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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가슴 찢는 회개> 1편 스크랩
김철기 선교사 저
◑저자 서문
창문 너머로 정글을 바라본다. 연중 내내 변함없는 녹색이다.
연녹색의 잎이 돋아나는 봄의 신비로움이나
그보다 더 짙은 색으로 푸르러지는 여름,
노랑 빨강으로 변하여 잎사귀를 떨구는 가을,
순백의 하얀색으로 뒤덮이는 겨울도 없다.
정글의 나무들은 그 키가 점점 커지고 울창해질 뿐이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인 녹색의 정글이다.
이렇게 수십 년을 바라보아도 여전히 아름답다.
(이제 환갑을 갖 넘긴) 나는 변함없는 정글과 다르게 많이 변했다.
거울을 보면 반백의 머리에 주름진 노인이 서 있다.
여러 종류의 성인병 약을 복용한다.
가끔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외출하면서 문을 잠그고 나왔는지
다시 확인하기를 반복한다.
아침에 삐융이라는 작은 벌레에 물린 자국이 가려워서 긁는다.
어젯밤 더위에 눌려 잠을 깨서 두통이 몰려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게 던졌던 질문,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
아주 오래전 아마존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더위도 습도도 벌레들의 물림도 견딜 만했다.
아마존이니 당연히 그러려니 이해하며 살아 냈다.
그렇게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고 적응하다 보면 좋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아마존의 환경이 점점 더 힘겹게 느껴진다.
특별히 더위에 노출되는 것이 두렵다.
인디오 형제 중 누구도 나를 붙들고 우리와 함께 오래 있어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은 여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도 않는다.
오래 전, 네 식구가 사명과 꿈을 이민 가방에 가득 채워 넣고 아마존에 왔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자라서 우리 곁을 떠나갔다.
아내는 (2013년에) 주님의 나라로 돌아갔다. 아마존 정글에는 나만 혼자 남았다.
얼마나 여기에 더 머물러야 할까?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
한국에 사는 동안 나의 멘토는 백제의 영웅이자 비운의 장군인 계백이었다.
18만 명의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했을 때,
계백 장군은 이미 국운이 다했음을 직감하고
처와 자식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전쟁터에 나갔다.
나당 연합군과 비교하면 중과부적인 5천 명의 군대로
네 번이나 전승했으나 결국 황산벌 전투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은
계백 장군의 나라 사랑을 나는 사랑했다.
‘한 나라의 장군이 나라를 위하여 충성한 것보다
내가 주님께 더 충성해야지’ 했다.
책이나 영화에서 사랑과 충성의 사람들을 볼 때면
주님을 향한 사랑과 충성을 다짐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왜 그런가?
그분이 나를 사랑하셔서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심으로
내 죄를 사하시고 나를 구원하셨기에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명예도 부도 권력도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처럼 주님 앞에서 진실하고만 싶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언제부터 주님을 향한 이 강렬한 갈망이 내 마음에 심긴 걸까?
내가 심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누가 억지로 심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을 테고 도전을 받았을 테다.
경건 서적들과 아내 허운석 선교사의 영향도 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런 갈망의 씨앗은
주님이 그의 자녀에게 심은 것이라 생각한다.
주님은 심을 뿐 아니라 평생을 그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불태우도록 하신다.
주님은 우리를 완전한 당신의 소유로 삼고자
완전한 연합을 위한 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해 가신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 그렇게 순수하다고 믿었던 사랑과 헌신
이 왜곡되어 내 의로움이 하늘을 덮어서
바리새인 중의 왕바리새인으로 변한 걸까?
그러나 주님은 그렇게 실패하고 절망 중에 버려진 죄인을 찾아오셨다.
그리고 내가 죄인 중의 괴수라(딤전 1:15)고 가슴에 박아 주시며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하셨다.
내가 이 참회록을 쓴 동기는, 아마존에서 이룬 업적이나
성공 스토리를 기록하려는 게 아니다.
그와 반대로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을 헤아리며
더 깊은 회개와 겸손의 자리로 나아가려고 한다.
또 자기 목숨보다 주님과 인디오 형제들을 더 사랑하며
한 생을 살다 간 하나님의 여인,
(어느 전도사님의 표현처럼)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숨마저도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다” 간 아내,
허운석 선교사의 삶과 사역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다.
그리고 행여 주님을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 싶은 갈망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통해 나처럼 주님보다 주님의 일을 더 사랑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다.
2018년 6월
브라질 아마존에서 김철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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