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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낭독 <가슴 찢는 회개> 12편
◑주님과 연합하다
허 선교사가 떠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과 충격이었다.
그런데 주님은 그것을 뛰어넘는 탁월한 선물을 주셨다.
바로 주님과의 연합이었다.
내가 평생을 두고 소원했던 주님과의 영적인 연합을 선물로 주셨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과 연합을 꿈꾼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는 말씀이
삶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소원한다.
그런데 그 소원은 주님이 주신 소원이다.
우리는 그분이 심어 준 소망을 좇을 뿐이다.
주님과 연합한 뒤 내게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내 삶이 완전 무결해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증거들을 갖게 되었다.
첫째, ‘내가 죄인 중의 괴수’(딤전 1:15)라는 인식이 마음 판에 깊고 분명하게 새겨졌다.
물론 전에도 내가 죄인임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머리로 이해한 것이었다.
주님과 연합하자 내가 주님을 살해한 가해자이고
죄인 중의 괴수라는 상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둘째, 자기 의와 자아가 완전히 죽음에 넘겨졌다.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 6:14)는 말씀처럼
내가 잘한 일이든 업적이든 중요한 가치든 모두 빛을 잃었다.
세상에 대한 미련도 기대도 욕망도 사라졌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은 것이 예수님밖에 없다.
셋째, 주님 안에 사는 삶이 이루어졌다.
'내게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요 15:4
전에는 경건의 훈련을 통해서 주님 안에 있다가
세상으로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항구적으로 주님 안에 거하는 삶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는 평안과 안식과 자유 그리고 열매 맺는 삶이다.
넷째, 성경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계명과 율법들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살전 5:16-18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마 22:37
이런 말씀은 인간으로선 도저히 이룰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는 말씀이 내 삶에서 실체화되자
주님이 요구한 계명과 율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삶의 목적과 동기가 주님으로 인하여, 주님의 뜻만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살게 된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요 4:34)는 말씀처럼
삶의 목적과 가치와 의미와 동기가 오직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으로 한정되었다.
주님이 선물로 주신 주님과의 연합이 이루어진 후 위의 은혜들
이 항구적으로 내 안에 머물고 있다.
주님과의 연합으로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평생을 이 변화를 구하며 몸부림쳤는데,
한순간에 주님이 밀고 들어와 연합을 이뤄 주신 것이다.
주님과의 연합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님은 끊임없이 기회를 주신다.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라. 네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네 본성을 거절하라.
네게 주어지는 모든 환경을 최선으로 주시는 주님의 선물로 받아들여라.’
우리가 매 순간 할 일은 이것이다. 주님과의 연합은 주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주님께서 허 선교사를 취하여 가심으로 나는 아내를 잃었다.
나는 비통했고 억울했고 괴로웠다.
그러나 주님은 허 선교사를 취하시고 대신 주님 자신을 내게 주셨다.
세상의 어떤 가치로도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절대 최선인 주님과의 연합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내 것이라고 알던 것들은 사실은
주님이 임시로 주신 것들이다.
이제 주님께서 그것들을 다시 취하실 때, 그것들을 잃어버릴 때 감사한다.
◑24년 만의 기도 응답
주님이 아마존에 사셨더라면 말라리아에 걸리셨을까
아니면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셨을까?
주님께서는 우리 형제들의 고통을 친히 경험하셨으리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주님, 저도 말라리아에 걸리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형제들의 고통을 친히 알고 그들을 돕게 하여 주십시오” 라고 기도했다.
한번은 고열이 나서 신음하면서 혹시 말라리아가 아닌가 했으나 아니었다.
“주님, 왜 제게는 말라리아를 허락하지 않으십니까?”
그때 마음에 감동이 오기를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하는 사역이 중요해서 너에게 말라리아를 주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렇게 24년이 지났다. 2015년 4월 중순에 비박스 말라리아와 댕기열을 함께 앓았다.
한 가지만 걸려도 죽을 만큼 힘든데 나는 두 개가 동시에 걸려서 많 이 힘들었다.
6월 중순에는 파우시파루라는 악성 말라리아에 걸렸 다.
그리고 10월 중순에 다시 비박스 말라리아와 댕기열에 걸렸다.
1년 만에 24년 동안 걸리지 않던 말라리아를 세 번,
댕기열을 두 번이나 걸린 것이다.
주님이 기도에 응답하신 것에 평안하였고,
형제들의 고통을 친히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하였고,
말라리아에 걸린 형제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배워서 기뻤다.
말라리아에 여러 번 걸리고 난 후 나는 비로소 아마존 선교사가 되었다고 믿는다.
24년 만에 비로소 신고식을 마친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아마존 선교사가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에서 이룩한 우리의 사역을 보고 칭송을 한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결실을 맺은 많은 일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다.
나의 종교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내 열심으로 이룩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부터 사도 바울처럼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갈 5:24) 사역을 했더라면,
내 열심이 아니라 오직 주님으로 사역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지나 버린 시간이 되어 버렸다.
이제라도 내게 남겨진 시간을 주님 안에서 주님으로 인하여 살고자 한다.
우리 부부가 이런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우리는 선교사가 누군지 모르고 선교사가 되었다.
선교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 미리 알았다면 선교사가 되었을까?
아마 선교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일 우리가 이 땅에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주님을 섬기게 될까?
우리가 만일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아마존 선교사가 되어서 주님을 섬기리라.”
아마존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주님을 향한 뜨거운 마음 하나로 선교사가 되었고
아마존의 선교사로 살아왔다.
불같은 시험들을 통과하며 자아가 죽음에 넘겨지고 주님과 연합되는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아마존 선교사가 되고 싶다.
◑글을 마치면서
그동안 몇몇 출판사가 내게 책을 내자고 찾아왔다.
출판과 그 밖의 일은 자신들이 책임질 테니 글만 쓰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책을 쓸 자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주님도 자신의 사역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는데
내가 뭐라고 나와 나의 사역을 알릴 것인가.
그런데 허 선교사가 떠나고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7년 10월 말 말라리아에 걸려 열흘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을 때
주님이 영감을 주셨고 침대에서 대략의 얼개를 짤 수 있었다.
신학교가 12월부터 2월까지 방학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잘못 살아온 참회록을 쓰겠노라고 교회에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독일 누님네 집에 기거하면서 비로소 참회록을 쓰기 시작했다.
2017년 마지막 날, 까닭 없는 고열로 씨름하다가
1월 1일 낯선 나라 독일에서 병원에 입원했다.
내 몸에 두 개의 말라리아가 있다고 했다.
꼼짝도 못하고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데 마음에 이런 감동이 왔다.
“너 자랑질하지 말아라. 글 쓰는 일에 집착하지 말아라.”
글 쓰는 일에 집착해서 그새 또 주님을 잊어버릴까 봐
주님은 나를 병석에 눕히셨던 것이다.
그런 나를 보고 어느 장로님이
하나님께서 나와 교통하시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아마존과 형제들에 대한 집착을 헌신과 충성으로 오해하고
하나님을 이용한 것에 대해 회개한다.
그럼에도 내가 죄인 중에 괴수임을 알려 주시고
당신과의 연합을 선물로 주신 주님께 모든 영광과 존귀를 돌려 드린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매일 내 가슴을 쳤다.
잘못 살아온 인생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서, 너무 아프고 안타까워서 가슴이 무너졌다.
주님을 대적한 내 죄만 보여서 괴로웠다.
그런 중에도 내게 은혜 베푸시고 사랑으로 함께하신 주님으로 인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페이지가 끝날 즈음 주님이 나를 어떻게 부수고 세우셨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내 고백은 이것이다.
“당신의 뜻이 저의 뜻입니다. 당신의 뜻만 이루소서.”
어느 날은 글이 더 이상 써지지 않아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자괴감에 빠졌다.
그럴 때면 엎드려 간청했다.
'아직도 숨기고 싶은 내밀한 것이 있는지 드러내 보여 달라고.
나는 왜 아마존에 있는가? 더 이상 말라리아에 노출될 염려가 없는 곳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폭염의 더위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물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나는 왜 아마존을 떠날 수 없는가?
아직 주님께서 쉬라고 말씀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라리아에 걸려서 사경을 헤맬지라도, 주님이 쉬라 하실 때까지,
주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나는 아마존에 있을 것이다.
주님 외에는 나를 기쁘게 하고 가슴 뛰게 하는 것이 없다.
인생의 목적도 가치도 동기도 의미도 주님 외에는 허망하다.
창세 전에 나를 택하신 주님이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나를 아마존에 보내셨다.
나는 주님 안에서만 주님으로만 주님을 위해서만 오늘도 일어난다.
우리가 여기에 이르도록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아마존의 잃어버린 영혼과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힘에 지나도록 도움을 주었다.
우리가 만약 주님의 나라에 가서 상급을 받는다면
우리와 함께해 주신 동역자들께 엎드려 바치겠다.
더불어 그들 한 분 한 분에게 주님이 만 배로 갚아 주시기를 축복한다.
부족한 우리를 영적 부모로 존경하고 사랑해 준 아마존 검은강
상류 신학교 사역자들과 학생들,
우리 교회 제직들과 성도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우리의 인생이고 사랑이고 기쁨이고 눈물이다.
나와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내 오른팔이 되어 사역에 전념하고,
연말에 사역지를 지켜 준 김창연 선교사님 내외에게 감사한다.
선교사 부모를 만나서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공부하느라 또 율법적인 아버지로 인하여
고생이 많았던 수산나와 지훈이, 특히 암 투병하는 엄마를 돌보느라 혼기를 놓친 딸에게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형제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우리 딸과 아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매일같이 흐린 12월의 독일, 창가에 두 개의 촛대와 환한 호접란 화분을 놓아 주고
따뜻한 방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준 독일 브라케의 누님과 매형께 감사한다.
말라리아에 걸려서 제정신이 아닐 때,
따뜻하고 아름다운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섬에 데려가서 요양하며 책을 쓰도록 배려해 준 은혜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를 주님께로 돌이키기 위해 33년 동안 나를 위해 중보하고 권면하고 희생한
허운석 선교사에게 사죄한다. 허 선교사는 자신을 제물로 드려 나를 주님 앞으로 데려가 주었다.
아내 허운석 선교사에게 온 마음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만 개의 입이 있어도 다 감사 드리지 못할 생명의 주님께
모든 존귀와 찬양과 영광을 돌려드린다.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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