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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없음/2006

135 필리핀 소년 분소

LNCK 2006. 2. 25. 23:13

◈필리핀 소년 분소                                                 출처

 

2005년 8월에 제2회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2005)이 열렸다.

여기서 필리핀 소년 분소 가 최고상을 탔다.

세계를 가슴에 품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내용을 잠시 소개해 드린다. 

 


<필리핀 감옥에 수용된 어린이 재소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EBS 앙코르 다큐멘터리 수상작 방영을 발견했다.

난민수용소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찍고 있길래 뭔가 싶어서 봤는데,

꽤 감명 깊게 보았다.


다큐의 주인공은 세 명의 소년이다. 분소, 토니, .

(의 원래 이름은 제대로 보질 못했고, D로 시작하는 것만 보았다.)

분소는 열 살쯤 된 듯 하고, 는 열한 살, 토니는 한 살쯤 많은 것 같다.

전부 다 너무나 조그맣고, 너무나 정신적으로 늙었다.


리핀의 교도소는 아동 범죄와 성인 범죄의 구분이 없단다.

그래서 교도소에 아이고 어른이고 상관없이 우글우글 집어넣어둔다.

제대로 된 건물도 몇 채 없고, 그 건물조차도 지붕이 새거나 창문도 없다.

식사도 배급량이 떨어지면 그만이고, 물이나 비누 등도 없다. 옷도 없다.

가족들이 면회를 와서 물건을 넣어주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 만하다.

(필리핀 어느 감옥의 경우, 면회를 전혀 오지 않는 재소자 inmate 가 절반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훔치든지, 빼앗든지, 남이 버린 걸 주워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몇 명이 팀을 이뤄서 배급을 받아오지 않으면 못 먹는다.

먹는다 해도 양이 많지 않다. 피부병, 각기병, 결핵 등이 성행한다.

이런 곳에서 아이들은 어른들과 같이 생활한다.

 

<필리핀 감옥 선교 모습, 박지숙 자매>


이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부모가 인간 같지 않아서 가출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좀도둑질을 하고 마약과 본드에 손을 댄다.(눈 주변이 검어진다)

그러다 경찰에게 걸리면 죽도록 두들겨 맞고 교도소로 오는 것이다.

3, 4개월씩 교도소에서 살다가 밖으로 나가면 다시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토니는 이미 세 번째이고, 분소 의 경우엔 지금 5개월째 갇혀 있다.

역시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렸는데, 가게 주인이 아니라 애 아빠가

감옥에 집어넣었다. 이 동네에서는 흔한 경우인 모양이다. 부모가 애 키우기

힘드니까, 애가 말썽을 부리니까 귀찮아서 감옥에 처박아 버린다.

판사는 일이 많으니 돈을 내지 않으면 금방금방 심리를 해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애들은 교도소 안에 "버림 받는다".


분소에게는 형제자매가 여럿 있다. 엄마가 면회를 오지만, 와서 하는 소리는

"이번엔 못 나가. 돈이 없어서 판사에게 말을 할 수가 없어. 넌 버릇이 없어서

여기에 더 있어야 돼!" 그런 것뿐이다. 생일도 놓치고, 매일 다음 번에 나가게

해 준다는 말에 지친 분소는 엄마에게 대든다.


"나도 잘난 부모 만났음 여기 안 왔어!"

"버릇없게 어디서!"

"엄마를 복지기관에 신고할 거야. 엄마도 감옥에 가야 돼. 날 때렸으니까.

경찰도 사람을 때리면 감옥에 가."

"네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도대체 왜 감옥엘 가야 되는 거냐?

악마가 널 교도소에 넣은 거야. 조만간 뿔도 나겠구나. 버릇없는 것.

넌 여기 계속 있어야 돼."

 

 

<필리핀 네그로스 섬 한두만한 교도소, 재소자들의 예배 특송>


토니에게도 부모가 다 있다.

아버지는 어선이 들어올 때 잡일을 하고 평소엔 논다.

취미는 아들을 두들겨 패는 것이다. 토니의 엄마는 또 임신했다.

(이미 애가 다섯쯤 되어 보였다.) 술을 달고 산다. 그래도 아들에게 신경을

쓰긴 하지만 남편에게 맞고 애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

 

토니는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했고,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엄마가, 동생들이 걱정된다.

엄마는 일하러 나가긴 하지만 돈이 없어서 이제 면회도 오지 못한다.

그래도 굉장히 씩씩하게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마흔 살은 된 것 같다.

"애들은 이런 데 오면 안 돼요. 여기 오래 있으면 안 돼요.

엄청 힘든 곳이거든요. 여기 오래 있는 애들은 자주 울어요."


열두어 살 남짓한 애가 분소를 안아주며 말한다.

"얘는 엄마 사랑을 못 받아요. 얘 엄마가 여기다 넣었어요.

꺼내주지도 않아요. 애들은 잘 키워야 돼요. 부모가 잘 해야 돼요."


현재 필리핀 교도소에는 아동 재소자가 5만 2천명이 있다고 한다.

감옥에서 나쁜 것들을 배우고, 강간을 당하고, 출소해도 결국 다시

들락날락하며 인생을 망친다. 어른 재소자들조차 말한다.

"여기 애들을 오래 두면 안 돼요. 부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야 늙었지만 애들은 변할 가능성이 있잖아요."


하지만 정작 부모란 인간들은 애만 놓고서 귀찮으니 감옥에 처박아 버린다.

부모자격심사를 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구나 싶다.

저 세 아이 모두 제대로 된 집에서 잘 교육받고 자랐다면 얼마든지 훌륭하게

될 수 있는 아이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저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먹고살 방법을 찾아낸 게 저거다.


분소의 말처럼 "우리가 여기서 자라면 뭐가 되겠어요? 도둑이 되죠. 우리가

모두 도둑되면 좋을 게 뭐 있겠어요? 그러니까 우린 보살핌을 받아야 돼요."


한국의 많은 공주 왕자처럼 자란 버릇없는 애들을 생각하니

정말이지 복에 겨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돈 한 푼이 이런 애 하나를 구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플랜 코리아에 기부하는 돈을 조금 더 늘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우리 돈 몇 푼만으로도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기회가 생긴다.

위가 아니라 아래를 보면 내가 얼마나 가진 게 많은지 새삼 깨닫는다.


<오성훈은 군 제대 후 필리핀에 와서 금년 3월 복학하기 전까지 약 9개월을

단기 선교로 봉사했다. 처음에 더듬거리던 영어 설교가 지금은 꽤 늘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한두만한 감옥에서 재소자 예배를 인도하는 장면>  


다큐멘터리의 끝, 자막으로 이들의 현재가 나온다.

3년 후, 는 석방되어 다시 길거리에서 구걸과 좀도둑질을 하고 있고,

분소토니는 죽었다고 한다.

분소는 엄마와 다른 동네로 이사 갔지만, 교통사고로 죽었고,

토니는 네 번이나 더 감옥을 들락거리다 마지막에 마약과용으로 인한

심장 비대증으로 사망했다.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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