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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없음/2006

삼손의 실패

LNCK 2006. 6. 27. 18:15

◈삼손의 실패

 

 

 

 

 

*부제: 싸워보기도 전에 지는 법

    

삼손은 나실인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독주, 부정한 것을 먹는 일

그리고 머리에 삭도 대는 일이 금지되었습니다.(삿 13:14)

 

삼손의 생애를 추적하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머리에 삭도를 대는 일 외에는

사실상 두 가지 금령을 이미 범했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깍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전히 괴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생의 집에 들락거리던 사람이 독주를 안 마셨다고 보기가 힘들고(16:1),

죽인 사자의 사체에 벌집이 들어서자 그 꿀을 찍어 먹었는데(14:8-9),

잘 아는 것처럼, 주검은 대표적으로 부정한 것이었으므로

그 꿀이 정한 음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삼손은,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해 최후, 취소의 조건을

알량하게 지켜내고 있는 것 외에는

영적인 삶, 경건한 삶, 사명을 이루려는 목적의식에서 멀어졌고,

따라서 이미 실패했습니다.

후에 머리까지 깎이는 비극을 맞았는데,

이는 앞선 실패를 확인하는 비참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삼손의 실패를 일상에서의 실패, 선행지표에서의 실패,

경계의 실패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사사로서 공적 임무를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개인 생활에서 볼 것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달랑 머리 하나 안 깎고 있었을 뿐,

삶의 내용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실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의 영적 건강을 보여주는 모든 지표들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결국, 삼손은 영적인 경계근무에 실패한 사람입니다.

블레셋의 위협이 현실로 닥치면 나가서 싸우는 일은 어떻게 때웠지만,

그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고 봉쇄하며,

더 나아가 백성들을 독려하여 군대를 조직하는 등의 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말로 ‘개인기’는 뛰어났는지 모르지만

이스라엘 전체를 하나님의 백성과 군대로 조직하고 키우는 일에는

완전히 빵점이었던 셈입니다.

 

바로 이 일을 위해 하나님이 그를 사사로 세우고,

그에게 출중한 능력을 주신 것은 아닐까요?

 

    

“작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병가의 말이 있습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용장도 때로는 질 수 있고, 명장의 작전이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근무를 게을리 해서 당하는 패배는

싸워볼 기회조차를 내버리는 행위이므로 용서받기 힘듭니다.

 

  

교회 내 모든 사역이 방학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기간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병장기를 다시 벼르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적절히 쉬면서 2006-7년에 벌어질 사역 마라톤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방학은 꼭 필요한 휴식과 정비의 기간입니다.

그러나 교우님들과 함께 다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방학 기간에도 영적 경계근무는 계속된다."

 

재충전 하자고 설정한 방학이 영적 참화를 불러일으키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삼손처럼 겨우 명분만 유지하는 영적 실패자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김기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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