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사회
지나치게 승패에만 집착할 때, 축구가 스포츠 정신을 떠나서
과도한 민족주의 및 결과지상주의 등
오히려 사회적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축구 열기에 대한 ‘비판적 성찰’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시사저널 866호에서 스크랩
▲축구 자체를 즐김보다, '승리'를 즐기는 국민들
영국 축구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귀국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여
한국 사람들의 왜곡된 월드컵 축구 열기를 꼬집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것이야 누가 탓할 일이겠는가?
그러나 K-리그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2006년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보내는 관심과 기대는
너무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좋아한다면서 잔디구장 등 인프라 구축에 인색한 현실
아직도 중·고등학교 축구 선수들은 물론 대학 선수들까지
맨땅에서 공을 차고 있다. 먼지가 휘날리는 운동장에서
미래의 월드컵 출전 선수들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잔디구장에서 연습하는 유럽선수들과 너무 대조가 된다.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 맨땅에서 공을 차는 선수들이
2002년 월드컵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둔 일은 정말로 기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 축구 선수들이 사용할 잔디 구장은 없지만,
골프를 하는 성인들이 이용할 잔디 골프장은 전국 방방곡곡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이러한 조건임에도 국민들은 월드컵출전 한국선수들이 통쾌한 승리를 거두어
16강전, 8강전 더 나아가 2002년처럼 4강 진출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과정보다는 오직 좋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결과지상주의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한국 사회에서 결과지상주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편법주의를 낳았다.
이제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를 인지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가 강조되어야 한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과정과 조건을 무시하게 만든다.
편법과 불법이 있더라도 국가에 도움이 되면 용서된다는 사고도
결과지상주의의 산물이다.
▲축구를 즐기자
축구에서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축구를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승패보다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더 즐기는 것이다.
축구 선수부터 축구를 즐기고, 축구 시합을 관전하는 사람들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면, 축구는 진정한 국민 스포츠가 될 것이다.
(물론 오늘 시청앞 응원 등 축구를 즐기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 저자가, 국민들이 축구를 즐기지 못한다고 말하는 뜻은,
'너무 승패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
▲축구를 즐기지 못하면...
축구 자체가 즐김의 대상이 아니라 수단이 되는 경우,
축구는 다양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하게 된다.
축구를 즐기지 않고 승리만을 즐기는 경우,
축구는 쉽게 감정적 민족주의를 증폭시키는 수단으로 전락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의 축구 대표팀이 온두라스 대표팀을 몇 차례 꺾으면서
일어난 전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나라의 군사 정권은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하여 축구전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축구를 즐기지 못했던 과거 - 지나친 승패 집착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축구를 즐기라’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축구 선수들과 축구 팬 모두를 겨냥한 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축구를 즐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지금은 프리미어 리그의 선수들이지만,
흙먼지 날리는 맨땅에서 공을 차며,
시합에 지면 코치에게 구타까지 당했던 어린 시절의 선수 생활을
이들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월드컵 축구 열기에 들떠 있는 이때,
우리의 축구 열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자.
그리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축구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생각하자.
축구가 스포츠를 넘어서 문화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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