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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석 선교사 병상일기 P1 2010년

LNCK 2018. 1. 16. 20:21

www.youtube.com/watch?v=ZTXtqELhSW4

허운석 선교사 병상일기 P1  2010

 

고 허운석 선교사님은

200711월에 폐암 2기가 발견되었고

20101월에 재발하여 (재발하면 치명적이라 합니다)

20139월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소천하셨습니다.

 

허선교사님의 병상일기를

2010, 2011, 2012

3회로 나누어 소개해 드립니다.

 

출처 : 허운석 저 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두란노출판사

   

201048

 

육신적으로 이처럼 허망할 수가 있을까?

마치 나의 인생이 단 1초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오직 그분을 뵈올 일이 기쁠 뿐이다.

네 생을 정리하라고 하시면 라고 대답할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주님은 전능자이시고, 나는 한낱 풀잎 같은 존재이기에.

 

 

201049

 

육신의 죽음이 다가올 때마다

주님 말씀에 불충성했던 나를 생각해 본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왔는가.

이 모든 죄들이 씻기기를.

 

 

411

 

나의 마음이 깨어져 눈물이 강같이 흐르게 하소서. 그 강이 나의 모든 것을 씻어낼 수 있게.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을 씻어낼 수 있게.

지난날에 받았던 상처들로 곪았던 부분들이 씻겨 나갈 수 있도록.

 

 

416

 

항암치료를 오후 430분에 시작했다.

주님께서 깊은 평안을 듬뿍 주셨다.

깊은 감사가 마음 구석구석까지 번지는 것 같았다.

가장 독한 세 종류의 약을 쓰므로 곁에 딸린 약들도 주렁주렁 달 렸다.

한 병의 항암 약과 그에 동반하는 약을 맞고 그다음 나는 주께서 주신 깊은 잠에 빠졌다.

일어나니 새벽 2시였다.

 

이미 항암치료가 끝나 있었다. 영양제 하나가 덩그러니 달렸다.

참으로 나는 꿈을 꾼 것처럼 평안했고,

주님의 손길에 감격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베갯잇은 다 젖었고 침대 시트도 흠뻑 젖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준 기도의 용사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할렐루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번엔 오자마자 구토를 했지만, 오늘은 조금 어지러울 뿐 지금 까지 아무 일 없다.

나를 사랑하시는 예수님과 나를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에게 깊은 감사를 올린다.

      

 

 

 

510

 

집이 단장되고 새 가구들이 들어왔다.

내 마음도 이렇게 새롭게 되어 주님의 지혜로움으로 방들이 채워 지기를.

신방을 차린 것처럼 설렌다.

 

 

2010511

 

병원에 안 갔다.

욥기서를 읽고 있다.

 

음식은 땅으로부터 나오나 그 밑은 불처럼 변하였도다

그 돌에는 청옥이 있고 사금도 있으며28:5-6

 

하나님이 지정하시는 때에 어린아이와 힘 센 자들에게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기름졌던 땅이 오랫동안 불모의 땅이 되어야 한다.

단 하나의 생명체도 없이 불에 의해 소멸되어야만 한다. 그 땅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덕도, 주님 주셨던 은사들도, 명예로움도, 나의 공로도

불의 심판으로 소멸되어야만, 나의 재료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확 인될 것이 아닌가.

 

오직 그리스도만이 내게 남으시도록,

한 개의 생명체도 남김없이 진멸되고 전멸당해야만 한다.

그 땅, 바로 내가 완전한 멸망에 이르러 남은 것이 없을 때 어둠과 죽음의 돌들이 사파이어로 변한다.

할렐루야. 주님의 지혜의 비밀이여!

 

 

68

 

진통이 부쩍 심해졌다.

주님의 손발이 못 박혔을 때의 고통이 이 정도일까?

오늘도 나는 그 비틀린 주님의 손가락, 발가락을 떠올린다. 벌레처럼 찢기는 진통에 나도 오그라진다.

 

그래도 주님, 주님을 부르짖으니 기도 안에 그분의 임재가 느껴진 다.

진통제로 고통을 다스려 잠시 잠깐 무통 가운데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다 나은 것처럼 착각하여 어느새 주님을 멀리하고 내 자아가 한껏 들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다고 견딜 만큼의 고통을 계속 달라고 간구하는 기도는 나오 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다. 하여 나는 오늘도 펑펑 운다.

 

 

619

 

욥은 무정한 고통을 받았다.

그의 사랑하는 열 자식들, 그를 덕망 있게 하고 자랑스럽게 해준 하나님의 축복과 풍성한 은사들.

수천 마리의 양과 소와 낙타를 한순간에 잃고 존영을 받은 그의 몸은

전체가 구더기로 덮여 티끌과 재위에 앉아 조롱의 대상이 되게 하셨다.

높이 솟은 만큼 심한 곤두박질치게 하신 주님.

 

그의 세 친구는 무지막지하게 그를 괴롭히는 말을 난사하고 잔인하고 냉혹한 단죄로 그를 압박하였다.

하나님과 사람들 모두에게 외면과 거부와 버림을 받은 그의 모습 에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보게 된다.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예수님의 아픈 음성을 듣는다.

욥에게 남은 것은 수욕과 정죄와 부끄러움과 쓰레기처럼 버려진 자신의 모습뿐.

 

그 모습은 흡사 갈보리 언덕에서 능욕을 당하며 버림을 당한 예수 님의 모습과 같다.

고통은 불이 되어 나의 모든 것을 태운다.

내 속의 모든 것을 들어 처단하시고 소멸시키신다.

 

주님께 받았던 은혜와 은사, 능력 안에 꽈리처럼 틀고 앉아 있는

내 자아가 분리되어 진멸할 때까지. 오로지 주님만 남을 때까지.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내 영혼은 주님께로 가는 속도를 높이고 있 다.

나는 주님을 사랑한다.

그 어느 것도 나를 주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가 없다!

 

 

622

 

폐에 물이 가득하여 엑스레이 상에서는 왼쪽 폐가 안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 폐에 다시 암이 생겼다.

나는 말기 암 환자가 되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다시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늑막에 물이 계속 고여 배에 호스를 박아 물을 빼 야 한다는 말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주님 앞에 갈 날을 받았다면 오죽 좋을까마는

 

주님은 아직 내 생명을 놓으실 의사가 없으신 것 같다.

 

내가 고통 가운데 있어도 예정하신 일은 하시겠다는 단호한 주님의 계획에 나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그래도 주님의 사랑을 나는 느낄 수 있다.

내가 가는 길이 좁고 협착하며 다니는 이 없이 잡초만 무성할지라도 나는 주님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전하고 또 전할 것이다.

 

 

625

 

탈진과 구토로 다시 병원에 실려 갔다.

계속해서 주님께 고했다.

빨리 데려가 달라고...

그리고 주님과 실컷 싸웠다.

아빠 밉다고...

 

 

627

 

마귀야, 너는 더 이상 나를 고소할 수 없다.

넌 날 정죄할 수 없다. 이미 깨진 권세자여, 초라한 자여.

너는 2000년 전에 이미 주님께 진 자요, 더 이상 택한 자들을 참소할 권리와 이유가 너에게는 없다.

너는 그 아무의 죄도 주장할 수 없다. 너의 속임수는 다 끝났다.

이전에 모든 것은 너의 속임수였을 뿐이다.

내가 이미 주님의 이기신 생명 안에 있음을 너도 안다. 주님은 오늘 나를 믿음으로 다시 서게 하신다.

오직 믿음이 이긴다.

 

 

628

 

암이 다시 재발하여 내가 병상에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했겠는가?

사랑하는 형제자매에게 암이 재발 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대부분이 감당할 수 없는 놀람과 슬픔에 빠졌다.

그들은 주님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선교사님을 지키실 수도 있으셨으텐데라는 아쉬움과 아픔이 섞

여있었다.

몇몇은 마치 내가 내일 주께 떠날 사람처럼 큰 슬픔으로 울었다.

 

나는 그들을 위로하느라 온힘을 쏟았지만, 상한 심령을 위로할 길 이 없었다.

감당할 수가 없어 주님께 도망하기로 했다.

나의 이 의학적 시한부 생명이, 이 사망의 냄새가 사망의 냄새로 인한 슬픔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미 승리하시고 이루신 생명과 부활의 향기로 흘러야 함을.

 

사단의 간계는 허 선교사를 봐라! 주님께 아무리 헌신해도 보장 이 없다하며

내 병고를 통해 연약한 형제들을 흔들 속셈이었겠지.

 

그러나 그의 나타나심은 새벽 빛 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 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 하니라”(6:3) 말 씀처럼

또 다른 주님을 보여주실 것이라는 설레임으로 그들에게 위로를 가져다주시기를 기다린다.

 

다시금 아프고도 어두운 사망의 터널을

오직 믿음에 의해 통과해야하는 숙제가 있음을 알았다.

나의 사랑하고 사랑하는 예수 그리스도!

나도 할 수만 있으시다면 이 잔을 옮겨 주셨으면 합니다하고 기 도한다.

 

하지만 나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시는 주님의 그 어떤 사랑의 뜻을 좌절시켜

사탄이 미소짓게 할 수는 없겠지.

주여! 내 원대로 마소서라는 기도를 올린다.

 

저에게 자비가 조금 남아 있으시면 하루속히 이 고통에서 제 목 숨을 끊으시옵소서.”

주님은 말씀 하신다.

내 딸! 이길 밖에 없구나. 이길 밖에 없구나!” 나는 외친다.

아빠 너무 미워! 미워! 미워!”

하염없이 울지만 약한 폐가 들썩 들썩 아파

크게 울지도 못하고 쉰 소리 속에 눈물이 온 얼굴을 덮는다.

 

그래서 더 서러워 주님 복장 터지라고 앙앙 더 크게 운다.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에게 더욱 충성스럽지 못했던 내가 보여 마 음이 저린다.

좀더 주님께 나의 마음을 찢어 드릴 것을.

이제 주께서 모든 일을 행하신 후에 내가 정금 같이 나오지 않겠는가?

주께서 저의 불순물을 이 모든 것을 다 동원하셔서

진멸을 하시고자 하시는 의도가 참으로 저에게는 아름 답습니다. 아멘! 주님께 영광!

 

 

714

 

아주 독한 항암 약 처방을 받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17시간 동안 약을 투여 받는데 온몸이 얼어붙 어 꼼짝을 못했다.

가족들은 나에게 뭐라도 먹이려고 애를 쓴다.

나는 무조건 집에 간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엄청난 구토에 탈진이 되어

링거 꽂고 삼 일을 병원에 있었다.

 

병원에만 들어서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주사도 너무 무섭다. 혈관 찾기가 힘들어 여기저기 바늘을 찔러야 하니

내 팔은 온통 멍투성이다.

내 남편 김철기 목사는 서투른 솜씨로 장을 봐서 음식을 해온다.

오로지 나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하고 시비를 걸어도 빙그레 웃는다.

느릿느릿 운전한다고 내가 그리 구박을 했는데, 그 운전 솜씨로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왔다.

 

이제 기운이 떨어져 지팡이를 손에 잡았다.

2차 항암을 받을 생각에 덜컥 겁이 나지만,

나의 힘이 되시고, 나의 방패가 되시는 주님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828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 네 구속자는 이 스라엘의 거룩한 이이니라”(41:14).

 

메마른 땅에 비틀거리며 갈 길 없는 그 모양으로 목마름과 고단함에 지쳐

곧 생명이 끊어질 내 모습이 소망이 없는 버러지 같은 모 습 같다.

나를 도울 이는 오직 여호와뿐이시다.

 

 

91

 

주님 어느덧 가을이 왔습니다.

어제까지 너무나 힘이 없어 내 영혼이 허우적거리며 고통에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주님! 마음이 섭섭하고 아픕니다.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것 같아 괴롭습니다.

왜 저를 이렇게 던져 놓으시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저에게 거적때기를 입히시고 길모퉁이에 세우신 주님, 내가 한없이 낮아지기를 원하시는 주님.

다른 이들은 모두 잔치 분위기인데,

나는 고통에 깔려 눈을 뜰 힘 조차 없습니다.

 

나는 세상 사람들 눈에는 주께 긍휼을 받지 못하는 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주님의 숨은 사랑은 잊지 않겠습니다.

 

 

913

 

표적치료를 시작했다.

그것도 결혼 30주년 기념일에 말이다.

5년 동안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주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1011

 

브라질로 떠난 남편 김철기 선교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그동안 사람들로 인해 받은 상처를 떨쳐 버리고, 그들을 용서하라 는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주님께 가지고 나가 풀라고 한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밥맛도 없다. 용서하는 마음이 그리 쉽게 먹어지지 않는다.

 

 

117

 

며칠 동안 늑막에 찬 물을 빼기 위해 튜브를 폐에 넣었다 뺐다 하는

고통을 당하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주님. 이 종은 그만 쉬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육체의 통증에서 자유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1129

 

늑막 안의 물을 빼려고 튜브를 박은 지 20일이 넘었다.

아직 엑스레이상으로는 물이 고여 있는 것이 보인다 한다. ,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 것인가.

 

 

122

 

튜브를 통해 탁한 색깔의 물이 나오고 있다. 유황가스 냄새가 풍기기까지 하니, 덜컥 겁이 난다.

의사의 진료를 받아 보니 몸에 다른 이상은 없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상황을 겪은 후 대장암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물이 어느 정도 빠지자 가슴 통증이 사라졌다. 진통제를 맞지 않아도 버틸 만했다.

정말 이 고약한 물이 다 빠져나오기를 주님께 기도한다.

 

 

128

 

병원에 입원하다. 항생제를 투여하다.

 

남편이 아마존에서 신학교 방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병원 입원실에서 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딸이 자기가 엄마를 돌볼 테니 들어가시라 해도 싫다 하며 내 수 발을 든다.

 

 

1213

 

온갖 수발을 하다가도 수시로 기도실에 가서 기도를 하는 김철기 선교사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저린다.

무척 피곤할 텐데 어떡하든 나를 먹이려고 온갖 애를 쓴다. 다른 곳에 튜브를 넣다.

맑은 물이 나왔다.

 

 

1215

 

거의 두 달 동안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음식을 떠올릴 때마다 구토가 나왔기 때문이다.

엊그제 새 튜브로 갈아 끼우면서 마치 새날이 밝아오는 듯 마음이 평온했다.

주님이 병상의 괴로움에서 해방시키시려는 걸까? 이제 음식을 먹어도 토하지 않는다.

 

내 주님의 손을 붙잡고 새로운 문을 열고 인도하시는 곳으로 향해 나가는 듯했다.

혼자 주님께 묻는 시간을 가졌다.

아마존의 우리 형제들. 조아낑의 게으름, 사라이바 죠세의 신앙 성장,

특히 네우슨 목사의 교회 운영에 대해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1216

 

긴 시간이 흘렀다. 내일이면 벌써 한국에 온 지 1년이 되어 간다.

하루하루 고통의 눈물과 기도로 수놓은 시간들.

무정한 나날들 가운데 나의 옛사람의 두껍고 질긴 껍질들이 벗겨지고,

기본적인 자존감마저 포기하고 밤새도록 흘린 눈물이 구슬이 되 어

한 알 한 알 목걸이로 꿰어졌다.

그 목걸이가 나를 아름답게 장식하리라.

 

 

1218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에 왔다. 어린아이처럼 기뻤다.

뛸 듯이 기뻤다.

얼마나 그리운 집이었던가.

 

 

 

1219

 

갑자기 걸린 감기로 하루 종일 끙끙 앓았다.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다시금 가족들을 긴장시킨다. 주일인데 교회도 못 가고 속상하다.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에 가고 싶었지만.

나의 나날에 빛 되신 주님, 빛을 비추소서.

 

 

1220

 

힘든 밤을 지낸다.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이것이 지옥이지 않을까 싶다.

내 영혼은 어두운 감옥에 갇혀 허우적댄다.

주님을 부르고 또 부르고 주기도문을 외우며 주님을 찾았으나

갇힌 듯한 나의 영혼은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으로 뻗어나가지 않는 나의 영혼을 보며 주님께서 간수하고 계심을 느낀다.

 

 

1221

감기가 조금 나아졌다.

동네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돌아오는데 늑막에 박힌 튜브 때문에 힘이 든다.

밥맛은 잃은 지 오래이고, 자꾸만 반복되는 구역질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니 걸을 기운조차 없다.

 

토하지 않으려고, 애써 음식을 먹어 보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있다.

이 모습을 주님이 기뻐하시겠지? 나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시겠 지?

오늘도 내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1223

 

늑막에 박힌 튜브를 드디어 뺐다.

튜브가 박힌 채로 지낸 두 달 여의 시간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이렇게 춥고 아프고 시린 겨울이 지나가는 것인가?

 

       

날짜 미상

 

하나님처럼 되기 위해 떠난 아담과 하와.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자기 힘으로 왕이 되려 했던 그들.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의 뿌리가 우리 안에 있다.

근본적인 회개는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세상적이고 정욕적이고 마귀적인 성품을.

 

하나님을 떠나서 제일 먼저 온 것이 두려움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의 근거는 두려움이다.

남을 의식하여 하는 행동들 모두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하나님께 충성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사람들의 눈이 두 려워서이다.

선교사로 사는 나 역시 그렇다.

 

왜 그렇게 작은 집에서 오래 살았을까? ‘하나님께 충성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사실은 사람들이 두려워서일지 모른다.

선교사가 어떻게 사느니 저렇게 사느니 정죄 받는 일이 두려워서 였는지 모른다.

차라리 가난하게 사는 것이 속 편했던 것이다.

내가 큰 집에 살았다간 후원에도 지장이 생길 수도 있고무의식이었을까.

우리 마음에 믿음이 없으니 이렇게 늘 가리고 산다.

 

구원이라는 것거듭남은 이 원죄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는 것은 사실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이 다.

구원이라는 것 성령의 열매가 있고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죽는 일이 뭐가 그렇게 큰일이겠어.

 

 

날짜 미상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죄들을 저지르고도 모른 척 하다가

학교가 뒤집어질 지경이 되면 그제야 그 끔찍한 짐이 우리에게 넘 겨진다.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린다.

폭탄을 맞아 온 마음과 몸이 초토화가 되는 것 같다.

 

수만 번 울면서 물었던 말을 되뇐다.

주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인디오는 소망이 없다고 우리를 비웃었 습니까?

그들은 누구입니까? 하나님의 자녀가 맞습니까? 오늘은 주님 앞에서 울었다.

 

그런즉 내가 내 입을 금하지 아니하고 내 영혼의 아픔 때문 에 말하며

마음의 괴로움 때문에 불평하리이다 내가 바다 니이까 바다 괴물이니이까

주께서 어찌하여 나를 지키시나이 까 욥 7:11-12

 

주님, 내가 바다 괴물이니이까?

 

허운석 저 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  pp.3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