제를 다룬 1993년판 세계은행 리포트를 두 번이나 읽었다”
라고 게이츠는 답했다.
게이츠의 진지함 에 반한 페지는 주저 없이 재단에 동참했다.
게이츠가 200억 달러를 재단에 기부한 뒤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모색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주말마다 연구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열정, 돈만 기부하는 것 아님
그렇게 만들어진 재단이 요즘 아프리카 질병퇴치에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게이츠재단이다.
게이츠는 주말마다 보건서적을 읽으며 재단의 전략을 짜고
보건관련 국제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돈을 벌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이는 노력만큼,
돈쓰는 일에도 열정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다.
▲아프리카를 구하겠다는 게이츠의 꿈이 점점 구체화되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1월 유엔의 백신과 예방주사를 위한 글로벌연대 프로젝트에
7억5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덕분에 연간 5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아프리카의
질병 사망자수는 매년 15%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를 구하겠다는 게이츠의 꿈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게이츠 부부의 사회참여에 불을 붙인 사람은 다름 아닌 그들의 부모다.
게이츠의 아버지는 돈버는 일에 빠져있는 아들에게
“지금 자선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독려했고,
그의 어머니는 1994년 아들의 결혼식 전날 며느리 멜린다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너희 두 사람이 이웃에 대해 특별한 책임감을 느낀다면 세상을 좀더
살기 좋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후략)
<문화일보 2005년 10월 28일, 이미숙,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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