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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 P1 마27:46, 욥42:5 도서스크랩
출처 : 도서 <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 허운석 저 PP.60~81.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
나는 2006년 처음 폐암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2010 년 초에 폐암이 재발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오른쪽 폐에 다발성으로 암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2010년 재발 후, 의사는 “6개월에서 1 년밖에 못 사실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말기암 통증이라는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었습니다.
게다가 폐에는 물이 차서 사진을 찍으면 폐의 상태가 잘 안 보일 정도였습니다.
암 치료 때문에 아마존과 한국을 자주 오갔습니다.
한번은 치료차 한국에 나왔는데, 꽃 피는 봄이었습니다.
선교사들한테는 한국의 사계절, 특히 봄과 가을을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그런 봄 날에 치료를 받고 다시 아마존으로 가야 하는 것이 못내 서운했습니다.
주님께 원망스런 마음도 들었습니다.
‘주님은 왜 사사건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간섭하실까?’
암투병과 항암치료를 견디는 것은 그야말로 힘겨운 싸움이었습니다.
말기암 환자가 받는 항암치료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나는 ‘주님이 나를 부르시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나는 머리털 하나 뽑히지 않았습니다.
주님이 저에게 주신 복이라면 복이었습니다.
한번은 폐에 찬 물을 빼기 위해 관을 꽂았다가 뺐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점점 더 굵은 관을 집어넣어야 해서 그 고통이 이만 저만 괴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마치 총 맞은 사슴이 죽기 전에 덜 덜덜 떠는 것처럼, 제 모습이 딱 그랬습니다.
‘하나님, 이 극렬한 고통을 꼭 겪어야만 내가 변화되겠습니까?
주님, 나는 말로 안 되는 사람입니까?
이렇게 고통을 감내해야 주님을 뵈올 수 있다면, 주님 하시고 싶은 대로 하시옵소서!’
나는 이렇게 기도드리며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폐에 찬 물을 빼는 관을 꽂을 때, 감염된 부위에서 썩은 송장 냄새가 풍겼습니다.
제 폐에서 나는 역한 냄새에 저 자신이 질려 버려서 밥도 못 먹었습니다.
점 점 몸이 쇠약해지니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코까지 예민해져 폐 속의 썩은 내까지 맡게 된 것입니다.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한 채 나는 매일 폐에서 나오는 물을 받기 위한 봉지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 썩은 물이 계속해서 나오고, 저울에 무게까지 쟀습니다.
인간의 몸에서 썩은 무언가가 나오는 것을 보니
내가 죄인이라는 사 실을 더 실감하게 됐습니다.
▲나는 고통 가운데 있을 때 욥기를 묵상하며 깊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욥의 고통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욥은 몸이 다 썩어서 뼈가 다 드러날 때쯤 하나님이 나타나셨다고 했는데,
저도 이쯤 되면 하나님이 나타나시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왜 하나님은 욥이 가진 모든 소유와 자산을 다 탈취하시고,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셨을까요?
욥의 재산, 자녀, 그의 의와 덕과 명예와 수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조차
모두 다 무참히 짓밟히게 두셨을까요?
왜 그를 완전히 추락한 인생으로 이끄셨을까요?
그리고 왜 주님은 내게 이런 암을 허락하셨을까요?
주변 사람들은 내가 암이 재발되는 걸 보고 참 운도 나쁘다며 혀를 찼습니다.
‘선교사가 그 많은 수고를 했으면 축복을 받아야지
저렇게 죽을병에 걸리는 저주를 받아서 쓰겠는가?’
하는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목사님들조차 “아마존에 가서 그렇게 고생했는데,
하나님은 복은 못 주실망정, 암을 주시다니…”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며 어떻게 하나님을 믿느냐며 더 원망했습니다.
은혜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것입니다.
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일생을 하나님 말씀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아내에게서 독설을 듣고, 외면을 당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억울함에 몸부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욥은 꾹 참았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욥에게 나타 나셔서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욥 38:4).
왜 하나님은 갑자 기 생뚱맞게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걸까요?
왜 악어(리워야단) 이야기를 하시고 하마(베헤못) 이야기를 하셨을까요?
만신창이가 된 욥은 그런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했을까요?
나는 욥의 고난과, 사람들이 나를 보며
하나님께 실망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보며
‘아, 내가 부활로 가는 길목에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삼일 동안 무덤에 계시고,
부활하신 그 사건에 나를 동참시키기 위해 일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극도로 고통을 당하면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마 27:46
하나님이 십자가의 예수님을 거절하셨던 이유는
바로 그 주님을 부활로 다시 일으키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존에 서의 나의 생애 또한 ‘내 뜻대로 하지 마옵시고,
주님 뜻대로 하시 옵소서!’라고 하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드린
예수님의 기도로 이루어진 결과였습니다.
결국 욥도 저도 은혜의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만난다고 하는, 귀로만 듣던 하나님을
눈으로 보게 되는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 를 뵈옵나이다’ 욥42:5
부활의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친밀히 만나는 자리까지 나아갔다고 하는
그 축복을 내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암을 발견했을 때 하나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겉이 깨어졌지, 속이 깨어졌느냐?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지만, 이제부터 속이 좀 깨져야 되겠다.”
그때만 해도 나는 하나님께 삐져서 “하나님, 그럼 관두세요.
저도 너무 고단하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부활의 사건에 나를 동참시키자 기도가 달라졌습니다.
그 후로 나는 ‘내 뜻대로 하지 마옵시고, 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제게 암을 주신 주님, 고난을 통해 저로 하여금 부활에 동참시키려고
암의 재발을 허락하셨다면, 모든 것을 주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잘 먹지도 못하고 걸을 힘조차 없는 상황에 처하자
‘내가 굶어 죽겠구나’ 싶다가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거절하지 않고 썩은 물을 받는 비닐봉지를 치마 속에 숨긴 채
초청해 준 교회로 가서 간증을 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그전까지는 정신도 없고 목소리도 안 나오다가
강대상 위에만 오르면 힘이 나서 목소리가 우렁차진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정말 저를 잘 부려먹는 분입니다.
아픈 저를 세워서 하나님의 귀한 자녀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십니다.
그런 하나님이 밉다가도 그분께 감사 하게 됩니다.
◑암이라는 축복
사람이 몸이 극심하게 아프면, 하나님의 은혜가 잘 안 느껴집니다.
나는 젊었을 때 성인들의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그분 들이 돌아가실 때 극도의 통증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합니다.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를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주님 이 나를 버리셨는가?’ 하는 고뇌에 빠집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신앙심 깊은 성인들이 주님과 평생 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 가운데 죽지 못하는 것 이 말이 되는가? 이분들이 헛것을 믿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말기암 환자가 되고 보니
그 성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말기암의 통증을 안고 사는 저에게
주님의 은혜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오직 고통, 지옥 같은 고통만 있을 뿐입니다.
그 가운데서 “주님!” 하고 부르짖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의식적으로 계속 말씀을 되뇌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
이 말씀이 잘 안 외워지니까 벽에 말씀을 붙여 놓고
새벽마다 일어나 서 읽었습니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말씀을 붙들다 보니 제게 잔잔한 평안 이 찾아왔습니다.
주님께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나요?
제발 저를 살려 주세요!”라고 악을 쓰지 않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때 나는 주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주님, 주님은 분명히 저를 살려 주실 수도 있을 텐데,
이 고통에서 건져 주실 수도 있을 텐데, 왜 침묵하십니까?”
그때 주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듯했습니다.
“너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생명의 능력으로 일어나거라!”
나는 그 말씀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님, 제 힘으로 일어나지지 않습니다. 일어날 힘이 제게 없습니다.”
그러자 주님이 또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는 것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능력으로 천천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도 주님께서 저를 단번에 일으켜 주시면,
제가 할렐루야 하며 주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을까요?”
그랬더니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단다. 너를 순식간에 일으켜 주면, 네가 얼굴을 빳빳이 들고
네가 한 기도와 헌신으로 이렇게 고침 받았다고 자만 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은 결국 내게 철저히 낮아져서
겸손해진 상태로 주님께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속에는 얼마나 많은 교만과 악이 깊이 뿌리 박혀 있는지 모릅니다.
아담과 하와 때부터 하나님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안에도 하나님이 되고 싶은 반역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한테 절대 허리를 굽히고 싶지 않습니다.
고개를 쳐들고 저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고 싶어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이 되고 싶은 욕망입니다.
‘나는 너보다 나 아!’라고 하는 마음이
하나님을 반역했던 인간의 내면에 박힌 죄악입니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 교만한 제 삶이 깨달아지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울고 또 울었습니다.
사실 나는 하나님께 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복과 상급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주어진 것은 병과 고통이었습니다.
사도 바울도 자신의 병 때문에 울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사도 바울을 떠올리며 그나마 위안을 받았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지러질듯한 고통과 굶주림, 그리고 인디오 형제들의 배반 등
하루하루가 힘겨웠습니다.
몸은 병들고 말라리아에까지 걸린 나는
이제 다 소멸되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주님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너는 성경 속 한 인물처럼 살아가고 있단다.”
나는 이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잘못 들은 것 같았고, 마귀의 속삭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주님이 내 게 대단한 복을 주시려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에게 큰 능력이 주어져서 귀신을 쫓아내고
병을 고치는 기적을 일으키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정말 어깨가 으쓱해지며 기분 좋아지는 일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계속 연단을 받아왔으니,
이제 주님께 상급을 받고 황금시대가 펼쳐지나 보다 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조금은 편하게 선교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한국에 왔습니다.
주님은 저에게 내적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이 땅에서 상을 받겠느냐? 아니면 저 하늘 위에서 받겠느냐?
네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면, 너는 이미 이 땅에서 상을 받은 것이니라.”
이 말씀에 나는 속으로 대답했습니다.
‘주님, 지금까지 모진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복음을 전했으니,
이제 존경받는 선교사가 되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마음 한쪽에서는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하나님께 은총을 받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한국에 와서 암을 발견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주님께 뒤통수를 맞은 것입니다.
이제 잘 풀릴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인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원망의 소리를 해댔습니다.
복을 주시면 어때서, 왜 제게 암을 주시냐고 소리쳤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이런 저를 다 끌어안으셨습니다.
저처럼 제멋대로인 사람을 포용하시고, 용서하시고 품어 주셨습니다.
내가 아무리 독한 말을 내뿜어도 다 받아 주셨습니다.
주님은 얌전하고 성실한 사람뿐만 아니라,
저같이 흠 많고 부족한 사람도 사랑해 주십니다.
P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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