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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없음/2007

1032 불쌍한 사람이 안 보이던데요!

LNCK 2007. 12. 24. 21:33

◈불쌍한 사람이 안 보이던데요!



<출처 : 오인숙/낮은 울타리 http://blog.naver.com/hdchae91/140008654504

 

 

 


여러 겹을 꽃 모양으로 접어 붙인 동그란 모빌 하나를

아이가 불쑥 내게 내밀며 자랑을 했다.


“선생님, 이거 너무 예쁘지요? 문방구에서 사 왔어요.”

나는 급히 교육청에 보낼 공문을 쓰면서 건성으로 “그래, 예쁘다.” 하고 말했다.


“그런데요 이거 우리 교실 칠판 있는데 걸어 놓을 게요.”

“마음대로 하렴...”


아이는 반짝이는 모빌을 교실 앞 칠판이 있는 곳에 걸어 놓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 학교에 가니 서너 명의 아이가 은빛, 금빛,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은종, 금종, 꽃 모양의 모빌을 사들고 왔다.


“선생님, 참 예쁘지요. 우리가요 이걸로 교실에 크리스마스 장식하려고 사왔어요!”


반짝반짝 예쁜 모빌을 보면서 나는 빌립처럼 계산을 머리 속으로 했다.


“그거 얼만데?”

“오백 원이요.”

“천 원이요.”

“삼천 원이요.”


생각보다 웃도는 가격에 내 안색이 변했는지,

아이들이 “왜요? 우리 이런 거 많이 사와서 교실을 꾸미려고 해요.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야 하잖아요.” 한다.

아이들은 마냥 들떠 있었다.


모두 다 내 죄로소이다!

11월 말경부터 나는 교실에 캐롤을 틀어 놓고,

‘창 밖을 보라 창 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분위기를 잡았으니까.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데 말이야. 이 거 너무 비싼 거 같애.” 하곤 그날 긴긴 설교를 시작했다.

성탄의 의미와 우리가 함께 할 이웃들에 대해서… .

그리고 설교 끝에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얘들아,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가 성탄을 맞아 축하 장식을 하기는 하는데

직접 우리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면 어떨까?

문방구에서 모빌 살 돈은 ‘사랑함’에 넣고 말이야.”


설교가 신통치 않았는지 아이들은 땡감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이 샌 모양이다.

그렇지만 착한 우리 아이들은 “그러지요. 뭐어~.” 하고 대답했다.


아이들의 설레이는 마음을 묶어 놓은 것 같아 미안해진

나는 자료실에서 색종이를 잔뜩 안고 와서

장식고리 만드는 법, 모빌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곧 아이들은 만드는 기쁨에 빠졌고, 모빌을 사려던 돈은 ‘사랑함’에 넣었다.

사랑함이 모빌값으로 더욱 두둑해졌다.

그 해 겨울 진눈깨비 휘날리는 날,

우리들은 지하철을 타고 인천의 모 처를 찾아갔다.


지체부자유 아이들이 모여 살며 기술을 배우는 곳이었다.

외출에 들뜬 마음으로 까불대며 그 곳에 도착한 아이들은

준비해 온 선물을 건내고 돌아오는 길에

말없이 심각하게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왜 그러느냐?” 고 묻자 아이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불쌍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다는 걸 몰랐어요.”

‘사랑은 키우는 것.’ 이건 내가 그 날 생각해낸 명언이다.


인천에 다녀온 며칠 후 아이들은 별난 숙제를 하게 되었다.

남은 ‘사랑함’의 돈으로 장갑과 양말을 사들고

각자 필요한 이웃에게 전하는 일이 숙제였다.

그러나 다음날 거의 절반의 아이들이 숙제를 못하고, 그냥 장갑과 양말을 가져왔다.


“불쌍한 사람이 안 보이던데요.”

“엄마가 추운데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 날 우리는 불쌍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눈을 회개하는 기도를 했다.

다음 날 아이들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들어서며 말했다.


“선생님, 빨리 예배 드려요. 간증할 게 있어요.”


그 날 아이들의 간증으로 주님께서 우리 교실에 앉으셔서

계속 벙글벙글 웃으셨을 것만 같다.


“육교에서 쥐치포 파는 할머니께 ‘이건 예수님께서 주시는 거예요.’ 하고 드렸더니

예쁘다고 … .”

“카드 파는 형아에게 주었더니 고맙다고 했어요.”


‘사랑은 체험으로 커지는 것.’ 이것은 내가 그 날 생각해낸 또 하나의 명언이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체험인가를 알게 된 우리 반 못 말릴 아이들이

집에 가서 사각통(크리넥스)에 들어 있는 휴지를 모조리 빼어 내던지고

그 통에 흰 종이를 발라 ‘사랑함’을 만들어 돈암동 지하철역을 휩쓸었다는 사실을

나는 교장 선생님께 나중에 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화가 나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불려가서 그 앞에 멋적게 서 있는 내게 말씀 하셨다.

“아니 멀쩡한 집 아이들을 모두 거지새끼 만들려고 그래요?

지하철에서 뛰어다니는 그 반 아이들 만났어요!”


모든 일엔 절제가 필요한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우리 아이들이 주님의 축복을 받을 것을 믿는다.

(독자들도 ‘아멘’ 해 주시기 바란다.)

그 후 학교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을 때면, 나는 동료들의 눈총을 받곤 했다.


“오 선생님, 어떻게 해서 그 반은 다른 반의 두 세 배가 걷혀요?

꼭 우리가 돈 떼어 먹는 것 같잖아요!”

오! 오! 아름다운 성탄이여! 투덜대는 그들의 가슴에도….


[주제별 분류] 구 제 http://blog.daum.net/bible3/1089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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