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선생님 추모
조선일보 이규태(李圭泰ㆍ73) 전 논설고문이 2006.02.25일 오후 별세했다.
나는 20대 후반에 조선일보 이규태 칼럼을 매일 빠지지 않고 탐독했다.
‘어떻게 이런 박식한 글을,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쓰실 수 있을까?’
내겐 경이와 놀라움과 존경, 그 자체였다.
그와 동시에 ‘나도 장래에 저랬으면 좋으련만....’ 이란
실낱같은 희망이 섞인 부러움을 고이 품기도 했다.
추모하는 마음으로, 스크랩해서 간직해 두었던 선생님의 칼럼 한 편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벌써 다섯 번은 더 꺼내 읽었음직한 칼럼이다.<김지윤
[이규태 코너] 사양(기울어져감) 미국경영 (2002.08.18)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4:12
피타고라스의 정리,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뉴턴의 법칙, 아인슈타인의 원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의 과학성과는 천재들이 쌓아올렸다 해도 대과(큰 잘못)는 없다.
이 같은 천재 하나가 출현하는 데 1백년 꼴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계산이 있으며,
그것이 맞는다면 20명의 천재를 탄생시키려면 2천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뒤늦게 문명대열에 뛰어든 미국으로서는 그렇게 만만디로 천재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택한 길이 각기 개성 있는 머리를 가진 이들이
‘그림 맞추기’처럼 시스템화하여 천재의 재능을 대행한 것이다.
달에 사람을 보낸 아폴로 계획이며, 컴퓨터는 어느 한 천재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5백명 내지 3천명의 과학자들이 분업, 협조해서 이루어낸 시스템 발명인 것이다.
신천지인 초기 미국이민들은 기대고 살 전통이나 문화의 배경이 없기에
톱질 할 줄 아는 사람, 돌을 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벽돌 구울 줄 아는 사람들이
제각기 하나씩의 기능을 시스템화하여 교회를 짓고, 도시를 일굴 수밖에 없었다.
곧 시스템이라는 삶의 지혜가 체질화되었고,
그 시스템문화의 아름다운 개화로 세계에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다.
centipede race regatta
서부개척시절의 미국 각급 학교생활에서 가장 선호됐던 운동경기가
「센터피드 레이스」와 「레가타」였다.
발이 많은 지네를 뜻하는 센터피드 경주란, 10명이 넘는 사람이 기다란 두 막대에
두 발을 묶고 호흡을 맞추어 경주하는 이인삼각(二人三脚)의 확대판이요,
레가타 역시 보트에 두 줄로 앉아 노를 저어 겨루는 경조(競漕)로
역시 여러 사람이 동심일체로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시스템 스포츠다.
"미국에 오려면 어떠어떠한 신분이 아니라 뭣뭣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뭣인가 할 수 있는 사람끼리 조화해서 창조해나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국이다"라고 시스템 철학을 역설했던 분은 플랭클린이다.
위기설이 나돌 만큼 미국경제는 파산이 잇따르고 있는데,
그 공통분모로 스카우트된 천재(天才)들이 경영을 독점했다는 점을
근간 「뉴요커」가 지적하고,
<천재들이 불러온 몰락> 이면에 크게 성장한 기업들을 거명하고,
그 성장의 공통분모로 천재보다 시스템의 활용을 들었다.
우리 최고경영자들에게 사고전환의 빌미를 주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사람이 모든 지혜를 모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준 영화 "아폴로 13"
http://kin.naver.com/knowhow/entry.php?eid=bQIUnlEgDF/yltKmYgMSPWRRc2znH8ML
'분류 없음 > 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으로 물을 긷는가? (0) | 2006.03.02 |
---|---|
거절의 미덕 (0) | 2006.02.28 |
136 (도서) 땅 끝에 남은 자 (0) | 2006.02.27 |
135 필리핀 소년 분소 (0) | 2006.02.25 |
133 작은 비난에 넘어지는 사람 (0) | 200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