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토록 소중한 이유 롬8:37
서울서 울진으로 가는 길은 참 멀었다.
그러나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휴가철 정체현상으로 늘어진 여행길을 설레임으로 가득하게 했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었고
우린 진한 포옹을 나누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래사장에 낚시대를 드리워 놓고
나무숲에 쳐 놓은 텐트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며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모님들은 그늘진 언덕에 앉아
물가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참 우리의 웃음이 텐트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목사님! 목사님!"하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신발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내리달았다.
그렇게 빨리 달려갔지만
상황은 이미 끝난 뒤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물가에 떠내려 온 이 널빤지 위에서 뛰어 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마 한새가 널빤지의 한쪽 끝에 서 있었고,
수미가 그 반대편 끝에 서 있다가 물속으로 점프했나 봐요.
그래서 한새가 물 속으로 '퐁당'하고 빠진 거죠.
물가에 바로 계셨던 주아 엄마가 막 소리치자
한새 엄마가 달려 내려와 건져낸 거예요."
집사람(한새 엄마)은 벌써 언덕 위에 올라가
한새를 수건에 싸안고 있었다.
"한새야, 괜찮아?"
"예, 괜찮아요."
"아니 어떻게 그 몸으로..."
"나도 주아 엄마의 비명소리에 달려 내려가 보니까
다른 애들은 다 보이는데
한새가 안 보이잖아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한새가 물 위에 떠서
물을 꼴깍 꼴깍 먹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달려 들어가 꺼냈죠, 뭐!"
홍 목사님이 내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 목사, 우리 집사람(주아 엄마)이 옆에 있었는데도
한새를 즉시 건져내지 못해서
내가 대신 사과하니
내 사과를 받아주게.
우리 집사람은 수영도 할 줄 모르고
또 물이 시퍼런 게 깊어 보였나 봐.
게다가 우리 집사람은
어렸을 때 우물에 빠진 적이 있어서
물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물가에 서서 나뭇가지로 건져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자
소리 질러 사람들에게 알린 거지.
아무튼 이해해 주게."
"걱정 말고
사모님이나 잘 위로해 주세요.
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 부모 탓이죠..."
그런데 아내는 물 속에 뛰어 들면서
세 가지 명백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첫째, 자신이 수영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고,
둘째, 자신이 임신 9개월의 만삭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으며,
셋째, 물의 깊이를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계산을 뛰어넘는 것이다.
아이를 안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모성애의 위대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이 잠든 한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새가 네게 그토록 소중한 이유를
이제 알겠느냐?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내가 너를 낳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내가 너를 죄와 사망에서 되찾았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로 너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그분의 사랑이
나를 또 한 번 울게 했다.
로마서 8장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포한다.
35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곤고입니까,
핍박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협입니까, 또는 칼입니까?
36성경에 기록된바 "우리는 종일 주님을 위하여 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도살당할 양과 같이 여김을 받았습니다" 한 것과 같습니다.
37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일에서 우리를 사랑하여 주신 그분을 힘입어서, 이기고도 남습니다.
38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들도, 권세자들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능력도,
39높음도, 깊음도, 그 밖에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1993.07.27. 이 목사님의 목회일기『아내와 신발장』가운데서 발췌
◑핫코코아, 너 뭐하는 거니?
어린 아들이 핫 코코아를 먹다가 아직 몸가짐이 서툴러 탁자 위에 몇 방울 흘렸다.
아들은 결벽증 같은 것이 있어서,
그걸 깨끗하게 닦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애다.
어린 아들은 화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휴지로 탁자를 닦는다.
그러다가 컵을 잘못 건드려서, 처음보다 더 많이 엎질러졌다.
한 번은 참았던 아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켰다.
"Hot Cocoa, what are you doing? (핫 코코아, 너 뭐하니?)"
아빠인 저는, 이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면서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로, 인간은 자기 잘못을 <기억하기 때문에 화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잘못이나, 남의 잘못을 오래 기억치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내 잘못이나, 남의 잘못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내 죄를 잊어버리셨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만 하겠다.
둘째로, 인간은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화낸다>는 것이다.
문제의 진짜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이걸 모르면, 인간은 성숙한 삶을 살 수가 없게 된다.
그 후로, 내가 화를 내게 될 때면,
나는 "Hot Cocoa, what are you doing?"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윗 글과 같은 저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에서 신호가 많이 막히면 교통부장관 흉보고...
서울시장을 탓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좀 더 일찍 길을 나섰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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