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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는 이야기 두 편

LNCK 2008. 1. 19. 21:21

www.youtube.com/watch?v=ht3Y9SXF9pk 

◈부부 사는 이야기 두 편                            골3:19

 

 

◑춘천에서 서울까지 잡고 온 손

- 김소운 선생의 '가난한 날의 행복' 중에서  출처

 

 

어느 중로의 여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여인이 젊었을 때였습니다.

남편이 거듭 사업에 실패하자, 이들 내외는 갑자기 가난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다시 일어나 사과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사과를 싣고 춘천에 갖다 넘기면 다소의 이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춘천으로 떠난 남편이 이틀, 사흘이 되어도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제 날로 돌아오기는 어렵지만, 이틀째에는 틀림없이 돌아오는 남편이었습니다.

아내는 기다리다 못해 닷새 째 되는 날 남편을 찾아 춘천으로 떠났습니다.

당시는 해방 직후, 전화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춘천에만 닿으면 만나려니 했지요. 춘천을 손바닥 만하게 알았나 봐요.

정말 막막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여관을 뒤졌지요.

여관이란 여관은 모조리 다 뒤졌지만, 그이는 없었어요.

하룻밤을 여관에서 뜬눈으로 새웠지요.

이튿날 아침, 그이의 친한 친구 한 분이 도청에 계신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 분을 찾아 나섰지요. 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정거장에 들러봤더니..."

 

매표구 앞에 늘어선 줄 속에 남편이 서 있었습니다.

아내는 너무 반갑고 원망스러워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절한 트럭에다 사과를 싣고 떠난 남편은, 가는 길에 사람을 몇 태웠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사과 가마니를 깔고 앉는 바람에 사과가 상해서 제값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도저히 손해를 보아서는 안 될 처지였기에 친구의 집에 기숙하면서,

시장 옆에 자리를 구해 사과 소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젯밤 늦게 서야 겨우 다 팔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보도 옳게 제 구실을 하지 못하던 8.15 직후였으니까요..

 

함께 춘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남편은 아내의 손을 꼭 쥐었습니다.

그 때만해도 세 시간 남아 걸리던 경춘선, 남편은 한 번도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한 손을 남편에게 맡긴 채 너무도 행복해서 그저 황홀에 잠길 뿐이었습니다.

 

그 남편은 그러나 6.25 때 죽었다고 합니다.

여인은 어린 자녀를 이끌고 모진 세파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커서 대학엘 다니고 있으니,

그이에게 조금은 면목이 선 것도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춘천에서 서울까지 제 손을 놓지 않았던 그이의 손길,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사랑과 영혼               출처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제(어느 의사)가 진주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이야기입니다.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로 뇌를 다친 26세의 한 젊은이가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이미 그의 얼굴과 머리는 심하게 손상되어 원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의식은 완전히 잃은 상태였습니다.

서둘러 최대한 응급조치를 하였으나 살 가망은 거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미 식물인간이 된 상태나 마찬가지인 그가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날 아침,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심전도 기계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나의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나타내던 심전도 곡선이

갑자기 웨이브 파동으로 바뀌었던 것입니다.

힘차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상적인 인간의 심장박동에서 점차 약해지며

힘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그것은 곧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보통 이러한 웨이브 파동이 나타난 이후 10분 이상을 살아있는 이를

나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의 운명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느낀 나는

중환자실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환자가 운명할 때가 되었으니 와서 임종을 지켜보라고 일렀습니다.

 

이미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젊은이의 부모님과 일가친척인 듯한 몇몇 사람들이 슬피 울며,

이미 시체나 다름없이 누워있는 그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중환자실을 나왔습니다.

 

간호사에게는 심전도 파동이 멈추면

곧바로 영안실로 옮기라고 일러두었습니다.

 

다른 환자를 보고 잠시 후 다시 그 중환자실을 지나치면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시간이 지난 아직도 그의 심장박동이 느린 웨이브 파동을 그리면서 살아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날 오후 쏟아지는 응급환자 돌보느라, 더 이상 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는 둥 마는 둥 그 날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왠지 갑자기 생각이 들어 다시 그 중환자실을 가 보았습니다.

 

물론 지금쯤은 아무도 없는 빈 침대이거나,

다른 환자가 누워있으리라는 당연한 생각으로였지만

왠지 그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방에 들어선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그가 살아 있었습니다. 더없이 나약하지만 끊이지 않는 심전도 곡선을 그리며

그의 영혼은 아직 그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본 나는 무엇인가를 느꼈습니다.

왠지 이 세상에 그가 쉽게 떠나지 못할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요?

 

이것은 과학적이나 의학적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나는 의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어떤 존재를

그 순간 무의식중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가 다시 그렇게 지나고 그의 심전도가 웨이브 파동을 그린 지

장장 이틀이 지났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중환자실에 가 보았습니다.

그의 신체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지만, 영혼은 어떠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더없이 미약하게나마 이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었습니다.

심전도 모니터 화면이 그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고

나의 예사롭지 않은 느낌 역시 그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들어왔습니다.

이제까지 보호자 중에 없었는데,

마치 멀리서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온 듯 했습니다.

젊은이의 애인인 듯 했는데,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제대로 환자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나는 한 옆으로 비켜섰다.

젊은 여인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까스로 침대 옆에 섰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의 심전도 파동이 멈추었습니다.

모니터 화면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던 웨이브 파동이 한 순간 사라지고

마치 전원이 꺼진 것 같은 한 줄기 직선만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이틀 간 미약하게나마 뛰어왔던 그의 심장이 그때 바로 멈춘 것이었습니다.

내 가슴은 순간 서늘해지면서 왠지 모를 거대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젠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난 그와, 그의 곁에 남겨진 여인을 두고

나는 중환자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의 임종 소식을 전하고,

나는 보호자 중의 한 사람에게 방금 온 그녀가 누구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내게는 그녀가 그의 삶을 오늘까지,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연장시킨

어떤 존재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녀는 결혼한 지 3개월에 접어드는 그의 부인이었고

뱃속에 아기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움과 마음 속 깊숙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옴을 느끼며

나는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당신과 뱃속의 아기를 만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그 오랫동안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 얼마나 힘겹고 가슴 아픈 영혼의 기다림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부인과 그의 아기에게 전하는 이 세상 마지막 메시지라고,

그것은 바로 사랑의 작별인사라고.

 

듣고 있는 그녀의 눈에서 넘치는 눈물을 바라보며

나는 두려움과 함께 어떠한 경외심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한 한 영혼이 바로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을 뿐 아니라 생생히 느꼈고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를 이끌어주는 가장 큰 힘이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 역시.

우리에게 가장 없어서는 안 될 영혼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나는 요즘도 이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는 합니다.

 

..................................

 

 

◑암소 여덟 마리에 데려온 새색시

 

남태평양 어느 섬 지방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조니 링고(신랑)가 사리타(신부)의 아버지한테, 암소 8마리를 주었다!"

 

사람들은 이 얘기를 할 때면 좋게 말하면서도 묘한 웃음을 짓곤 했는데,

그 웃음에는 조롱기가 약간 섞여있었다.

이 말만 들으면, 원주민들은 소년이라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 이유는, 똑똑하고 쾌활한 이웃 섬 청년 조니가 이 섬 처녀에게 장가들었는데,

글쎄 멍청하게도 신부 아버지에게 암소를 8마리나 주었기 때문이었다.

 

섬 풍속으로는, 암소 2~3마리면 반반한 처녀를 아내로 맞을 수 있었고,

4~5마리면 마음에 쏙 드는 색시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추녀가 아닐 정도의 수수한 여자를 신부로 얻기 위해,

암소를 8마리나 주었으니, 어리석어도 한참 어리석다는 조롱이었다. 

 

사실 ‘수수하다’는 표현은 새색시에 대한 후한 평가였다.

그 색시는 바짝 말라 있었고, 걸을 때도 등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머리를 아래로 푹 숙이고 걸었다.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여자였다.

 

그렇다면 사랑스런 구석이라곤 별로 없는 여자란 말인데,

암소 1~2마리면 족할 것을, 8마리나 주고 데려가다니

그래서 이 섬마을 사람들은 조니 링고 얘기만 나오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비웃음의 웃음을 나누었다.

 

이웃 섬에서 가장 총명하다는 청년이,

자기 섬의 가장 어리숙한 노인(장인)에게 속아 넘어갔으니...

동네 사람들은 통쾌하다는 식으로 비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조니 링고는 자기 재산을 자랑하는 허세로 암소를 8마리나 준 것이 아니었다.

조니 링고를 따라 이웃 섬으로 시집 온 새색시 사리타는 놀랍게 변화되어갔다.

 

은은한 미소와 교양을 갖춘, 남편에게 헌신적인,

그런 그녀의 인격은 자기 외모마저 변화시켰다.

이제 그 여자는 그 섬마을에서 으뜸가는 미인이 되었다.

알맞게 치켜든 턱, 반짝이는 눈동자 등 몸가짐에서 자부심이 우러나고 있었다.

 

사리타가 시집 와서 이렇게 달라진 비결이 무엇일까?

갓 시집온 여자들이 모이면, 어떤 여자는 암소를 2마리 받았다고 말하고,

4마리에 시집왔다고 자랑하는 여자도 있었다.

그런데 사리타에게는 늘 자부심과 긍지가 있었는데,

‘나는 암소 여덟 마리에 시집왔어!’ (나는 대단히 소중한 여자야!)

 

남편 조니 링고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다.

자기 아내 될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줄 줄 알았던 지혜가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네, 나는 내 아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랐습니다. 

아내 사리타가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것이 여자를 변화시킵니다.

안팎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여자를 변모시켜주지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있지요.

친정에서 살 때 사리타는 자신이 아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지금 제 아내는 이 섬 지방의 어떤 여자보다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http://cafe.daum.net/parkinsik/AoX4/1

 

남편들은, 아내와 외식하거나 아내의 옷을 사 줄 때는

돈을 좀 후하게 써야 하겠습니다. 다른 데는 아끼더라도 말입니다.

 

[주제별 분류] 행복한 가정 http://blog.daum.net/bible3/13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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