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지도자가 필요하다 눅14:15~24 인터넷 설교 발췌, 요약, 편집
06.12.10. *원제목: 기다림 혹은 게으름
▲속도지상주의 사회
현대사회에서 생존의 필수조건은 속도이다.
초고속 통신수단인 인터넷과 초고속 교통수단인 고속철은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의 전송 속도를 높였다는 뉴스가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을 ‘비트세대’라 부르는 것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이 듣는 음악이나 랩은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머지않아 인간의 과학기술이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꿈도
이제는 어느 정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느린 자가 초청받는다.
하지만 오늘 저는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Advent)을 보내면서
‘기다림 혹은 게으름(느림)에 대한 예찬’을 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빠른 현대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능력 탓도 있으나,
신앙적으로 볼 때 약삭빠른 자보다는,
게으른(느린) 자가 얻을 수 있는 상급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2천 년 동안 기다려온 ‘잔치의 초청장’을 받으려면
끈질긴 기다림 혹은 게으름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역설적으로 천국은 게으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본문, 거지, 병신, 소경, 다리 저는 자들을 천국잔치에 초청하라는 말씀은
현대인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종이 돌아와 주인에게 그대로 고하니 이에 집주인이 노하여 그 종에게 이르되
빨리 시내의 거리와 골목으로 나가서
가난한 자들과 병신들과 소경들과 저는 자들을 데려오라 하니라 눅14:21 註1
이들의 특징은 모두 느리게 산다는 것이다.
오늘 당신은 혹시, 천국의 초청을 무시할 정도로 빠르지 않으신가?
▲괜히 바쁘다는 사람들
한마디로 말해서, 천국잔치에는 소위 ‘바쁜 사람들’은 초대해도 안 온다.
먼저는 밭을 산 사람도 바빠서 그 초대를 거절했다. 눅14:18
오늘날에도 아파트 신규청약도 해야 하고, 신도시 개발 예정지를 잘 골라
땅을 사려면 은행에 가서 돈도 빌려야 하고... 그래서 바쁜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은 소 다섯 겨리를 샀으매 시험하러간다고 그 초대를 거절했다. 눅14:19
오늘날에도 새 자동차 샀다고 시승하러 가야하는 등 이런 일에 바쁘다.
또 다른 사람은 결혼한다고 천국초대에 거절했다. 눅14:20
오늘날에도 연애도 관리해야 하고, 장가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
자기 이익을 쫓아 바쁜 지위 높으신 분들은 ‘쉴 틈’이 없다.
현대적으로 쉽게 말해서 ‘회의’와 ‘사업’차 바쁘다.
그런데 그런 회의나 사업차 미팅이 종종 골프모임과 해외여행으로 둔갑하고,
별반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말로만 바쁘다고 호들갑을 떤다.
매일 TV를 보고 여러 개의 신문 잡지를 읽어도
그렇다고 아는 것, 남는 것은 하나도 없이 바쁘기만 한 것이 현대인들이다.
그냥 바쁜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바쁜 사람들은 안 와도 좋다?
그래서 예수께서 택한 방법이 시내 거리와 골목을 다니며
‘빈둥거리는’ 가난한 자들과 ‘아무 할 일 없는’ 장애인들을
모두 강제로 데려다가 파티 좌석을 채운 것이다.
예수께서는 기본적으로 천국에 부자들은 못 들어간다고 하셨는데,
이는 부자들은 바쁘기 때문이다.
부자의 잘못은 바쁘다는 것 이외에는 없어 보인다.(富자체가 잘못은 아닌 것이다)
실상 우리 시대가 자랑하는 위대한 문명은 속도의 발명에 불과한 것일 뿐,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잘난척하는 문명인의 치열한 삶이란 실상은 한갓 소동에 불과한 것이다.
옛날에 우리 양반들은 일을 너무 안 해서 탈이었다면,
오늘날 지위가 높은 분일수록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이다.
아무것도 안 하기를 부끄러워한다.
부질없는 것을 피해 마음의 깊이를 되찾게 하는 한가로움을
부끄러워해서야 되겠는가?
▲바쁨은 결코 만족할줄 모른다.
혹자는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돈을 어찌나 많이 버는지...
그렇지만 일에 짓눌려 산다. 쉴 시간이 없다.
사업상 여러 가지 근심으로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 간다.
자기에게 필요이상으로 돈을 너무 많이 번다고 해서
그가 활동을 줄이고, 생각할 여가를 내고, 자기 주위를 살펴볼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공장의 수입으로 두 번째 공장을 세운다.
그러다가 어찌되는지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 않는가?
공장은 부도가 나서 문을 닫게 되고, 실업 사태가 벌어진다.
오늘날 사람들은 몸은 지치고, 마음은 흐트러지고,
어느새 잃어버린 ‘나’를 찾아 이리저리 좋다는 것 찾아다니느라 다시 바쁘고…
주변에서 이젠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소리 안 하는 사람 있는가?
쉬는 걸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그들은 절대로 쉬지 않는다.
사실 저도 지난봄에 심각하게 아팠다.
의사는 ‘당장 일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며
사실상 중형 선고를 내렸다. 그런데도 저는 여전히 바쁘다.
▲멈추어야 음성이 들린다.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려면 멈추어야 하지 않는가?
허접한 글을 쓸 때나 허튼 소리를 할 때는 멈추지 않아도 되지만
말 같은 말, 글 같은 글을 쓰려면 반드시 멈추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사람들 눈에는 빠르게 바삐 걸어 다니는 것이 좋아 보이고,
한가롭게 생각하며 느리게 산책하며 다니는 것은 ‘패배자’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모세는 산꼭대기에서 40일간 마냥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렸으며,
시므온이라는 노인은 성경 말씀대로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렸다.
▲느린 지도자가 필요하다
제대로 돌아가는 정부나 기업, 학교나 조직의 첫 조건은
지도자들의 정신이 명민하고, 영혼이 고요하고, 마음이 평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긴장되고 정신없이 분망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맡기면
결국은 빈 수레처럼 시끄럽기 마련이다.
오늘날 사회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존재 방식을 빠른 생활 형태로 변화시키고 있다.
게으름, 빈둥거림, 기다림 등이 주는 유익이 사라지고 있다.
게으름은 결코 포기나 무기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미래를 기다리는 게으른 지도자는
‘속도가 아닌 방향’을 모두에게 분명히 제시해 줄 것이다.
▲인디언의 지혜
인디언들은 넓은 광야에서 말을 타고 열심히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말에서 내려 말없이 한참을 서서
자기가 달려온 뒤쪽을 바라본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길을 간다는 것이다.
말이 너무 힘들어 할까봐 쉬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기가 너무 지쳐서도 아니다.
너무 빨리 달려와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자신의 영혼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중동-아랍인의 속담에 “인간의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걷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린다.
“천년을 기다려도 좋습니다.
기다림도 사랑입니다.
언제든 오실 것을 믿고
오늘도 묵묵히 기다리는 사랑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마세요.
기다림에 지치면 잠이 들지 몰라요.
그러면 당신 보기에 미안하잖아요.
턱 괴고 있었는데, 눈만 감고 있었습니다.
절대 울지는 않았습니다.”
― 류경희 시인의 “기다림도 사랑입니다” 중 일부
기다림을 간직하는 것은 큰사랑의 마음이다.
지금 이렇게 마구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도 두렵지 않다.
이런 삶의 태도야말로, 신학적으로 말해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자의 삶의 태도인 것이다.
기다림은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의 미래를 맞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천국의 초청을 놓치지 않게 해 준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떡을 먹는 자(초대된 자)는 복되다! 눅14:15
...............................
註1. 예수는 파티(잔치)를 참 좋아하셨는데,
이는 하나님 나라(천국)의 삶을 현재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이셨다.
파티에는 초대할 대상이 중요한데
형제나 친척, 부자 등 가까운 이웃들보다는
차라리 가난한 자들과 장애인들을 초청하라고 하신다. 눅14:12~14
여기서 천국 파티의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천국 잔치는 ‘베푸는’ 것이지 ‘받는’ 파티가 아니라는 뜻이다.
'분류 없음 > 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들레헴에 탄생하신 이유 (0) | 2006.12.20 |
---|---|
너무 ‘설명’ 좋아하지 마세요 (0) | 2006.12.19 |
422 우리 인생의 “원리와 기초” (0) | 2006.12.16 |
421 자신의 실상을 똑바로 파악한 자 (0) | 2006.12.15 |
아바의 기도 / 리처드 포스트 (0) | 2006.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