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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없음/2006

거절의 미덕

LNCK 2006. 2. 28. 23:18

 

◈거절의 미덕                 에5:8

 

 내가 왕과 하만을 위하여 베푸는 잔치에 또 나아오소서 내일은 왕의 말씀대로 하리이다  에스더5:8 

 

 

삼일 간 금식한 후에, 에스더는 궁궐에 나가서 왕을 만나게 된다.

왕은 미모에 너무 반한 나머지 그 날 그 장소에서 즉시 “구하라, 나라 절반도 주겠다”고 한다. 5:3 

그런데 에스더는 남자를 애태우게 만든다.

좀 있다가 “잔치에 오세요. 그러면 말씀드릴게요!”

 

그 날 왕은 하만과 함께 에스더가 청한 잔치에 초대되어 간다.

“그대의 소청이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 5:6

이번에는 왕은 더욱 발전해서 “즉시”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에스더는 더더욱 왕을 애태우게 만든다.

“내일 잔치에 또 오세요. 그 때는 정말 말씀드릴게요!”

 

왕은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다음날 잔치에 왕은 정말 안타까운 심정으로 물었을 것이다;

“왕비여, 그대의 요구가 무엇이냐? 나라의 절반이라도 즉시 주겠다!” 7:2

 

세 번째 요구에 비로소 에스더는 자기 소원을 왕에게 아뢴다.

만약 처음부터 대뜸 왕에게 자기 요구를 말했더라면

‘글쎄, 한 번 검토해 보겠네!’ (한국 관공서에서 이런 대답은 No의 뜻이라고 한다)

 

 

♣단번에 말하면 실패, 거절하면 성공!

아빠 : 이번에 너 대학 졸업하는데 선물 뭘 해 줄까?

자녀 : 유럽 배낭여행 보내주세요!

아빠 : 글쎄, 한 번 생각해 보자꾸나. 혹은 엄마에게 물어봐라! (완곡적 No)

 

아빠 : 이번에 너 대학 졸업하는데 선물 뭘 해 줄까?

자녀 : 졸업식 날 말씀드릴게요!

아빠 : (졸업식 날 아침) 선물 뭐든지 말해 봐!

자녀 : 졸업식 마치고 식사할 때 말씀드릴게요!

아빠 : (마치고 식사할 때 애가 타서) 선물 말 해 보라니까!

자녀 : 정말요? 그럼 유럽 배낭여행 보내주세요!

아빠 : (어휴, 빠져나가기 힘들게 되었는걸)

 

 

♣신령하다는 사람일수록 뭣을 넙죽 넙죽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우, 주는 사람은 주고도 뒷맛이 개운치 않고 씁쓸할 때가 많다.

 

그러나 선의의 제안, 정성어린 선물, 이런 것도 한두 번 정도 거절하면

주는 사람은 세 번째 마침내 주면서도 희열을 느끼게 된다; ‘왓, 성공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넙죽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나면, 주는 사람은

‘괜히 준 것 아닌가?’ 또는 ‘괜히 내가 손해 본 것 아닌가?’ 하게 된다.

 

물론 한두 번 거절했다가, 정말 못 받고 선물이 철회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차라리 안 받는 편이 더 낫다. 

간절한 마음도 없는 선물을 받았다가는, 뒤돌아서서 욕먹기 십상이다.

 

♣왕이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는 똑같은 제안에

똑같은 왕비였던 헤로디아는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했다.

그것도 단 한 차례의 거절함도 없이 단 번에...

나는 헤로디아 형 인간인가? 에스더 형 인간인가?

 

아무리 선의의 선물, ‘하나님의 응답’도 일단 한두 번은 거절이 좋겠다.

‘우리 거식은 돈을 너무 밝혀!’ 라는 느낌 줄 필요가 없다.

도리어 주는 사람도 주는 기쁨을 만끽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넙죽 받지만 않으면 된다. 단체도 마찬가지다.

 

연애는 말할 것도 없고, 자녀들 학용품 사 줄 때도 즉답 하지 말고

한두 번 뜸을 들여서 기다리게 했다가 사 주면 더 기뻐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기도도 항상 늦게 응답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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