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을 기억하는 명절 레26:42
구정과 추석 등 명절을 지내는 가장 큰 의미 중 한 가지는
‘조상의 은덕’을 기억함에 있다.
(그 외, 흩어진 가족들 간에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도 있겠다.)
▲오죽헌에서 느낀 점
강릉에 가면 신사임당과 이율곡 선생이 태어난 집인 오죽헌이 있다.
그 집 마당에 자라난 대나무의 밑동이 까마귀처럼 검정색이라서(보통은 초록색)
오죽헌(까마귀 오, 대나무 죽, 집 헌)으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이율곡 선생의「격몽요결」(몽매한 백성을 깨우쳐 결심토록 하는 간결한 가르침)
을 위시하여, 신사임당의 자수, 병풍, 서예 작품 등이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진품은 지하 보관소에 있고, 그 영인본影印本이 전시되어있다.
이율곡 선생과 신사임당이 살았던 시기는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시기다.
지금부터 약 5백 년 전이다.
그런데 그 후손들이 오죽헌과 두 위인의 유품을
지난 5백 동안 고이 보관해 왔다는 점이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물론 임금이 이율곡 선생의 책을 보관하라는 왕명도 있었지만)
그 후손들이 그 집을 처분해서 자기 사유재산으로 삼아 까먹지도 아니하고,
1962년 강릉시가 접수해서 관리하기 까지
자손 대대로 그 집과, 유품과, 책들을 5백 년 동안 보관해 왔다는 점은
대단한 ‘가문’임에 틀림없었다.
▲추도예배 때
기독교인들은 제사를 안 드리고, 대신에 추도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명절에 한 번씩 조상의 묘지에 가서 거기서 조상을 추모 하는데,
조상이 남긴 물건들을 몇 가지라도 모아서
평소에는 조상이 쓰시던 장롱 속에 보관하다가
추도예배 때, 또는 명절 예배 때(제사를 대체해서 온 가족이 모여 예배드릴 때)
한 번 그 유품들을 꺼내놓고 예배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부모님이 잘 보시던 성경책과 탁자,
부모님의 앨범, 생전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
부모님의 수첩, 일기장, 안경
부모님의 음성을 담은 카세트테이프 등
부모님의 시나 글, 저작이 있으면 더 좋겠다. 신사임당처럼...
그 분이 만약 상인이라면 주판을,
만약 한의사라면 한의학서적과 약초를 달던 저울을,
만약 포목상이었다면 옷감을 자르던 가위와 자를 고이 간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상과 철학을 담은 유언집이 있으면 더 좋겠다.
물론 링컨도 아니고, 조지 워싱턴 같은 위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처럼 멋진 기념관을 만들 필요는 없고, 사당을 만들어 모셔도 안 되지만
부모님의 유품을 모조리 버리고, 사진 몇 장만 달랑 갖고 있는 것은 과연 옳을까?
자손들이 유품에는 아무 관심 없고, 땅 문서나 통장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부모님이 쓰시던 작은 장롱 하나라도, 평소에 그 속에 유품을 보관하다가
추도예배를 드릴 때나, 명절 차례 대신으로 가정 예배를 드릴 때,
조상이 쓰시던 성경책을 꺼내놓고, 그 분들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오죽헌에서,
그 후손들이 5백년간 보관해 온 유품들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물론 많은 가정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물려주는 서구인
간혹 영화를 보면, 서양인들은 어머니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물려주는 것을 본다.
‘저것 20년 이상 보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것 다 탈색되었을 것인데, 뭣 하러 주나?’
내 짧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값’이 아니라, ‘가치’라는 것을!
값으로 따지면 형편없는 고물에 불과하지만,
어머니의 얼과 정신이 담긴, 그 동안 가정을 지켜온 신앙고백이 담긴
그런 훌륭하고 값진 유품이었다.
결혼하는 딸이 그것을 받고 너무 기뻐하는 것은
‘값’이 아니라, ‘가치와 정신’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리라... <김지윤
[주제별 분류] 행복한 가정 http://blog.daum.net/bible3/970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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