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돕는 ‘폐품 천사’
오직 착한 행실로써 단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여자에게 어울립니다 딤전2:10
[박종인기자의 인물기행] 길동 억척아줌마 김진순 씨
건물 청소해 번 월50만 원 중 절반 ‘선뜻’
재활용품 모아 자선… 본인은 전세살이
한 달 벌이래야 매일 아침 건물 청소해주고 받는 50만원.
이 가운데 절반을 뚝 떼서 이웃에 다 ‘퍼준다.’
그것도 모자라 눈에 닿는 재활용품을 닥치는 대로 모아 팔아
그 돈으로 ‘없는 사람’들을 돕는다.
남편이 알루미늄새시 공장에서 벌어오는 월급 120만원으로
네 식구 생활비로 쓰는, 자기도 ‘없는 사람’인 이 아줌마,
서울 강동구 길동에 사는 억척 아줌마 김진순(金鎭順·57)씨다.
전날 하루종일 주워서 모은 종이가 6천원이다.
김씨 아줌마, 이 돈을 들고 동네 수퍼에 가서 고추장을 사 들고 길을 걷는다.
상점 옆에 종이가 보이면 또 상자에 집어넣는다.
요즘은 분리수거를 하니까 훨씬 편하다.
옆 골목에 있는 이사 가는 집.
어제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가보니 별로 해진 곳 없는 옷가지들이 눈에 띈다.
빈 상자에 옷가지를 채워 넣은 아줌마, 이웃집 진우네로 간다.
애들 옷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미리 집에서 빨아온 점퍼와 바지를 건넨다.
좋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김씨 얼굴이 환하다.
가족에게 저녁상을 차려준 아줌마,
집 앞에 있는 봉사단체 ‘함께 사는 사람들’ 사무실로 간다.
아까 사온 고추장을 노인급식소 냉장고에 넣고,
옆에 있는 어린이 공부방으로 간다. 아이들 셋이서 컴퓨터에 한창이다.
바닥을 쓸고, 책장을 정돈하고, 남은 밥으로 아이들 밥상을 차려준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 10시. 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아줌마가 말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어요. 거지가 오면 동냥만
해줄 것이 아니라 평상에 앉혀 따뜻한 밥 한 끼 먹여 보내야 한다고요.”
그 가르침을 잊고 살다가 1998년 어느 날 “남 위해 한번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짬짬이 봉사활동을 했지만,
왠지 허전하더라고 했다. 그래서 그해 가을 카트(위 사진)를 샀다.
“아줌마, 장사하세요?” 하는 행인들 눈길이 멋쩍었지만,
김씨는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폐품을 주워 카트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폐품을 판 돈으로 이웃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다 줬다.
“누가 이사 간다고 하면 ‘이사 가세요? 뭐 버리는 거 없어요?’ 하고 물어봐요.
그러면 가서 가구나 쓸 만한 물건들 모두 주워 와요.
요즘은 버리는 데도 돈 내잖아요.
낡아서 버리는 것보다 싫증나서 버리는 게 더 많은 거 같아요.”
그러고 나면 이상하게도 주워온 물건이 필요한 집이 꼭 생겨나더라고 했다.
길동에 산 지 10년. 연립주택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동네에 오래 살며
골목을 훑다 보니 어느 집에 뭐가 필요한지 다 알게 되더라고 했다.
“누구누구 집에 뭐가 필요하다”는 연락도 온다.
그렇게 혼자서 남 돕고 사는데, 2001년 집 앞 건물에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봉사단체가 들어왔다.
노인급식소도 있고, 아이들 공부방도 있었다.
“운명인 것 같았어요. 세상 뜻있게 사는 건 봉사밖에 없다고 마음먹었어요.”
아줌마, 그때부터 그리 살게 되었다.
오전 11시 건물 청소를 끝내고 이곳에 들러 노인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오후에는 폐휴지 줍고 다니다가 쓸 만한 물건 생기면 필요한 사람
찾아 선물하고 저녁에는 공부방 아이들 밥 차려주고, 청소를 한다.
5년째 변함없는 일상이다. 신학대학에 다니는 큰 아들(30)도 어머니를 배워
수업을 마치고는 자폐아들을 돌본다. 둘째 아들(28)은 취직해 돈을 번다.
부부가 버는 돈이 170만원. 사는 집은 전셋집에, 식구는 넷.
아무리 돈 버는 아들이 있다 해도, 도무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주머니도 ‘없이 사는데’, 왜 이런 일을 하시는지?”
아줌마가 대답했다. “직접 해보세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부모 없는 아이들한테 부모가 되고, 쓸쓸한 어르신들께 가족이 되는
그 기분 말이에요.”
워낙에 온 가족이 검소하게 살기에, 남 돕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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