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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석 선교사 병상일기 P2 2011년

LNCK 2018. 1. 17. 08:38

www.youtube.com/watch?v=SRzTeKuiUus&feature=youtu.be

허운석 선교사 병상일기 P2  2011

 

고 허운석 선교사님은

200711월에 폐암 2기가 발견되었고

20101월에 재발하여 (재발하면 치명적이라 합니다)

20139월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소천하셨습니다.

 

허선교사님의 병상일기를

2010, 2011, 2012

3회로 나누어 소개해 드립니다.

 

출처 : 허운석 저 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두란노출판사

 

2011년 128

 

홀로 누워 중얼거린다.

병고에 진저리를 느끼며 이렇게 말한다.

주님, 나는 이제 어떤 병명도 듣고 싶지 않아요.

만일 어떤 병이 제 몸에 생긴다면 나는 그냥 죽겠어요!” 그동안 쇠약해진 몸이 나아가고 있는데

장이 콕콕 찔리는 느낌, 앉아 있으면 장이 눌리는 느낌이 있다.

병원에 가보아야 하는 것인가 잠깐 고민되었지만, 결론은 안 간 다이다.

또 병이 생긴 것이면, 그 이야기를 들을 자신이 없어서다.

 

 

날짜 미상

 

왜 병들면 안 되는가?

병든다는 것은 주님의 징계를 뜻하는 것일까? 주님은 왜 병을 허락하실까?

그것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시려는 것일까?

병든 사람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못난 것일까?

병들면 저주이고, 건강하면 축복일까?

 

    

 

228

 

남편 김철기 선교사가 아마존으로 돌아갔다. 나도 함께 돌아가면 좋았을 텐데.

추운 겨울 온통 아내 병간호를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혼자 돌아가는 그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뿐이다.

목메어 말하는 그를 보내며 많이 울 줄 알았는데 평안히 공항에서 돌아와 앉아있다.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 

 

 

31

 

브라질 아마존에 가려면 비행기를 네 번 갈아타야 한다.

남편이 공항마다 전화를 했다.

서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35

 

밖을 내다보니 울타리의 마른 나뭇가지마다 새순이 얼굴을 내밀었다.

마음 가득히 기쁨이 번진다.

나는 토끼처럼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고 싶다.

사랑하는 네우슨 목사가 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

 

죠세 목사가 바르쎌로스에 선교사로 갔다는 소식을 들으니 뛸 듯이 기뻤다.

인디오와 브라질인이 섞여 사는 그곳에 선교의 불씨가 피어나기를.

인디오의 신분으로 낯선 곳에서 홀로 모든 것을 일궈 나갈 그를 생각하며

나는 기뻐서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말했다. “당신들이 우리를 가르치고 삶으로 보여 준 믿음

과 고통이 우리의 가슴에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과 함께 승리할 것입니다.”

나는 그들의 말에 감격스러운 감사를 올린다.

 

! 나의 주님! 감사합니다.

 

 

37

 

양시영 선생님 병원에서 광양자 치료법(Photon Therapy)을 받아 보 기로 했다.

양시영 선생님은 동부 광성교회 집사님인데, 나를 위해 새 기계까 지 들여놓았다 하셨다.

동부광성교회 목사님 내외는 나보고 자신들의 집에 와서 지내며 치료를 받으라 하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이 부족한 사람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그 분들을 통해 읽었다.

 

 

311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힘들다.

혼자 있으니 자꾸만 마음이 약해진다.

 

 

날짜 미상

 

광양자 치료를 받고 통증이 없어졌다. 기력도 충분히 회복되었다.

426일에 아마존을 다녀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양 선생님이 가도 괜찮겠다고 허락해 주었다.

그동안 1~4월 사이에 아마존에 가고 싶다고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

주님이 들어주신 것 같다.

주님은 언제나 넘치는 사랑으로 나를 돌보신다.

 

 

412

 

네우슨 목사의 편지를 받았다.

나는 덩실 덩실 한없이 춤을 추고 싶다.

그들과 함께했던 세월들을 생각하면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그들이 우리를 귀히 본다.

우리를 생각하며 감사해 울기도 한다.

그의 안에서 세워지는 주님의 나라가 보인다.

 

아마존에서 주님께 부르짖었던 소원은

주님,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거듭나게 하여 주시고

십자가를 알고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주님의 마음을 소유함으로써

다른 형제들을 위해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을 주시옵소서였 다.

 

네우슨 목사는 편지에 말했다.

선생님이 그리도 아프신데 철없는 동역들과 인디오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 주님께 하루 속히 가고 싶습니다.”

자신도 인디오지만 정말 인디오가 구원받을 수 있냐고 물었던 네 우슨 목사.

이제 나는 그들 안에서 주님의 일하심을 본다. 나는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400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많이 좋아졌다며 두 달간 아마존에 다녀와도 된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사랑이시리.

또한 김철기 선교사의 한없는 눈물의 기도와 아마존의 형제들의 눈물의 기도였으리.

예수님 안에서 사랑하는 모든 형제자매들의 기도가 오늘의 나를 있게 했으리라.

할렐루야!!

죽어 형제들 곁에 묻히기 위해 가려했던 아마존 땅을

아프지 않은 모습으로 갈 수 있게 해주신 주님의 아픈 사랑에 감 사를 드린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주님의 아픈 사랑은 주님과 나와의 사랑의 비 밀이다.

이 기쁨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에 나 혼자만이 행복한 것 같다. 자꾸 눈물이 흐른다.

주님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419

 

아마존에 갈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몇 달 전만 해도 아마존에 가는 것은 형제들 곁에 묻히러 가는 것 뿐이라 생각했다.

무정한 통증으로 인해 하루라도 빨리 주님께 가기를 원하고 원했 던 것이다.

아마존에서 죽을 생각을 하니 형제들이 너무 슬퍼할까 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은혜에 은혜를 더하사 나의 죽는 날이 믿음 안에서 기쁨의 파티를 하는 날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선물을 사러 남대문 시장에 갔다.

아이들 신발도 사고, 캉캉치마도 사고, 머리핀도 사고, 리더들에게 입힐 와이셔츠도 산다.

이렇게 환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 지 않는다.

눈부신 봄의 새싹들과 꽃들처럼 나의 마음도 그렇게 새싹이 나고 꽃이 핀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60

 

죽지 않고 살아서 아마존에 돌아간다는 마음과

영육 간에 더 아름답게 만드셔서 형제들 앞에 세워 주시는

주님의 사랑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늘 통증으로 고통받을 때 하루에도 수백 번 아마존에 돌아가

학교 교문 뒤 넓은 뜰에 묻히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어떻게 형제들 앞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가 늘 고민 이었다.

나의 죽음이 그들을 슬픔과 낙심에 빠지게 하고 불신앙으로 떨어지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들을 믿음 가운데 승리로 이끄실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60

 

아마존으로 향하는 길에 미국을 들렀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 지훈이가 미국 캔자스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 문이다.

모두들 내 건강을 걱정했지만, 나는 멀쩡했다.

 

 

오히려 내 옆에서 간호하는 딸 수산나가 힘들어 한다.

시골뜨기가 다 된 아들은 이미 늠름한 기도의 사람이 되어 있었 다.

하루에 학교까지 자전거로 2시간 30분을 왔다 갔다 한다. 그렇게 지나가는 집들을 보며 기도한다는 아들.

학교에서 하루에 6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도한다고 하는데,

그 기도시간을 기뻐하는 아들을 보니 주님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 을 하게 된다.

 

우리 가족 모두를 주의 종으로 살게 하신 주님의 자비하심을 본 다.

내 육신의 아들이지만 이젠 믿음의 아들이 되어 서로 깊이 주님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들은 나의 실신한 기도 동역자이다.

캔사스를 떠나 마이아미에 새벽 2시에 내렸다.

이튿날 아마존의 마나우스에 도착한 후 비행기 연결을 위해 하루 를 또 거기서 잤다.

내일이면 사랑하는 남편과 형제들을 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흥분이 된다.

 

 

60

 

끝없이 펼쳐진 아마존의 정글 위를 날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 변해 있을까?

공항에 내리니 신학교 학생들과 교인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나를 맞이하는 합창을 불렀다.

우리는 눈물 섞인 포옹을 했다. 모두들 주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2009년에 재래식이었던 신학교 식당 부엌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했다가

그만 내가 암에 걸리는 바람에 중단이 되었다. 아마존에 돌아간 나는 즉시 그 공사를 재개했다.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마나우스로 날아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녔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공사의 후원을 기꺼이 해주신 주호걸 집사님과 화찌마 집사님 은

무조건 최고의 자재로 쓰라고 당부, 또 당부하셨다.

그분들의 사랑에 감격하여 절로 힘이 났다.

주님은 나에게 눈썰미를 주셔서 공사하는 내내 고칠 부분들을 매 의 눈으로 찾아내었다.

일거리는 자꾸 늘었지만 마음은 기쁘고 행복했다.

    

 

60

 

새벽 4시에 새벽 기도회를 준비했다.

그동안 그리웠던 학생들과 말씀을 나누며 그 귀한 시간을 인도했 다.

, 너무나 행복하고 기뻤다.

말씀을 전하고, 찬양하고, 기도하며 함께 웃고 울었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날마다 함께 붙어살다시피 하여 헤어져 잠자 는 시간도 아쉬워했다.

함께 주의 은혜를 나누며 살아감이 참으로 행복하기만 하다.

내 딸 수산나, 아들 지훈이가 인디오 교회 사역을 이어나갈 것을 상상해 본다.

인디오 형제들은 수산나와 지훈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함께 살기를 바란다.

  

 

6월 0일

 

가족들 중에서 내가 가장 건강하고 쌩쌩한 것 같다.

남편인 김철기 선교사는 내가 너무 무리를 한다며 화를 냈다.

우리 학생들이 그런 모습을 처음 본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힘이 마구 솟구치는 것을.

 

 

60

 

십자가의 모형으로 신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건물을 새로 짓기로 했다.

인디오 형제들의 후손들까지 생각하여 이 건물을 짓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랜 시간 기도했다. 공사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상파울로의 김태현 장로님이 쾌척해 주시기로 했다.

 

하나님의 예비하심에 다시금 놀란다.

이렇게 주님을 사랑하는 분들에 의해 하나님 나라가 세워진다.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분들의 헌신이 하나님 나라에서 해 같이 빛나리라!

 

 

6월 0일

 

우리 인디오 학생들을 주님께 드리고자 하는 열망이 더 강렬해진다.

생명이 있는 한 나의 작은 형제들, 아마존의 다른 이들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바칠 사명자들, 그들의 성장을 위해 밑거름이 되어 주고 싶다.

주님으로부터 훈련받은 모든 것들, 십자가를 들고 싸워야 할 내적 싸움의 방법,

하나님을 대항하는 것들을 부수는 강력한 역사하심 등 모든 것을 나누고 싶다.

 

 

60

 

인디오 교회 생일이 626일이다.

그런데 내가 그 전에 서울로 돌아간다고 하니 모두들 앞당겨 축하 파티를 벌이자고 한다.

김철기 선교사 20년 선교 축하, 16살 먹은 교회 생일,

그리고 4년 끝에 브라질 시민이 됨과 동시에 병을 회복한 나를 축하하기 위해

40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감사 예배를 드리고,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느꼈다. 모든 형제자매들이 즐거워했다.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주님의 은혜는 한량이 없으시며 참으로 놀라우시고 자비로우시 다.

 

 

615

 

내가 서울로 가는 날, 모두들 공항에 나왔다. 입가엔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남편 김 선교사를 두고 혼자 떠나야 하는 마음이 무겁다.

우리 남편은 절대 늙을 것 같지 않았는데, 그새 부쩍 늙어 보인다.

아픈 나를 지켜보다가 저렇게 됐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사랑의 빚을 어떻게 다 갚을까.

주님, 당뇨와 혈압이 있는 우리 남편을 지켜 주세요.

 

 

616

 

주님! 이 눈물은 그들의 눈물입니다. 나의 눈물이 아니라 그들의 눈물입니다.

주님! 나의 가슴은 못 다한 사랑 때문에 짓물렀습니다.

떠나자마자 그리움으로, 사랑스러움으로 눈물이 가득 흐릅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자매들, 한 사람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저에게 이 형제자매들을 맡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마존 정글 위를 나는 비행기 안에서

 

 

719

 

아마존에서 바쁜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CT 촬영과 뼈 검사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갔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전에는 암이 이 정도로 컸는데, 지금은 이렇 게 작아졌네요하셨다.

의사 선생님이 손으로 암의 크기를 표현하는데, 그걸 보는 나는 순간 멍해졌다.

하나님이 보살펴 주신 덕분인 것 같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믿지 않는 의사 선생님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느낀다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선생님을 위해 하나님께 늘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 인사를 하자 의사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신다. 문득 지난 3월 초의 일이 생각난다.

그때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날이었는데,

남편인 김철기 선교사와만 나눌 이야기가 있다고 나를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은 말기 암은 나을 수가 없습니다.

 

항암 약은 생명을 약간 연장시킬 뿐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의사 상담을 받고 나온 남편의 얼굴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터라 덜 당황한 듯했다.

우리는 하나님이 행하실 일에 순종 또 순종하기로 다짐했다. 주께서 허락하시는 모든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분이 주시는 모든 것은 선하시기 때문이다.

 

항암 주사약의 시가가 480만원이나 된다고 간호원이 귀띔해 주었다.

그런데 그 비싼 항암 주사약이 내성이 생겨서 암세포의 활동을 저지시키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암이 더 커진 상태에서 주사 말고 먹는 약으로 바꾸자했다.

먹는 약을 먹기 시작하자 부작용이 일어나 머리와 얼굴에 두드러 기가 났다.

폐암 담당 선생님이신 김주항 선생님은 거의 5년째 뵙는다.

항상 그분이 예수님을 영접하기를 기도한다.

김주항 선생님은 내가 항암을 시작할 때

미국 제약 회사의 실험 대상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셨다.

기쁨의 파도가 밀려오며 한나의 기도와 마리아의 기도를 읊조렸 다.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며 빈궁한 자를 거름더미에서 올리사

귀족들과 함께 앉게 하시며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시는도다

땅의 기둥들은 여호와의 것이라 여호와께서 세계를 그것들 위에 세우셨도다 삼상 2:8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 고 눅 1:52

 

간혹 무섭게 아팠던 기억이 날 때면 내 몸이 기억하고 파르르 떤 다.

 

육체적 고통의 멍에와 깊은 나락과 죽음의 얼굴을 보았던 생각이 난다.

죽음과 함께 살도록 하신 그분의 거룩하신 뜻에 깊이 감사를 드린 다.

언제나 주님이 그어 놓으신 지경 안에 있으라고 하시는 주님의 음 성이 천국으로 느껴진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로 항상 주의 전에 있게 하사 주의 얼굴 빛에 다니게 하사 실족 하지 않도록 도우소서.

 

지극히도 나를 사랑했던 형제자매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도 그들을 위해 주님의 은혜를 구한다.

 

 

89

 

나의 사랑하는 이들, 나의 친구들이 내 상처를 멀리한다.

내 생명을 찾는 자가 올무를 놓고, 나를 해하려는 자가 괴악한 일 을 말하여

종일토록 궤계를 도모하나 나는 귀 먹은 자같이 듣지 않고

 

 

벙어리 같이 입을 열지 아니하오니 내 입에는 변박이 없다.

신실하신 여호와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시리라.

 

무릇 그들이 주께서 치신 자를 핍박하며 주께서 상하게 하신 자의 슬픔을 말하였사오니 시69:26

 

! 주님, 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세상에 붙어 사는 제 마음을 찢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채우심을 알겠나이다.

주님, 이 처량한 자를 잊지 마소서.

 

 

날짜 미상

 

서울에 첫눈이 왔다.

여러 겨울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겨울나무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믿음의 비밀을 말씀하시고자 하는 주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느낀다.

주님의 손에 의해 옛 자아가 무너지고 발가벗겨지고

오직 주님의 부활 생명의 능력으로만 살게 하시는 사랑 앞에 감사 를 드린다.

 

주님보다 세상적인 것에 눈독을 들였던 우리,

생명의 근원 되신 주님보다 물질적인 복에 빠져 있던 우리는

주님 앞에 밝히 드러나고 주님 손길에 의해 부서진다. 그것이 영원한 주님의 사랑이다.

 

나의 연약함과 흠을 가리고 있던 수많은 잎사귀들이 떨어진 지금,

모든 인간적인 영광을 내려놓고 나로 인해 자랑하려는 교만에서 분리되어

내 눈길이 주님께 고정되기를 원한다.

주님의 보혈의 샘으로 내 의가 씻겨 나가고, 정결하게 되기를 원 한다.

주님이 주시는 말씀의 샘으로 생명의 힘을 얻기를 원한다.

잔느 귀용은 말했다. 신부가 군화를 신지 않고는 신부복을 입을수 없다고.

참으로 주님과 함께 전쟁에 출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신부 의 자격이 없다.

 

우리의 무지함으로 사단에게 넘긴 것들을 되찾아오고 회복과 영광의 승리를 주님께 돌리기를 원한다.

주님은 이 깨달음을 주시려고 나를 진한 고통 가운데 놓으셨나 보 다.

생명의 주님께로 사람들을 이끄는 도구로 오직 남은 생을 살 수 있기를.

 

 

1225

 

추운 겨울을 한국에서 맞는다. 더운 나라에서 지내던 나는 추위가 낯설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울바람을 가르며 병원으로 향했다.

정기 검진을 받고 난 나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가 거슬려 미용실에 가 파마를 했다.

딸 수산나는 피곤한지 일찍 잠들어 버렸다. 모두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떠 있는 듯하다.

나는 딸을 깨워 예수님의 생일이 다 가기 전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조촐한 축하 파티를 하자고 했다.

 

오늘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 나의 사랑하는 예수님. 베들레헴에 오신 예수님.

나의 생명의 떡이 되기 위해 오신 예수님. 예수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주님, 자기를 죽음에 던지고 주님이 세상에 오시는 길을 연 마리아를 떠올려 봅니다.

나는 주님 오시는 길을 예비하고 주님을 제 안에 모시기 위해

어떤 고난의 십자가도 마다 않고 죽음에 나를 던지는 자인지 생각 해 봅니다.

마리아의 믿음이 어떠했기에 지구상에서 그녀를 택하셨습니까?

 

하와에서 시작하여, 노아의 아내의 순종과 사랑과 인내로, 사랑의 충직한 헌신으로,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고 십자가를 지고자 했던 다말의 헌신으로,

버림받았지만 인고의 세월을 견딘 레아의 믿음으로, 룻의 순전한 믿음의 결단으로,

주님이 이 땅에 오시는 길이 열렸습니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이 불쌍한 영혼을 주님의 생명의 계보 안에 들게 하옵소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활의 꽃망울을 피우게 하소서.

이 땅에서 자라면서 세상의 고통과 악과 불의를 보시며 한없는 연민을 느끼셨을 예수님.

 

십자가에 매달릴 그날을 기다리며 사셨을 그 삶은 어떠셨나요? , 주님!

모든 불의와 악을 생명과 사랑으로 받아 내시며 정화하셨을 주님 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모든 고통 앞에 순순히 따르신 주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알 수 없는 무한한 사랑입니다. 순백의 영혼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순백의 영혼이란 모든 것을 비우고 주님께 바치는 빈 마음이며, 겸손과 온유의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주님!

나는 한없이 연약한 그릇으로 주님 앞에 있습니다.

주님이 손길로 이루어내실 제 영혼의 재창조를 기대하며

그 신비로움에 감격하고 그 축복의 순간을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