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풀에 제가 꺾일 때까지 시83:1 출처 휘발
하나님이여 침묵치 마소서 하나님이여 잠잠치 말고 고요치 마소서 시83:1
아들이 교회 행사에서 행운권 추첨에 당첨이 되어 라면 한 박스를 탔다.
(목회자의) 아들은 라면을 너무 좋아하지만
집에서는 평소에 라면이 몸에 좋지 못하다고 하여 못 먹게 한다.
그러니 엄마는, 상품으로 타온 라면을 버리지는 못할 것이고
아들은 나름대로 이제 실컷 라면을 먹게 되었다고 기분이 좋았던가 보다.
그런데 집사람(사모님)이 교회 아이들에게 라면을 많이 나눠 준 것을
나중에 아들이 알게 되었다.
투정을 엄마에게 부리더니 결국 엄마에게 한 마디 말을 들었다.
아들은 이제 내 방에 와서 “아까운 라면을 다 나눠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또 다른 친구들은 안 나눠 주는데 왜 자기만 나눠 주어야 하느냐...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 내어 울었다.
사실 평소 같으면 나도 호되게 꾸짖었을 것이다.
사내 녀석이 그까짓 것으로 우느냐?
친구에게 나눠 주는 것이 그렇게 싫으냐?
그 일이 무엇이 그리 슬퍼서 그렇게 소리 내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느냐?...
그러나 이제 아들과 제법 오래 살다보니
무작정 꾸짖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마냥 들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실컷 소리 내어 울고 불평을 털어 놓고는 갑자기
“아빠, 나 나갈래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순간적으로 집을 나간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나가는데, 나가는 순간부터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동생들 하고 웃으면 장난치고 노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내가 꾸짖지 않고 가만히 받아 주는 것을 잘 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기분 나쁜 감정, 억울한 감정을 나에게 쏟아 놓았던 것이다.
어떤 시인은,
“기도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왜냐하면 하나님은 언제나 침묵하시고
어떤 충고도 하지 않으시며
일을 직접 해결해 주려고도 하지 않으시니까요.
하나님은 다만 우리의 기도를 말없이 듣고 계실 뿐,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를 믿으실 뿐이죠.
그러니 부탁입니다.
침묵 속에서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 주세요.”
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가 상대가 제 풀에 제가 꺾일 때까지
인내하고 들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