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 목사님 시
어제 어느 식당에서 벽에 걸린 액자에 고훈 목사님의 시가 있었습니다.
‘내가 건강까지 챙겼더라면... 내가 부자까지 되었더라면... 내가 칭찬까지 받았더라면...’
이런 내용이었는데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원래 찾으려던 것은 못 찾고, 대신에 다른 것을 찾아서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잔디밭에서
잔디밭에서
너무 작게 태어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모아 본 정성이
당신 쉬어갈 자리가 되었습니다.
꽃잎이 아니라면
향기라도 주시지
밟혀서 살아나는 모진 목숨
앉았다 가시는 길
더럽혀서는 안될 당신 옷자락을 위해
그러셨다면
그 크신 뜻은
나의 하늘이요 나의 땅입니다.
겸손으로 거듭나는 나의 여름
모두 다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는데
나는 단 한 벌 푸른 옷으로
나의 가슴을 당신께 드리겠숩니다.
◑그 날 같은 하루를 날마다 살고 싶다.
죽은 줄 알고 20년 가슴에 묻은 아들 총리 되어 나타날 때
이제 나는 죽어도 가하도다 감격하고 하루 종일 울었던
야곱과 요셉의 그 날 같은 하루
말씀이 있어 외아들 바치러 모리아산 올라 아들 가슴에 칼 꽂는 순간
아브라함아 이제야 네가 나를 경외한 줄 알았다 하시며 칼 빼앗으시고
야훼이레 복 내리신 아브라함과 이삭의 그 날 같은 하루
세상으로 나가 타락하여 허랑 방탕하다 거지꼴로 아버지 집에 돌아와
아들로 받지 말고 품꾼으로 받아 달라고 눈물로 회개하여
잃어버린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아버지에게 다시 받은 탕자의 그 날 같은 하루
믿는 자 핍박하러 갔던 다메섹에서 주님 만나 거꾸러져 육의 눈멀고 영의 눈 떠
세상 모든 것 배설물로 여기고 이방인의 사도 가 된 바울의 그 날 같은 하루
실패한 사업장에 찾아오신 주님 영접하고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곳에 그물 던졌다
만선의 기적보고 회개하며 모든 것 버려 두 고 주님 따랐다 대사도가 된
갈릴리 베드로의 그 날 같은 하루
죽고 썩어 장사된 지 나흘 된 무덤에 주님 찾아와 "나사로야 일어나라"하시매
시체가 살아나 온 세상 다니며 많은 사람을 주님께 돌아오게 했던
다시 산 나사로의 그 날 같은 하루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말씀으로 생명 건지시고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마라는 말씀으로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창녀 같은 여자 성녀로 변화시킨 그 날 같은 하루를 날마다 살고 싶다.
◑ 자유
많은 것을 받는다고 모두가
축복은 아니다
적게 받아도 주님이 주신 것이라면
그것만이 축복이다
평탄한 길 간다고 해서 모두가
형통의 길은 아니다
고난이 온다 해도 주께서 허락하신 것이라면
이것이 은총이다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산다고
자유함의 삶은 아니다
하고 싶은것 못하고
가고 싶은 곳 못가고
오직 주의 통제아래 산다면
바로 이것이 우리의 자유의 길이다
◑ 연을 날리며 - 고훈
나는 허공에 시한부 생명으로 서서
당신 손길에 연명하는 연입니다.
받음이 얼마나 큰 은총이랴만은
받을수록 (무거워서) 추락하는 비천한 몰골
당김이 얼마나 큰 아픔이랴만은
당길수록 비상하는 소망이여
바람을 안고서야 살아나는 고된 목숨
나는
떠나려 해도 갈 곳도 없어
당신 향해 가고 있는
당신 손길에 연명하는 연입니다.
◑삼손의 기도
안산제일교회의 고훈 목사님께서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을 때,
같은 교회의 권사님 한 분도 똑같은 진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권사님은 연로해서 수술을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에,
위암진단을 받고 교회로 달려와 삼손의 기도를 드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도 말기 암이고, 우리 목사님도 말기 암입니다.
목사님의 암 덩이를 모두 나에게 주세요.
내 생명을 취하시고 목사님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세요.”
권사님은 눈물의 기도를 드렸고, 몇 달 후 아주 평화로운 모습으로 소천하셨습니다.
고훈 목사님께서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자기가 하늘나라로 가게 해달라는 기도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말기 암에서 해방되어 은혜의 복음을 전하고 싶었고,
삼손의 마지막 기도를 드린 권사님과 교우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졌습니다.
결국 목사님은 건강하게 목회를 하고 계십니다.
목자는 양들의 기도를 먹고 삽니다.
그러므로 목자도 제 양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합니다.
기도가 없는 신앙은 사막처럼 황폐할 뿐입니다.
하나님은 내가 얼마나 주는 삶을 살다 왔는지 물으십니다.
이방인처럼 자신만을 위해 살지 맙시다. <이 단락 김장환 목사님 설교 중 발췌
◑고 한경직 목사님 영전에
남한산성에 백목련 부활 꽃 피울 때
당신은 백수를 향수하시고
하늘은 이제야 당신을 평안히 놓아 주십니다.
아무 말 없으셔도 무슨 일 안 하셔도
우리 곁에 살아 계심으로도
당신은 우리 힘이셨습니다.
한사람은 만인만큼 소중하게 만인을 한 사람 대하시듯
어떤 요구에도 거절 못 하시고누구의 의견에도 손 들어 주시고
단 한 사람에게도 섭섭함 주신 일 없으신 한국의 성자여,
한국의 작은 예수여.
당신의 한쪽 가슴 잃을 때 조국의 한쪽도 잃고
영락제단에서 순교 피 흐를 때 당신은 살아 순교자 되고
모든 것 가지고도아무것도 없으신 가난한 목자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다 가지신 사랑의 목자
우리가 오늘 여기 이토록 슬픈 것은
당신이 주님 곁에 가심이 싫어서가 아니요
당신을 영원히 우리 곁에 두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당신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당신 같은 스승은 하나도 없고 당신 같은 목자는 하나도 없는
이 텅 빈 세상이 너무 슬퍼서입니다.
우리 모두는 당신을 우리의 아버지보다 더 사랑하고
따랐는데...
이 나라의 마병이요 병거이신 분이여
단 한 벌 가난한 사랑의 겉옷은 남기고 가소서
갑절의 영감을 우리에게 주고 가소서
영락 뜨락에 백목련 부활 꽃 피울 때
당신은 백세를 향수하시고
하늘은 이제야 당신을 평안히 놓아주십니다.
◑주님과의 대화
주님
내가 이토록 고통 속에서 주님을 만나 죄송합니다.
내가 걸어온 지난 생애가 주님 보시기에 심히 괘씸하였지요
미우셨지요
못 마땅한 일 많이 했지요
그러기에 나에게 이 암을 허락하신거죠.
사랑하는 종아
아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의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로
너희 피보다 더 많은 피로 너를 사랑한다
내게는 괘씸이나 미움이나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혹 있다면 그것 또한 사랑보다 더한 사랑이다
사랑하는 나사로에게 병 그리고 죽음까지
사랑하는 바울에게 사탄의 가시까지 허락한 것처럼
그렇게 널 사랑한다.
주님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은데
나를 정말 일찍 데려가실 겁니까
그것도 중년에 구순 노모, 혼기 앞둔 자녀
세상 모르는 아내,
그 일보다 더 교회를 위해 계획된 일들
아직도 불타는 전도의 열정들
피 토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어찌하라고요
사랑하는 종아
별것을 다 걱정한다.
너의 소원이 뭐냐 네가 늘 부르는 찬송을 잊었느냐
"내 평생소원 이것뿐 주의 일하다가
이 세상 이별하는 날 주 앞에 가리라"아니냐
내가 너에게 이래도 저래도 복을 주었도다
살아도 죽어도 복, 나가도 복, 들어와도 복
건강해도 복, 병들어도 복
성공해도 복, 실패해도 복
이것이 주안에서의 복이 아니냐
너의 생명은 의사의 손에도, 병마의 손에도
운명의 손에도 있지 않고
더욱 너의 손에도 있지 않고 오직 생명은 내 손안에 있다.
네가 왜 그것을 걱정하느냐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주어진 시간 동안 너의 사명에 충성을 다하라
너의 모든 관심은 희망에 두고
네 영역밖에 것은 내게 맡겨라
주님
무엇보다 어린 양떼들이 이해할수 없는 고통
세상 사람들의 오해들
나를 아끼는 모든 이들의 사랑과 낙심
무엇보다 당신께 영광이 가려질까
그것이 항상 걱정입니다.
사랑하는 종아
너는 별것을 다 걱정하는구나
너는 사람앞에 서지 말고 내 앞에 서라
그러면 이 모든 걱정은 사라지리라
모든 것은 내가 허락했다
나만이 너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네가 그런것으로 걱정한다면
너는 하나님의 종이 아니라 사람의 종일 것이다
남은 생애는 사람의 종이 되지 말고
나의 종이 되어라
아직도 너에게는 사람에게 보이려는 외식이 남아있다
오직 내 앞에서 부끄럼 없게
오직 내 앞에서 진실로만 서라
너의 장래는 나의 장래요
나의 장래는 너의 장래가 될 것이다.
주님 날마다 무엇을 구하리이까
사랑하는 종아 사랑을 구하라
'내가 주님을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내가 인간을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너는 나에게 사랑밖에 구할 것이 없다.
사랑하는 종아
새벽이 다 되었다
오늘을 위해 이제 그만 한숨 자라
안산제일교회 고훈 목사님의 시입니다. (이하 김운용 교수님의 글)
미국 떠나오기 전 잠시 찾아뵈었더니
일주일에 두 번씩 지금도 축호 전도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인데
한 생명이라도 더 건져야 주님 앞에 서시는 날 부끄럽지 않겠느냐면서...
출석 교인 7천명 목회 하시는 목사님이
매주 전도지 들고 축호전도 나가는 것 쉽지 않겠지만
하나님 앞에 바로 서시려는 목사님의 열정을 읽었습니다.
암 말기에 수술받고 기도하면서 투병하신지 5년이 다 되어갑니다.
흔히 많이 받아야 항암치료 10번 정도 한다는데
목사님은 30번을 넘게 받으셨습니다.
주일 설교도 두번만 하시라고 해도
"김교수, 설교하는 것이 기쁘고 행복해"라고 말씀하시는 목사님께
더 드릴 말씀은 없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잘 사는 것이 아니라면
건강도 축복이 아니라는 말씀 가슴에 새깁니다.
가슴으로 듣습니다.
"너는 별것을 다 걱정하는구나..."
"사랑하는 종아 사랑을 구하라
'내가 주님을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내가 인간을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너는 나에게 사랑밖에 구할 것이 없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삶의 길목에서 드릴 고백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님을 사랑하나이다! (이상 모두 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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