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이 다르다
우리가 타문화를 배우는 것은, 사물을 보고 사건을 이해하는 그들의 관점이
나와 다르다는 것이다.
협상을 잘 하려면, 상대방의 관점(문화)을 면밀히 이해해야 하는데...
▲다른 문화
혹자는 타국에서 신기한 체험을 했다.
그 마을에서 어느 정도 잘 사는 부자가 집을 비운 사이에,
가난한 사람 몇 명이 부잣집을 터는 것이었다.
마당을 뒤지며 혹시 소중한 무엇이 있을까 이러 저리 들추어 보고,
창고 문고리를 억지로 열고는, 그 안에 있는 곡물들을 꺼내려(훔치려) 했다.
그런 ‘도둑’들의 마음에는 하등의 죄책감이 없었다. 웃으면서 그 일을 수행했다.
도리어 물건을 민첩하게 ‘위치이동’ 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인이 그 집에 당도했다.
‘도둑’들은 재수가 없다는 듯이 손을 털면서 그 집을 슬금슬금 빠져나왔다.
주인은 ‘도둑’들의 멱살을 잡거나, 그들을 현장에서 붙잡지도 않았다.
그냥 파리 내쫓듯 ‘도둑’들을 내쫓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모든 사건은 종결이었다. ‘도둑’들에겐 아무 처벌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꾸며낸 스토리’이지만, 지구 어느 구석에는
이런 문화를 가진 부족도 어딘가 분명히 존재하리라고 본다. 꽤 있을 것이다.
그들 부족의 중요한 가치는 ‘부족민 모두가 잘 사는 사회’이다.
‘사유 재산 보호’라는 가치 보다, ‘부족민 공생’의 가치가 더 존중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없는 틈을 타서 도적질 하는 것은...
‘도둑’이 아니다. 그야말로 ‘위치이동’인 셈이다.
그 사회는 그런 ‘도둑’을 너그럽게 봐 준다.
너도 그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아라는 것이다.
단, 주인이 집에 있을 때, 주인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도적질’이 된다.
그것은 공동체 사회에서 지탄받을 ‘사회질서 파괴범’이 된다.
그들 문화에서 잘못은,
남의 물건을 도적질해 간 것보다,
자기 물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 더 큰 잘못으로 본다.
가족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은 집에 남아서, 자기 소유를 지켜야 했었다.
▲실제로 도적 개념이 희박한 동남아
이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마을 청년들이 교회 비품인 플라스틱 의자, 전등 등을
교회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문을 따고 들어와서 도적질 해 갔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은 백주 대낮에 벌어진 일에 일절 함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부족 정신’tribal spirit에 투철하며, 부족 간 의리가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소수이지만 양심적인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선교사에게 그 도적들이 누구누구인지 일러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건처리방식이었다.
선교사의 관점은,
도적들이 물건을 가져간(훔쳐간) 것이 확실하며, 증인도 있으니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가져간(훔쳐간) 물건들을 원위치 시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당장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관점은,
그들 도적에게 얼마간의 보상금을 치르고
그 물건들을 다시 원위치 시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원위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관점은, 남이 물건을 가져(훔쳐)가도록
주인이 자기 것을 든든히 지키지 못한 책임도 있으며,
일단 물건을 가져(훔쳐)가면, 그 사람에게도 약간의 소유권(훔친 수고)이 있으며,
또한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을 해서
“모두”가 타협해서 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였다.
이것은 엄격한 사유재산 개념을 가진 서구의 선교사에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회의 질서를 깨는 큰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부족의 관점은, 그것이 범죄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위치 이동’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 ‘부족민 모두의 안녕’이며,
도적이 훔친 잘못보다는, 주인이 자기 것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다.
▲협상력을 높이려면 상대방 관점을 이해해야
어쨌거나 자기 나라에 봉사활동을 간 민간인들을 강도처럼 총과 수류탄으로 붙잡고
잡혀간 자기 부족민 포로랑 맞교환 하자느니
또는 몸값을 내라는 등
쉽게 풀어줄 태세가 아니다.
법질서가 엄정한 서구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지탄 받아서 마땅한 날강도 떼’이다.
그들이 마땅히 취해야할 도덕적 행동은
피랍자들을 조건 없이 즉시 석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적 관점은 서구인과 다를 수 있다.
그들은 ‘부족 정신’tribal spirit이 모든 가치관 중에서 가장 최고의 가치관이다.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자기 부족민을 위한 것이라면... 모든 게 용인된다.
그 사회에서는 그것(납치)도 합법적이다. 자기 부족민을 위한 것이라면...
또한 이동하며 약탈을 일삼는 전통적 유목민의 문화에는
‘날강도처럼 납치한 것’이 잘못 이라기보다는
‘자기 치안’에 부주의했던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논리다.
(도적을 탓하기 보다는, 도적맞는 사람을 탓하는 문화가 세상에 의외로 많다.
그들의 주장을 찬동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들의 발표를 들어보면, 납치를 당한 너희가 잘못이라는 뉘앙스가 종종 발견된다.)
이 글은, 그 ‘도적, 날강도’들을 두둔하는 글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이런 납치를 통해, 자기들이 주장해온 ‘도덕성, 정당성’을 모두 상실했다.
다만 그들이 협상을 요구해 올 때
그들의 문화, 가치관, 맨탈리티를 이해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협상 대표들은 지금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저도 거기에 안 살아봐서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서구인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 정도로만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어쨌거나 피랍되신 분들이, 우리의 기도대로, 속히 귀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국도 언제나 확고부동한 원칙에 따라 대처하는 나라이지만,
상대방의 ‘확고부동한 원칙’(?)도 약간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쪽에서도 ‘협상’ 자체가 성립이 안 되지만 (강도와 무슨 ‘협상’인가?)
그들 쪽에서는 ‘협상’ 하자는 것이다.
아마 납치한 것도, 엄연한 ‘자기 소유권’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또한 너희도 우리 부족민들을 ‘납치’해 갔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김지윤
[주제별 분류] 시사 관련 http://blog.daum.net/bible3/1065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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